동구평생학습관에서 수어 배우기
아름다운 두 번째 언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동구평생학습관의 <수어> 강좌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총 10회에 걸쳐 <아름다운 손짓, 수어 배우기(기초반)> 강좌가 진행되었는데요.
첫 수업 날, 강사님은 20여 명의 수강생들에게 각각 이 강좌를 신청한 이유를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십수 년 전에 수어를 배웠지만, 거의 다 잊어버렸습니다. 다시 배워서 장애인들과 소통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수강생들의 신청 이유는 각기 달랐습니다.
이렇게 ‘소리 없는 세상으로 들어가기’라는 주제로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수업에서는 인사말을 배우고, 가족 관계와 내 가족을 수어로 소개하는 수업이 이어졌습니다.
교통 이용과 여행에 관한 수어, 국가별 특성을 통해 나라와 지명을 배우는 것, 사람의 신체를 수어로 표현하는 방법 등 10주간의 수업에서 정말 알차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10회라는 길지만 짧은 수업, 특히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평소에 연습을 하지 않으면 금세 배운 것을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강사님은 '수어를 통해 농문화를 이해하고 농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문자와 지숫자를 이용해 이름을 써보고, 농인이 병원에 갔을 때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도 배웠습니다.
사실 배우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것이 많았지만, 이번 동구평생학습관의 수어 수업은 특별했습니다. 강사님만의 특별한 강의법 덕분인데요. 수어는 자꾸 해봐야 한다며,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수어로 표현하게 했습니다. “수업 올 때 무엇을 타고 왔나요?” “지난 일주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같은 질문을 매주 빼놓지 않고 하셨습니다. 덕분에 평상시 생활을 수어로 조금씩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0주간의 수어 강좌가 끝나고 수료증을 받은 수강생들은 함께 배달강좌를 신청했습니다. 모두 수어를 계속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대단했죠. 비록 배달강좌 장소가 평생학습관만큼 편안하지는 않았지만, 수어 수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가 기뻐했습니다.
방송, 병원, 학교 등에서 수어 사용의 필요성이 점차 늘어나면서, 수어 통역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통역사가 되지 못하더라도 주변 농인들과 소통하며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배달강좌가 끝나면 수어 중급반이 동구평생학습관에서 다시 개강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소박하게 시작한 <소리 없는 세상, 아름다운 손짓> 수어 수업이 나비효과가 되어 동구평생학습관을 넘어 동구, 부산, 나아가 전 세계의 농아인들과 소통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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