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유일한 제로 웨이스 숍으로

시민들을 일상 속의 환경 실천으로 이끌어온

초록숲 상점이 2024년 3월을 끝으로

3년여 간의 영업을 마치고 문을 닫습니다.

시민기자는 마지막 영업일을 사흘 앞둔

지난 3월 28일 오후, 초록숲 상점을 찾았습니다.

이전에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있던 상점은

많은 손님들이 다녀간 후인지

텅 비어있는 모습이어서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초록숲 상점의 서연 대표는 한 달 전 SNS를 통해

소식을 알리고 한 달 동안 할인 기간을 가졌습니다.

재고를 처분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미처 소식을 미리 접하지 못하는 손님들을 위해서

긴 작별의 시간을 준비했다는 서연 대표의 이야기에서

단순한 판매인과 고객이라는 관계를 넘어

환경의식으로 연대된 끈끈함과 애정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서연 대표를 통해 초록숲 상점의

문을 열고 닫았던 3년 동안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들어보았습니다.

플래카드 재활용 등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상점 내부 모습

▽ 시민기자(이하▽)

문을 닫게 되었다.... 너무 아쉬운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개인적으로

힘에 부쳐서 그러한 건가? ​

▼ 초록숲 상점 서연 대표(이하▼)

그렇다. 그동안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오지 않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올겨울은 유독 추웠다.

오전에 한 명 오면 '오늘 장사 다 했다'하기도 하고,

그런 기간이 점점 길어졌다. 초록숲 상점은

여느 제로 웨이스트 숍보다 물건이 많았기 때문에

확장 이전을 생각해왔는데, 손님이 줄다 보니

사기가 꺾였다. 게다가 그 준비 기간이 길었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 버티기가 어려웠다.

▽ 장사가 처음은 아니지 않나?

▼ 처음이었다. 물건이 엄청 많았는데,

그래서 손님들이 와줬던 것도 있다.

보통 제로 웨이스트 숍은 제로 웨이스트 물건만 있다.

그러면 일반인들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

(초록숲 상점에는 눈길이 가는 소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벌면 채우고, 채우고를 반복해왔는데

그래도 이게 다 비워지게 되어 다행이다.

손님들이 내 생각 해 준다고 '이거 잘 안 나가죠,

제가 사갈게요.' 하는 분도 있었다. 오래된 손님들이다.

소식 듣고 3년 만에 오는 사람도 있었다.

리필 상품 매대

▽ 그럼 정확하게 몇 년 운영한 건가?

▼ 이제 3년 되어 간다. 5월이면 만 3년, 4년 차다.

2021년도부터 했으니까.

▽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제로 웨이스트를 알리려고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 맞다. 돈 벌려고 시작한 건 절대 아니고

'이건 알려야겠다!', '알리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장사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시작한 거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까지 온 게 너무 대단하다.

사실 망하더라도 이 돈 없이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거였다.

3년이나 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해보자였다.

어떤 뚜렷한 계획이 없었다. 평택에는 없으니까

내가 차려서 알려보자, 그러다 망하면 어쩔 수 없고.

보증금은 돌아오는 거고, 인테리어 역시 중고거래로

다 준비해서 그렇게 시작한 거다, 최소한의 투자로.

하다 보니까 욕심은 많아지고 가게가 좁았다.

지금은 물건이 다 빠지니까 넓어 보이지만

그동안 계속 물건이 많았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하고 싶으니까

이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사를 가려던 마음은

더 잘 해보려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 지금 생각에도 이사 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에너지가 많이 떨어졌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다시 많은 힘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이후의 계획은 고민 중에 있다.

▽ 그건 손님이 들어오는 숫자와

연관이 되어 있는 건가?

▼ 아무래도 그렇다. 일단 겨울방학이기도 했다.

또 요즘 자영업자들이 너무너무 어렵다고들 한다.

게다가 제로 웨이스트 숍을 찾는 고객들은

더더욱 제한적이다. 그리고 이사를 간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할 텐데...'그럼 쉬지도 못하고

내 몸과 정신은 언제 충전하지? 그럼 좀 쉬었다가

해보자' 생각했는데, 그럼 또 비수기다.

그래도 '일단은 접자,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열지

안 열지 모르겠지만 쉬면서 생각을 해본 다음 해도

늦지 않으니까 일단 쉬자'라고 생각을 해서

공지를 하게 된 거다. 그런데 사람들 반응이

너무 폭발적이고 댓글이 많이 달려서 너무 놀랐다.

'그래도 많이 지켜보고 있었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 책임의식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맞다. (이어서) 매장 임대 계약이 5월까지지만

현재의 정신 상태로 5월까지 있을 수가 없었다.

여기 있는 게 전혀 즐겁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한 달 동안 시간을 두자, 생각했다.

SNS를 안 하는 손님도 많고 인사는 천천히

해야 할 것 같았다. 물건도 천천히 빼면 스스로도

부담이 덜하겠지 생각하고 한 달의 기간을 뒀는데,

내일이면 벌써 한 달이다.

상품이 많이 비어진 매장

▽ 고생 많으셨다. 열심히 운영해왔다는 걸 아니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내가 못하는 걸 누군가 하고 있는 이 모습을

보는 게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시작할 때도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았는데,

그만두는 일도 진짜 후회는 없다. 좀만 더 잘 할 걸

후회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마음이 전혀 없고

너무 잘했다. 그저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여기서 멈추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말한다.

나는 박수 칠 때 떠나는 거라고. 손님들은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슬퍼하지만 사실 괜찮다. 너무 행복하다.

▽ 그러니까 수입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

심리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이었나 보다.

▼ 반반이다. 일단은 여기서 멈추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공지 내용에도 다시 할지 안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진짜 마음이 그렇다. 그러다 보니 하반기에

방문이나 강의 의뢰를 계획했던 기관들이

당황해서 연락해 오기도 하고 급하게 상반기로 당겨서

진행하기도 했다. 시기적으로 교육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평택시 환경교육센터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분위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 것 같다.

▽ 이제 '전' 초록숲 상점 대표님이 되시는 건데,

환경 강연을 다니시는 데에는 무리가 없는 건가?

▼ 그래도 불러주시는 곳이 계신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만 없어지는 거다.

스마트 스토어는 계속 운영한다. 매장만큼

많은 품목을 올릴 수는 없다. 스마트 스토어는

업사이클 키 링 등 단체 주문 위주로 판매가 된다.

판매 품목이 적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손님에게 상품 설명 중인 초록숲 상점 대표

▽ 처음에 시작하실 때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서

알리고자 하는 마음, 그게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나?

▼ 너무나도!(함박웃음)

제로 웨이스트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없는

평택에 진짜 너무 많이 잘 알린 것 같다.

이때 인근 식당 사장님이 손님으로 방문하게 되면서

짧은 인터뷰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손님은 매장 영업 종료 소식을 듣고

그동안 와보지 못한 걸 후회하며

매장을 한참 둘러보고 상품도 구입하셨습니다.

그 사이에도 여러 손님들이 다녀가셨는데,

초록숲 상점 서연 대표님은 상품 하나하나 설명하는 데

지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서연 대표는 이번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손님들을 만났다며

매장에 서 있는 시간이 많아 집에 가면

다리가 아픈 나날이었다고 하는데요.

제로 웨이스트 숍에 문이 닳도록 손님들이 와준다면

초록숲은 더욱 무성해지고

초록 지구는 보다 더 빛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록숲 상점에서 볼 수 있었던

제로 웨이스트 상품을 소개합니다!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상품

(좌) 생분해 가능한 탄소 창고 CXP 신소재 그릇들 / (우) 리필 간식

(좌) 제로 웨이스트 입문 추천상품 대나무 칫솔

(우) 플라스틱 용기 배출 줄이는 비누 제품들

[대면 인터뷰 이후 서면으로 오간 짧은 문답]

▽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을까?

▼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사실 너무 많다.

가게를 처음 열 때 '오픈하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다'

하셨던 손님, 가게 오면 힐링 된다는 손님,

분당에서도 동생분과 함께 오시는 할머니 손님,

어린 친구들... 많은 손님들이 늘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었다. 가장 뿌듯한 일은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초록숲으로 인해 관심이 생기고

생활습관을 바꿔가는 것. 초록숲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고 또 그분들 덕분에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해달라.

▼ 처음에는 정말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알리자!"라는

그런 무모한 도전의식으로 시작을 했는데,

이렇게 과분한 사랑과 응원을 받아서 너무 뿌듯하다.

초록숲 상점의 시작부터 끝까지 늘 사랑을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 초록숲의 2막이 이어질지

아직도 마음이 반반이지만 초록숲이 없더라도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놓지 않고 계속 이어서 하시면

좋겠다. 그게 제일 바라는 점이다. 초록숲 오프라인은

끝이지만 마켓이나 외부 활동을 한다면 만날 수 있음

좋겠다. 인스타그램으로는 계속 소통할 예정이다.

지나가다 만나면 반갑게 인사해 주면 좋겠다.

다양한 품목의 자원순환 수거 모습

"초록 지구 만들어 주세요"

작은 가게 하나가 문 닫는 일이

그렇게 큰일인지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초록숲 상점은 단순히 작은 가게가

아니었습니다. 지구를 위해 우리의 일상

가장 작은 부분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변화를 돕고

응원하는 곳이었습니다. 우리의 지구가 어떤 모습으로

순환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지 더 많은 선택지를

보여주는 곳이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의 재료가 되는 우유팩,

다양한 상품으로 변모하는 플라스틱 병뚜껑,

브리타 정수기 필터 등 그 수도

다양한 자원순환 품목의 수거 거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 양이 매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가 될 정도였고

자원순환 품목을 수거업체에 전달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서연 대표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은 박수받을 만한 일입니다.

초록숲 상점 매장이 위치하고 있는

용이동 골목의 카페 등 식매장에는

초록숲 상점 덕분에 제로 웨이스트 바람이 불었습니다.

한 번도 가져다 달라고 말하지 않았어도

우유팩을 모아온다고 합니다.

이제 상점이 문을 닫으니 직접 주민센터로

가져가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개인소비자보다는 다량을 소비하는 카페나 식당

더 나아가 기업이나 국가에서 환경의식을 갖고

움직여주는 것이 지구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이 시작한 작은 가게 하나가

골목 하나를 어쩌면 더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모릅니다.

매장은 사라지더라도 어디서든 '초록숲'을

키워내고 있을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들을 응원하며,

우리 모두 제로 웨이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봅니다!

초록숲 상점은 멈춤

제로 웨이스트는 계속 이어가요!

울고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초록숲 상점 서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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