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겨울 가볼 만한 곳, 2025년 2월까지 이어지는 울산시립미술관 '예술과 인공지능' 전시

추운 겨우내 칼바람을 피해 놀러 가기 좋은 #울산시립미술관 에서 새로운 전시 [예술과 인공지능 (Art and Artificial Intelligence)]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대세인 'AI'라는 주제를 어떻게 예술과 접목시켰을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2024년 올해 마지막 특별전인 [예술과 인공지능] 보러 시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울산시립미술관 입장료

구분

기준

울산시민

성인

1,000원

500

대학생, 군인, 예술인

700원

500

19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

무료

무료

60세 이상 경로

무료

무료

장애인, 다자녀가정,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무료

무료

울산시립미술관 운영시간

구분

평일 (화~금)

주말 (토~일)

입장시간

10:00~18:00

10:00~18:00

입장마감

17:30

17:30

도슨트 운영

14:00~14:40

11:00~11:40

14:00~14:40

16:00~16:40

울산시립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울산시민은 500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에 입장 가능합니다.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 3가지 전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며, 전시의 규모도 꽤 커서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현재 [한 발짝 더 가까이], [팬텀 가든], [예술과 인공지능] 전시가 진행 중인데요.

[예술과 인공지능]은 지하 2층의 2개의 전시관에서 선보이고 있으며, 7개국 17팀이 준비한 동시대 작품 40여 점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총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곳곳에 안내 직원이 서서 관람 동선과 주요 안내사항을 가이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예술과 인공지능

2024.11.14.(목)~2025.02.16.(일)

울산시립미술관 지하 2층 1·2전시관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중반 어느 실험실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불과 70여 년 만에 인공지능은 우리 삶에 일상적인 도구로 완전히 자리 잡았고, 사람의 감정이 더해져야 하는 인간 고유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예술'에도 인공지능의 도전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인공지능'은 과연 예술가의 친절한 도구일 것인지, 예술가 그 자체일 것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1부 : 인공지능 세렌디피티

먼저 1전시실에서부터 전시가 시작됩니다.

1부의 주제는 AI Serendipity(뜻밖의 발견)입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사이버네틱 예술은 우연을 가미한 발견이었으며, 경계나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외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인간에 버금가는,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서의 기계와 기술이 예술 분야에도 접목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과거에 기계가 그러했던 것처럼,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로 예술은 또 한 번의 '세렌디피티(뜻밖의 발견)'를 맞이하였고,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백남준 作 <월광소나타: 환상곡풍으로>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미디어아트 작품의 거장으로 알려진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 예술입니다.

일본과 독일에서 음악학을 전공한 백남준의 경험과 예술적 지향점, 그리고 TV가 지닌 전자매체의 속성을 결합한 작품입니다.

기계를 통한 예술의 세렌디피티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지요.

조아형 作 <우리는 새로운 불을 발견했다>

2024년에는 조아형이라는 작가가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습니다.

작품 하나만으로도 꽤나 오랫동안 감상하고, 생각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 미디어 아트의 특징이지 않나 싶습니다.

작품의 의도와 작가의 생각을 영상 및 음성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천천히 관람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2부 : 입력과 출력 사이

노진아 作 <진화하는 키메라 - 가이아>

2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도구로 하여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방식을 개척해 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언제나 인간에 의해 입력된 데이터와 선택된 출력값의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곳의 전시물들은 그 '입력값'과 '출력값'을 예술화했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가장 시선을 끌었던 저 커다란 얼굴은 사람의 동선에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고, 사람이 질문하면 대답을 합니다.

'움직임'이란 입력값에 '눈동자의 이동'이란 출력값으로 반응하고, '질문 음성인식'이란 입력값에 '답변 음성'이란 출력값으로 반응하는 것이죠.

김현석 作 <데이지-체인-아고라>

전시관 중앙에 여러 개의 스탠드를 세워 놓고 휴대폰끼리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 <데이지-체인-아고라>도 유사한 개념입니다. 입력값과 출력값을 이용한 인공지능인데요.

한곳에 모여 대담을 나누고 있는 미지의 대상들은 인공지능으로 가공된 인물들입니다.

고고학, 철학, 환경학, 디자인, 컴퓨터 과학을 아우르는 각계의 석학들이 선사시대 석기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사물의 특성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인간상의 변화를 묘사하고 기술하며 논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치앤칩스 作 <읽지 않는 문자>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없는 데이터도 있을까?

한국 예술가 '미미 손'과 영국 예술가 '엘리엇 우즈'가 팀으로 이루어진 '김치앤칩스'는 컴퓨터로 인코딩되지 않은 소수 문자를 작품으로써 선보였습니다. 바닥에 조각나 있는 많은 소수 문자들은 실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서는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문자입니다.

이러한 문자를 디지털 이미지로 스캔하여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후 문자를 복원하고 보존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머신러닝에 의해 복원되어 재구성되고 패턴화된 문자는 본 작업을 통해 디지털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색색깔의 화면에서 계속해서 문자를 출력하고 있는 이 화면들도 유사한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작가는 개인화된 맞춤형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탄생한 자신의 분신인 테크넬레지(Technelegy)와의 협업으로 시(詩)를 쓰며, 텍스트뿐만 아니라 인간 언어와 컴퓨터 코드의 합성물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샤 스타일스 作 <Four Core Texts>

모니터에 뜨는 시(詩)를 명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각 모니터 옆에 전체 구절을 기입해두었으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사샤 스타일스 작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기술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예술가입니다.

AI와 본 작가가 만나 어떠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지 살펴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소피아 크레스포 作 <신경 동물원>

한편, 기술과 다른 학문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예술가도 다수 있습니다.

소피아 크레스포 작가는 <신경 동물원> 작품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이 작동하는 방식, 즉 익숙한 요소를 새롭게 재조합하는 방법의 과정에 대해 탐구하였는데요.

벽면에 걸려 있는 작품들을 보면, 상당히 익숙하고 일반적인 자연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현존하지 않는 물체입니다.

우리의 뇌는 사진에서 보이는 바를 기존의 생명체로 정의하려고 시도하는데요. 그래서 익숙한 그림 일부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대입하여 인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 작품들은 자연 풍경 데이터 세트에서 추출한 요소들을 인공지능이 합성하고 재배열한 결과물입니다.

3부 : 얽힌 실타래를 풀며

홀리 헌던 & 맷 드라이허스트 作 <xhairymutantx>

3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선사하는 희망찬 기대감에 가려진 사회 구조적 · 윤리적 문제를 직시하고 담론화한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왜곡하여 모순을 꺼내놓기도 하고, 그 결과물을 찬양하는 방식으로 기술의 문제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2024년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xhairymutantx> 작품은 인공지능 모델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학습'에 대해 탐구한 프로젝트입니다.

비치된 키보드를 통해 주요 키워드들을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에 맞는 그림을 인공지능이 만들어 주는 것인데요.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들은 프로젝트 갤러리에 저장되어 인터넷상에 퍼지고, 다시 인공지능 데이터의 일부가 됩니다.

신승백, 김용훈 作 <사(Mou ta n)>

다소 소름 끼쳤던 이 작품은 인공지능의 객체 인식 능력의 한계를 살피는 작업이었습니다.

'산(山)' 이미지를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띄워 놓고, 인공지능이 이것을 '산'이라고 인지할 수 없을 때까지 이미지를 지워나갔는데요.

결과적으로 사람도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대부분의 이미지를 지워서 공백으로 만들어야만 '산'임을 인지하지 못하였습니다.

인공지능의 인식 능력이 굉장히 우수하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선 상당히 소름 돋았습니다.

노상호 作 <홀리>

노상호 작가의 <홀리> 작품은 2022년부터 이어져 온 연작입니다.

동시대 미디어 환경을 크게 변화시킨 생성형 인공지능을 작업에 도입한 결과물입니다.

작가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어진 이미지들의 불완전하고 비논리적인 모습에 주목합니다.

불타는 집 앞에 세워진 커다란 눈사람과 개의 얼굴을 한 토끼의 모습 등입니다.

그리고 작품들 앞에 설치된 빈티지 옷장은 그림을 그린 후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마치 종교적 제단과 같은 모습을 의도하였습니다.

전시장에 비스듬히 세워진 모습이 마치 온라인 게임 속 글리칭(Glitching) 현상, 즉 기술 오류로 인해 장면 속 요소가 기이하게 뒤엉킨 상황을 재연한 결과물입니다.

4부 : 부유하는 예술

마지막 4부는 2전시실에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예술과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보여주고 있는데요. 예술에 있어 인공지능의 지위와 역할을 '그것이 예술이냐 아니냐'와 같이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유하는 예술'이라는 관점을 제안하여,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작품은 작가가 표현한 의미와 목적으로 떠오르고, 기술 위에 예술로써 부유합니다.

목적에 맞게 사용된 기술은 스며들고 침잠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저 작품만이 남는 것이지요.

오묘초 作 <누디 헬루시네이션 1~3>

커다란 거울 앞에 세워진 투명한 유리 작품 3점은 '타자 간의 기억의 전이'를 표현하였습니다.

뇌세포 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기억 이식에 성공한 바다달팽이 실험에서 착안하였는데요.

바다달팽이를 지성체(知性體)이자 수서인(水棲人:물 속에 사는 사람)으로 상상하여, 그 형태를 유리 조형으로 표현했습니다.

유리 작품을 받치고 있는 고강도 스테인리스 구조물은 유리 작품과 상반된 재질인데요.

투명하고 힘을 가하면 깨지는 유리, 그리고 단단하고 불투명한 스테인리스, 특성은 완전히 다르지만 고온에 다다르면 끈적한 액체로 변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이 작품에 의도된 부분입니다.

히토 슈타이얼 作 <파워 플랜츠>

마지막으로 본 작품은 파워(Power)가 모든 디지털 기술의 필수 조건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화면에 자연 모습을 반복적으로 송출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전시는 요즘 떠오르는 이슈인 AI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

실제로 전시실을 가보면 훨씬 많은 작품들이 있으므로, 도슨트 설명도 함께 듣고 작품 설명도 읽어보면서 심층 감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올겨울 내 진행될 [예술과 인공지능] 전시에 많은 관심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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