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민 건강강좌 “건강한 비만 예방과 관리”
비만, 그 너머의 진실
동국대학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
외부 활동이 점점 줄어드는 추운 겨울, 고양시 시민건강강좌에서 비만예방 및 관리 팁을 시민들에게 전해드리고자, 11월 07일 목요일 오후 3시 고양시 일산서구청 2층 가와지대강당에서 “건강한 비만 예방과 관리”라는 주제로 강좌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강사로는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님을 모셨습니다. 얼마 전 유퀴즈라는 유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자주 TV에서 건강이슈와 관련하여 뵈었던 분을 현장에서 보니 무척 신기하였습니다.
고양시에서 25년 넘게 비만전문의, 대사질환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오상우 교수님은 고양시에서 온 청중들이 자신에게는 편안한 이웃이라 생각한다며 반갑고 살가운 인사말로 강좌를 시작하였습니다.
침팬지와 나의 유전자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식물하고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18%, 곰팡이와는 26%, 초파리와는 44%, 쥐와는 92%, 침팬지와는 98%가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 동식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밝히는 것이 인간의 유전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흑인, 백인, 황인의 경우 피부색의 차이가 있지만 실상 인간의 유전자는 별 차이가 없으며 일조량 등 환경의 이유로, 내 유전자가 환경에 맞추어 생존할 수 있게 적합한 단백질을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실례로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중 한 형제와 자매만 비만이 되거나 암이나 백혈병을 걸린다던가 하는 차이가 있는데, 환경, 운동여부, 섭식차이, 생활습관 등등 개인이 지닌 내외부의 환경에 따라 자신이 지닌 유전자의 설계에도 신체가 다양하게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후성유전학이라 부릅니다. 비만 역시 우리 몸의 유전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강력한 유전자를 거스를 수 있습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데 이렇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가 왜 지금까지 인류에게 지속되었을까요? 과연 비만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거 원시 시절 인간 역사의 대다수 시간은 늘 배고프고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먹을 게 부족했던 시절, 인간은 섭취한 음식과 에너지를 몸속에 보존하는 능력을 몇십만 년 동안 오랫동안 키워왔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식습관과 환경이 개선되고 살이 찌기 시작한 건 불과 1~200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지금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비만 유전자가 있습니다. 비만 유전자는 살을 찌게 만드는 나쁜 유전자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오랫동안 키워온 소중한 유전자입니다.
제 나이 또래가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어려서 많이 못 먹고살았는데 특히 고기의 지방이나 참기름 같은 걸 먹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라온 저의 몸은 지금 피 속에 떠다니는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제 아이는 풍부한 먹을거리 속에 살았기 때문에 지방분해능력이 저보다 뛰어납니다. 같은 유전자를 이어왔지만 불과 한 세대 만에 이런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같은 식구, 같은 환경 속에서 같은 음식을 먹어도 부모와 자식의 질병 유병률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특히 어린 시절 잘 못 먹고살았던 중장년의 경우, 식생활이 개선된 지금 비만과 같은 각종 대사질환에 젊은 사람들보다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더욱 각별히 음식 섭취에 유의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율을 데이터로 모아 지도로 만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대도시나 수도권 등 인구가 많은 지역이 비만이 많을 것이라 예측했었는데 실제 비만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위 강화도, 2위 강원도, 3위 제주도였습니다. 공기 좋은 산골에 좋은 먹거리가 많은 동네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나 분석해 봤더니 이동이 불편한 환경으로 주민들이 쉬이 걸어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한 채 한정된 공간만 이동하면서 동시에, 짧은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차량을 많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비만율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방의 누명? 탄수화물은 비만의 적?
유튜브 속에 나오는 의료전문가, 의사의 정보는 잘 걸러지지 않습니다. 또한 최근 방송에서 그동안 기름이 억울했다, 기름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며 과대광고나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본 환자들의 실제 사례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지금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정보를 걸러 보어야 한다 합니다.
최근 ‘탄수화물은 비만의 적이다. 탄수화물을 먹으면 살이 찐다’라는 오해가 엄청 많아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체의 가장 중요한 장기는 뇌입니다. 뇌는 우리 장기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데, 여기에 쓰이는 포도당은 탄수화물을 분해해서 만들어집니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으면 그나마 포도당을 얻을 수 있는 신체의 근육에서 뽑아 쓰기에 결국 기초대사율 등을 떨어뜨립니다. 결국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이 빠지는 것이며 기초대사율이 떨어져 다시 살이 찌며 건강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탄수화물과의 전쟁을 선언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그런 적이 없습니다. 다만 설탕과의 전쟁을 선언한 적은 있습니다.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하루 일반 식사량 중 50%는 탄수화물이어야 하며, 이왕이면 흰쌀밥보다는 잡곡, 흰 빵 보다는 통밀빵,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좋습니다. 현미는 좋습니다. 그러나 현미만 너무 먹으면 여성의 경우 몸에 있는 칼슘을 빠져나가게 만들기도 하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모든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떤 다이어트든 살을 뺄 수 있습니다. 다만 건강하고 현명한 다이어트를 해야 합니다.
다이어트의 팁을 드리자면
(1) 몸무게를 따지지 말라. 한국인의 다이어트 실패 1순위는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살이 빠지지 않습니다. 체중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2) 체지방률 측정기는 부정확합니다. 기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측정기를 사용하기 전 측정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신체 상태를 측정에 걸맞게 맞춰놔야 하는데 무턱대고 측정하고 관련 정보를 분석하는 게 문제입니다. 또한 지방이 체내에 쌓이면 복부뿐 만 아니라 간하고 근육에 쌓이는데 복부지방보다 이 간하고 근육에 쌓이는 지방이 건강에 더 해롭습니다. 이런 지방은 측정하기가 어려운데 간단한 방법으로는 허리둘레가 감소하였는지를 주로 봅니다.
(3) 지방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전부 다 다릅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아랫배, 허벅지의 지방은 몸에 이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이 가장 먼저 빼고 싶은 부위가 바로 아랫배와 허벅지이겠지만 이곳에 찐 지방은 몸에 무해합니다.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진행하였을 경우 가장 먼저 빠지는 살은 내장지방으로 허리둘레가 감소합니다. 종종 얼굴살이 먼저 빠지는 사람은 근육이 빠지는 경우로 근육 손실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다이어트가 제대로 된 사람은 허리둘레(뱃살)이 빠지는 거지, 얼굴이 먼저 빠지는 건 문제입니다!
체중, 체지방, 허리둘레 중 어느 것이 중요할까요?
사진 속 근육질 남성과 전체적으로 뚱뚱한 사람,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나온 사람 중 건강에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위험도는 근육질 남성 > 팔다리가 가는 복부비만 > 전체 비만 순입니다. 의외죠?
근육질 남성의 경우, 체내에 지방세포가 너무 없으면 피 속의 지방을 청소해 주는 신체기능이 떨어져 동맥경화 등 다양한 대사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사람은 몸의 대사도 안 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신체기능이 떨어집니다. 상대적으로 전체 비만의 경우 앞서 말한 사람들보다 낫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건강한 상태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칼로리 순서 : 단백질 = 탄수화물 > 지방
포만감 순서 : 단백질 > 탄수화물 > 지방
단백질은 포만감을 가장 많이 일으킵니다. 그러나 맛이 없습니다. 단백질 파우더를 드셔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지방은 배부름을 안 일으킵니다. 그리고 지방은 대사 반응도 얼마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방은 효율적으로 신체에 금방 축적되고 지방의 냄새는 혀와 뇌에 작용하여 식욕을 더 자극합니다. 비빔밥에 참기름을 넣어 먹는 것과 비빔밥에 물을 뿌려 먹었을 때의 맛 차이를 생각하면 됩니다.
단백질을 먹을 때는 탄수화물과 같이 먹어 전체 칼로리를 줄이고 자신도 모르게 섭취하는 지방을 줄여줘야 합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같이 섞어 먹어야 며칠 후가 되면 위가 줄어들어 많은 양을 먹을 수 없게 됩니다.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오토파지 이론)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까요?
중고등학교 학생들 중 주 5회 이상 아침식사 결식한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섭취한 친구들을 10년 전부터 계속 데이터를 추적해 보니 삼시 세끼를 다 먹은 친구들의 허리둘레가 가장 날씬하였습니다.
아침을 안 먹으면 우리 몸의 메커니즘이 전부 다 흔들립니다. 아침을 안 먹고 점심 저녁에는 보상으로 짜고 매운 것을 먹거나 많이 먹거나 등으로 대체되는데, 대신 삼시 세끼를 먹을 때 칼로리를 조절해서 먹어야 하며 아침에는 미량(빵 한 조각)만 섭취해도 점심에는 뇌에서 덜먹게 됩니다.
한 끼를 굶으면 뇌에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이후 섭취된 음식물은 내장지방 축적(쿠싱 증후군 ; 스테로이드 복용 환자들과 증상 유사)이 훨씬 쉬워집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건 금물!
술이 들어가면 지방분해를 방해하게 됩니다. 음주는 식욕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본 알코올중독자들은 왜 모두 말랐을까요? 지나치게 술을 많이 먹게 되면 뇌의 식욕 조절 충주를 파괴하여 결국 나중에는 술만 먹게 됩니다. 다이어트 과정에서 술은 절대 금물입니다.
담배를 피면 살이 빠집니다. 단 몸무게는 빠지지만 내장지방이 많아집니다. 담배는 끊고 나면 입에서 보상을 찾게 되어 금연과 함께 비만관리도 함께 해야 합니다.
다이어트 궁금해요!!
질문 시간
Q. 유산소? 무산소?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나요?
어떤 운동을 해도 되지만 숨이 가쁜 운동을 해야 합니다. 내장에 있는 지방, 피부밑에 있는 지방을 분해하려면 산소가 있어야 합니다. 산책하듯 걷는 걷기가 아니라 빠른 걷기가 필요합니다. 10분씩 걷기 3번으로도 신체에서는 기초대사량이 높아져 하루 종일 살이 분해되는 효과가 높아집니다.
운동으로만 살을 빼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대신 뱃살은 빨리 줍니다.
다이어트로 장내 세균(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드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내 세균은 물론 좋은 균이긴 한데 위와 소장을 거치며 아주 일부만 대장으로 도착하며, 대장에서 이 균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없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장내세균 제품을 먹을 때에는 채소와 섬유소, 물 등을 많이 마셔야 효과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Q. 노화와 복부비만는 상관이 있나요?
나이가 들면 성장호르몬이 저하되고 근육의 기능 역시 저하됩니다. 이 과정에서 근육이 손실됩니다. 특히 50~60세는 단백질을 매 끼니 섭취해야 합니다. 식물성단백질이라고 한 가지만 고집해서는 안 되며 다양한 형태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합니다. 중장년의 어른들이 매 끼니 섭취하는 이유는 단백질이 생각보다 소화가 안 되어 많은 횟수를 섭취해야 합니다.
Q. 고도비만의 경우에는 꼭 주사나 약 처방을 받아야 할까요?
과거 약과 주사는 마약류가 있었으나 최근의 약들은 이런 부작용 없이 효과가 좋은 게 많습니다. 다만 효과가 좋은 만큼 체지방이 잘 빠지나 다만 근육 손실이 너무 커집니다. 절대 과용하지 말아야 하며 고도비만이 심각한 경우 의사와 상담을 통해 진행해야만 한다. 향후에는 부작용이 없는 좋은 약이 곧 나올 것 같지만 전부 엄청 고가입니다. 물론 이런 주사나 약 처방 역시 결국 운동과 식사 관리를 같이해야 합니다. 비만과 다양한 대사질환 환자를 봐온 의사로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약을 안 써도 살은 잘 빠집니다.
Q. 운동 후 콜라를 마시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혈당을 빨리 높여서 운동 후의 효과를 다 날립니다.
Q. 갱년기와 비만이 관련이 있나요?
여성들은 남성호르몬, 여성호르몬이 같이 나오는데 갱년기 이후 남성호르몬만 더 높은 수준으로 체내에 남게 됩니다. 이는 여성의 몸을 지키기 위한 작용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많이 노출되면 유방암 등 다양한 여성 질병률이 높아집니다. 폐경 때 남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지면 중년 남성처럼 복부비만이 똑같이 생깁니다. 또한 수면장애, 우울 등 어려움이 많이 발생하는데 갱년기 때에는 정신건강과 함께 비만, 뱃살관리를 많이 해야 합니다.
Q. 계단 오르기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나요?
계단 오르기는 효과가 좋습니다. 다만 계단 내려가기는 효과가 없으니 내려갈 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불면증이 비만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수면시간이 적어질수록 식욕 조절 호르몬이 흔들립니다.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도 발생하는데 노화가 발생할수록 체내에 있는 생체시계가 당겨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어른들은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게 되는데 결국 이런 생체시계의 적응에 자연스러워져야 합니다. 그러나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당겨진 생체시계에 적응을 실패하면 불면증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힘들더라도 최대한 수면제 등 약에 의존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일찍 자는 훈련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강한 햇볕을 쬐는 걸 추천합니다.
Q. 설탕 대체물, 제로 제품 (제로콜라)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나요?
이쪽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다이어트 등 다양한 제품과 관련해서 문의와 의뢰가 많이 들어옵니다. 제로콜라 역시 마찬가지인데 당시 데이터 분석을 통하면 제로 제품 등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뇌는 포도당을 항상 요구합니다. 과거에는 음식을 소화시켜 만들어진 포도당이 뇌에 들어갔으나 최근에는 과자나 다양한 단 음식 등 별도로 섭취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 보상 차원에서 단 음식을 뇌가 당기게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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