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전
전북 문학여행 - 남원 만복사지를 찾아
최초 한문소설 금오신화,
명혼소설 만복사저포기
남원을 고전문학의 메카라고 했나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의 첫 번째 작품인 만복사저포기에 대해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와우~!, 이름만 들어도 머리에 쥐가 난다고요? 하하하.
그런데, 어쩔 수가 없네요. 문학적 발상으로 꽈악 들어찬 고전문학의 발상지 남원, 벚꽃 향 그윽하게 불어오는 4월의 창창한 봄볕을 가르며 그 남원으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네, 바로 이곳이 만복사저포기가 태어난 萬福寺址입니다. 이 소설의 무대가 된 만복사는 고려 문종(1046~1084) 때 세워진 절로 정유재란(1597)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소실된 절입니다. 지금은 석탑과 유물 몇 개만이 저 휑한 들녘에 남아 당시의 규모를 짐작게 할 뿐입니다.
이 만복사를 배경으로 한 만복사저포기는 계유정난과 관련이 있는데요, 3세에 시를 짓고 5세에 대학과 중용을 익혀 세종대왕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김시습, 단종의 폐위 소식에 책을 덮어버리죠. 모순된 현실에 염증을 느껴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됩니다. 방랑생활을 떠나죠. 당시 길가에 널브러진 사육신의 시체를 거두었다는 사람도 승려 김시습이었다고 합니다.
조정에까지 알려진 그의 재주를 빌리고자 하면 도망했다는데요, 붙잡히지 않으려고 하다가 길가 거름 더미 똥통에 풍덩 들어가 눈만 빼꼼히 내밀고는, “이래도 날 데려갈 테냐?” 하고 미친 척했다고 해요, 하하하...
광기 어린 듯한 김시습의 이러한 발상은
천재적 필력의 원천이 되었을까요?
나무에 새긴 세상 푸념일랑 자신을 깎아버리듯 깎아버리고, 종이에 긁적인 한숨일랑 흐르는 물에 띄워버리는 시를 썼다죠? 흘리고 흘려버린 수많은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시집(관서로, 관동록)과 국문학사의 꽃등 밝힌 만복사저포기도 이때 쓰인 작품이라고 해요.
방랑 속에서 탄생한 만복사저포기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요?
네, 이 작품 내용은 양생이라는 노총각의 러브스토리인데요, 만복사에서 만난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되죠. 그런데 그 여인은 3년 전에 왜구에게 죽임을 당한 영혼이었다고 해요. 엥? 죽은 사람과 사랑을? 그럼 귀신하고? 하하하.
네 그 영혼과의 사랑, 으스스한 소설 숲을 여행해 볼까요?
왜구로 몸살을 앓던 당시, 지리산이 인접한 이곳 남원은 지리적 특성상 왜구가 숨어들기 좋은 최적지였습니다. 특히 남원성이 무너지면서 만여 명의 시체를 한꺼번에 묻은 무덤이라는 만인의 총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죠. 주인공 양생의 여인도 그중 하나였을까요?
만복사저보기
간추려 보기
늘 고운 여인과 가정을 이루고픈 소원을 가진 총각이 있었다. 그가 부처님 앞에 선다.
“부처님 저랑 저포놀이 합시다. 만약 제가 지면 부처님께 법연을 차려 드리고, 부처님이 지면 제게 아리따운 여인을 얻게 하여 제 소원을 이루어주셔야 합니다.”
일방적? 내기였지만, 어쨌든 부처님을 이긴 노총각 양생이 으쓱. 얼마 후 꿈처럼 법당문이 열리더니 양생이 섰던 자리에 선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는 3년 전 왜구에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절을 지켰죠. 외진 곳에 제가 묻혀 산 지 3년 되었습니다.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우니 부처님께서 제게 배필을 얻게 해 주세요.”
앗, 이게 뭐지? 동병상련(同病相憐)? 눈이 휘둥그레진 양생이 여인에게 다가가 묻는다.
“아가씨는 뉘신데 이렇게 혼자 오셨습니까?”
간단한 인사를 나눈 양생은 그녀를 절 앞 작은방으로 안내한다. 긴 밤을 보낸 그들은 여인의 집으로 가서 또다시 꿈같은 사흘을 보낸다. 그녀는 양생에게 은그릇을 내어주며.
“내일 저희 부모님이 나를 위해 보련사로 오십니다. 그 길에서 당신이 이 은그릇을 들고 그들을 기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인의 말대로 그곳에 양생이 서 있는데, 일행 중 한 남자가 달려오면서 소리친다.
“우리 아가씨 은그릇을 훔친 도둑놈이 여기 있어요. 대감마님!!”
그 일행은 그녀의 가족이었던 것, 어리둥절한 양생은 그녀의 부모에게 그녀와의 지난 일을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자, 여인의 부모님이 하는 말.
“슬하에 딸 하나가 왜구에게 목숨을 잃었지, 경황이 없어 장례도 치르지 못했는데, 명복이나 빌어줄까 해서 가는 길이네”
그때 저만치 여인이 도착한다. 하지만 양생 외에는 그녀를 느끼지 못하는데... 식사시간이 되어 양생 앞에서 밥을 먹는 그녀는 보이지 않고 수저소리만 들린다. 이에 부모는 양생의 말을 믿게 되는데...... 그런데 갑자기 여인이 일어나 울먹이면서 양생에게 고백한다.
“제가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원히 당신의 아내로 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양생은 서럽게 울면서 여인을 전송한다. 양생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된 여인의 부모는 죽은 딸의 은그릇과 딸 몫의 재산을 양생에게 건네며 간절히 부탁한다.
“내 딸을 잊지 말아주게.”
얼마 후 양생은 여인의 부모에게 받은 재산을 모두 팔아 여인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러 준다. 이때 여인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온다.
“저는 당신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큰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일 후, 양생은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살았다는 얘기, 양생이 언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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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냐음냐... 눈을 비비고 일어난 긴 꿈. 그 여운으로 살아간 양생, 진실로 행복했을까요?
소설 같은 소설 만복사저포기,
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착상을 가만히 들여다볼까요?
등지고 싶은 세상을, 지팡이 하나에 눌러 찍던 작가 김시습, “남쪽 지방에 웅장한 절 만복사가 있다는데...” 생각의 발길을 남원 만복사로 옮겼다지요?
똑똑똑, 만복사 주지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시 읊기로 외로움을 달래는 놈팽이 같은 총각 하나가 살았대. 장가를 가고 싶은데 여자가 있어야재. 어느 대낮에 그 총각이 침을 잴잴 흘리며 꿈을 꿨대,..그 후 핼쭉벌쭉 살아갔다지 아마?”
그날 스님에게 들은 그 노총각의 꿈 얘기를 조몰락조몰락 포착한 천재 김시습, 그 필력의 값이 바로 학창 시절 단골 시험 문제로 등장한 최초의 한문소설이 탄생한 결과였다죠.
고전과 역사의 흔적으로 꽈악 들어찬 남원, 그 숨은 매력을 보는 기자의 눈,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답니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인상 깊은 어휘, 코무덤 하나 소개해 봅니다.
에비 에비!!
“안 돼, 안 돼, 울지 마 왜놈들에게 잡히니까!!” 라는 뜻으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란 동화처럼 우는 아이를 달래던 하나의 어휘, 에비(耳鼻) 에비(耳鼻), 익숙하지만, 생소한 어휘죠.
어린 시절 익히 들어왔던 말, 나도 모른 채 자녀에게 사용했던 이 말, 그 어원이 바로 남원이라고 하네요. 에비(耳鼻) 에비(耳鼻)는 귀와 코를 외치는 말로, 귀와 코를 베어간다는 약어이죠. 울면 ‘코와 귀를 베어갈 거야.’라는 무시무시한 슬픈 사연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불타고. 남원 시민 전체가 일본의 총칼에 몰살당하죠. 일본 교토에 9m의 귀(코)무덤이 있는데요, 이는 조선인의 코와 귀를 전리품으로 삼았다고 해요.
일본 장수들은 그 공을 인정받기 위해 산 사람의 코와 귀까지 베었다고 하죠. 조선인의 코[코비]와 귀[귀이]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가져가서 자랑스럽게 만든 무덤이 바로 코무덤..
글, 사진 = 전예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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