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연금’을 아시나요?

여주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두레 태양광발전소’

햇빛 농사로 마을 연금을 만들어 농촌 회생의 길을 연 곳이 있다. 수익은 월평균 1,000여만 원. 마을 주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과다. 신재생에너지 자립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주 구양리를 찾아가본다.

글. 두정아 사진. 김성재


모두가 주목하는

구양리 ‘햇빛 연금’

북쪽에는 남한강이, 서쪽에는 양화천이 흐르는 여주 세종대왕면 구양리. 바로 옆 동쪽에는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명당이라는 세종대왕릉이 자리하고 있다. 67가구의 작고 조용하던 구양리에 최근 들어 외부 방문객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의장이 방문해 주민을 격려하는가 하면, 전국 지자체에서 선진지 견학을 오기도 한다. 바로 지역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여주 구양리 ‘햇빛두레 태양광발전소(이하 햇빛 발전소)’ 덕분이다.

구양리 ‘햇빛 발전소’는 마을 내 부지에 상업용 태양광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공유하는 마을 주도 사업이다. 주민 전체가 참여하고 100% 소유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동의 자산 등을 활용해 추진한 1MW 규모 상업용 태양광 사업은 이번이 국내 첫 사례다. 수익은 무료 식당과 자체 운행 버스 등 마을 복지에 전액 사용된다. 지역 경제와 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농촌의 발전 가능성을 이룬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11월 구양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햇빛 발전소’ 준공식에는 이충우 여주시장과 우원식 국회의장, 위성곤 국회의원, 박두형 여주시의장 등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마을 주민이 단합해 보조금 없이 자체적 힘으로 이루어낸 이번 준공식은 대단한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충북 제천시의회와 경기 지역 시민에너지협동조합, 경기도 광주 퇴촌면과 경기도 포천시, 충남 태안군, 충남 홍성군 원천마을,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등 다양한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이 구양리로 견학을 다녀갔다.

‘햇빛 발전소’는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에 선정된 후 구양리 내 마을 창고와 체육 부지, 농지 등 총 여섯 곳에 태양광 시설이 설치되어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총 16억 7,000만 원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 없이 전액 융자와 자부담으로 사업비를 마련했다.

마을 주민 누구나 무료로 식사할 수 있는 구양리 새마을식당. 햇빛 발전소 수익으로 운영된다.

구양리 ‘햇빛 발전소’는 마을 내 부지에 상업용 태양광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공유하는 마을 주도 사업으로,

주민 전체가 참여하고 100% 소유한다.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의 시작

이현 구양리 마을 사무장은 평일 아침마다 버스 신청 전화를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행복버스’는 주민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주로 차량 운행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단골이다. 또한, 구양리에서는 주민 누구나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마을식당도 있다. 모두 ‘햇빛 발전소’로 이룬 수익으로 운영된다. 추후 마을 행사를 지원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도 구상 중이다.

성공적인 마을공동체의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만, 주민이 생산의 주체가 되는 만큼 여러 관문을 거쳐야만 했다. 주민들의 의견 취합이 우선이었다. 구양리햇빛두레발전협동조합의 감사이자 구양리 새마을지도자인 전주영 씨는 “태양광에 대한 잘못된 지식과 정보, 오해와 편견 등을 넘어서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주민 대다수가 태양광에 대해 잘 모르셨고, 전자파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있었죠. 교육을 통해 태양광 발전소의 전자파는 TV 전자파보다 적은 양이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과연 사업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마을 재원을 활용하기에 상황이 좋았어요. 수계 지역 주민지원사업으로 땅을 매입해 농산물 보관 창고 4개를 지어 놓았고, 풋살구장 등 마을 공유자산이 많았습니다. 5호와 6호기가 설치된 땅은 새로 매입한 것으로,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길이 우리 마을로 지나감에 따라 받은 보상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죠. 향후 주민들의 집에 태양광을 설치해 개개인의 소득도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전력 도매가격을 지칭하는 계통한계가격(SMP)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발급하는 공급인정서(REC)를 합한 값으로 수익이 결정된다.

“아직 REC를 못 받아서 정확한 책정은 어렵지만, 대략적으로 지난해 5월 기준 3,460만 원, 11월 기준 1,670만 원 정도 됩니다. 비나 눈이 많이 내려 해가 많이 들지 않은 경우는 좀 낮게 나오기도 하지요. 그래서 맑은 날씨가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구양리라는 마을 이름에 볕 양(陽)자가 있는 만큼 운명인가 싶기도 합니다.”

구양리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는

우리 생활 속에서 주로 사용되는 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 에너지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는 태양광 에너지와 풍력, 수력 발전 등 다양하다.

평균 초속 4m/s 이상으로 부는 바람이 필요한 풍력 발전이나 강 혹은 호수에 설치할 수 있는 수력 발전과 달리, 태양광 발전은 유휴지를 활용할 수 있어 농촌에 적합하다.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구양리의 성공 사례가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해보이지만 전주영 씨는 “진짜 중요한 요소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태양광 발전소가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지만, 너무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보기를 원합니다. 기업들이 빨리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자는 목소리도 있어요. 하지만 농촌 주민으로서 이건 삶의 문제입니다. 거대 자본이 땅을 사거나 임대를 해서 사업을 늘려 가면 농촌 주민들은 소외되고 터전을 잃을 위험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주민에게 복을 가져다 줄 수도 있지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는 거죠. 지금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인데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에 떠밀려서 주민들이 쫓겨나느냐 마느냐, 생존이 걸린 문제예요.”

그는 “대부분의 농민이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고 임대를 통해 농사를 짓는 만큼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빨리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상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양리의 태양광 발전소 사례가 주목받는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여주시는 구양리 ‘햇빛 발전소’의 운영 사례처럼 농촌 지역의 에너지 불평등을 해소하고 마을의 수익이 증대될 수 있도록 국비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 10인 이상이 협동조합을 구성해야 하며, 총사업비의 80%까지 저리(1.75%)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는 최대 1,000kW 미만으로 설치할 수 있다.

(왼쪽부터) 전주영 구양리 새마을지도자, 이현 구양리 마을 사무장

{"title":"‘햇빛 연금’을 아시나요?여주 구양리 마을공동체 ‘햇빛두레 태양광발전소’ [2025년_1월호]","source":"https://blog.naver.com/yeojuhangul/223713603552","blogName":"여주시블로..","domainIdOrBlogId":"yeojuhangul","nicknameOrBlogId":"여주한글","logNo":223713603552,"smartEditorVersion":4,"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meDisplay":true,"line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