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림作, 통영항

'코발트 블루', '바다의 화가'하면

떠오르는 분이 있죠?

바로 통영 출신 작가 전혁림 선생님입니다.

통영의 바다를 마주하게 하는

푸른 청색, 전통 오방색과 함께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청년화가라 불릴만큼

열정적인 작업 활동을 했던 전혁림 선생님!

한국 미술사에 크나큰 발자취를 남기신

전혁림 선생님을 기리고 예술의 정신을 이어가는

전혁림 예술제가 올해로 열 번째를 맞이했습니다.

2024년 올해 전혁림 예술제는

처음으로 전혁림 선생님의 기일에 맞추어

열리게 되어 더 의미있는 자리였는데요.

저는 통영시 SNS기자단으로

제10회 전혁림 미술상의 수상작가로 선정된

하태임 작가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설레는 하태임 작가님 팬의 마음 +

미술상 수상 축하의 마음 가득 담아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하여 문답형식으로 전해드리니

함께 자리에 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하태임 작가님,

수많은 파란색을 가진 이 동네,

통영에서 나고 자란 김도윤이라고 합니다.

오늘 SNS기자단 인터뷰어로

이 자리에서 뵙게 되었는데요.

평소 작가님의 작업을 관심있게 보던 팬의

입장으로 이렇게 마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Q. 하태임 작가님이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만곡(활 모양처럼 굽은)의 형태를 띈

'컬러밴드'에 덧칠과 반복 작업을 통해

색을 중첩시키고, 다양한 색을 조합하며

나타나는 색채의 조화를 추구하는

하태임 작가라고 합니다.


Q. 저는 평범한 회사원이라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입장으로서,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뒷이야기가

궁금한데요. 평소 작업하실 때의

루틴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A. 요즘 그리는 작업들은 색이 주인공이고

다른 것들은 부수적인 조연들이에요.

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끄러운 화면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우선 캔버스를 준비하게 되는데 석회 성분이

들어간 '젯소칠'이라는 준비 과정을 진행합니다.

하얀 젯소를 열 번 정도 칠하고, 물사포로 갈고,

말리는 과정이 열 번 정도 반복되다 보면

마치 아기 궁둥이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 화면을 갖게 되어요.

며칠 간의 준비 과정이 끝나면

이제 주인공 색을 잡고 그 색이 가진 감성을

어떻게 끌어낼 지 결정한 후,

첫 번째 색을 올리게 됩니다.

Q. 작가님의 현재 작품 세계 속

'색이 주인공'이라는 말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작가님의 예술 세계는 어디서부터

출발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유학 시절 언어 소통의 어려움도 있지만..

저희 아빠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하태임 작가님 가족사진 속 아버지

한국추상화 1세대 故하인두 화백

사랑하는 아빠와의 이별로

완벽한 소통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며

'소통이란 무엇일까'라는 자기 질문을 하게 되어요.

이후 저는 소통의 도구인 문자와 언어를

그리는 작업을 한동안 했었어요.

하태임 작가作, 무제(1996)

하태임 作 (좌) Un Passage (1997), (우) Un Passage(1998)

그 문자를 그리고 또 애써 지우고,

그림 문자를 이렇게 계속 겹쳐서

문자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다가

어느 순간 '진정한 소통은 문자와 언어,

혹은 어떤 지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에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요.

잭슨 폴록作, One: Number 31 (1950)

그때부터 잭슨 폴록(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적 대표자)처럼 붓을 붙잡고 굉장히 거칠게

문자와 언어를 지워내는 작업을 해요.

하태임作, Un Passage (1998)

글 위에 색을 덧입히는 게 지우는 행위가 되고

다시 그리기로 치환이 되는 거예요.

그 순간 컬러 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어떤 것을 묘사하려는 의도를 다 없애버리고

컴퍼스처럼 제 몸을 축으로 해서

인체를 고스란히 캔버스로 담아내는,

만곡의 패턴으로 휘어진 띠가 되거든요.

그래서 제 그림을 보시면

이런 휘어져 있는 띠들이 분명하게,

계속 똑같이 나와요.

Q. 그럼 하나의 띠를 그려내는 작업은

얼마의 시간이 걸리나요?

A. 이 밴드 하나를 칠할 때 하루에서

이틀 걸리거든요. 아크릴 물감으로 선 하나를

칠하고 1시간 정도 말리고 다시 와서 또 칠하고...

많게는 12회 정도 칠해요.

제 그림에는 시간적 행위의 중첩이 쌓여

궤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 제 그림이 되죠.

그래서 그리는 의도는 다 빠지고,

색만 남아있게 되어요.

전 행위가 단순해지고,

색깔이 다양해졌을 때 그 울림이

더 클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금 작업을 하고 있어요


Q. 아, 작가님의 작품을 보며 사실 사람이나

풍경이 담긴 그림은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위안과 힘을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작품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올해 전혁림미술상을 수상하였고 또

작품을 직접 볼 수 있길 정말 '고대'하고 있는

팬의 입장으로 내년 전혁림 예술제에 있을

작가님의 전시가 정말 기대되는데요.

혹시 구상하고 계신 전시 내용이 있다면

살짝 먼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A. 전혁림 선생님을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존경해왔고 화가셨던 아버지도

전혁림 선생님의 작품에 대해서 한국적인 색깔과

독자적인 추상 세계를 발전시키는 분이시라고

늘 말씀을 하셨었어요.

그래서 이번 전혁림 예술제에서 상을 받게 되고

또 전시까지 하게 되어 감사하고 또 영광이에요.

내년 이곳 통영에서 제가 미술작가로서 어떻게

걸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고

저의 옛날 작품들부터 모아

시리즈별로 가져오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Q. 작가님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정말 기대됩니다.

끝으로 조금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만약! 세상에 모든 미술 작품이 사라지고

딱 한 작품, 혹은 한 시리즈만 걸려 있다고

상상했을 때, 어떤 그림이 걸려 있길 바라세요?

A. 제 작품이어도 되죠? (웃음)

(- 당연하죠!)

A. 제 작품 중 '블루와 핑크가 만났을 때'라는

시리즈가 있어요.

파란색은 저에게 '그리움'이고

'다다를 수 없는 이상'의 인상을 갖고 있어요.

아버지가 많이 쓰시던 색깔이 또 블루라

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하인두作, 밀문(1978)

하태임作, Un Passage No.202004(2020)

코로나 시기에 그리움, 이상을 담은 블루가

핑크와 만나니 새로운 상황이 연출되었어요.

저에게 핑크는 화해의 색이에요.

어린 시절 가졌던 핑크색에 대한 삐뚤어진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되며

내면에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만약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전시관에

딱 하나의 시리즈만 걸 수 있다면

내면과의 화해가 담긴 핑크색,

그리움이 담긴 파란색의 작품을 걸고 싶어요.

인터뷰어 도윤

끝으로...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저의 엉뚱한 질문에도 작가님의 진중한 생각을

전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꼭 다음 전시 때 통영에서 뵐 수 있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정한 하태임 작가님과의 인터뷰

짧은 시간이었지만

하태임 작가님의 작품 세계와 걸어온 발자취를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년 전혁림예술제에서의 전시도

진심으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겹겹이 쌓인 초록의 풀들이,

머리 위엔 닿을 수 없을 정도로 푸른 하늘색이

더욱 마음 속 깊이 다가오는 하루가 되었네요!

색은 우리에게 환희와 감동을 안겨준다.

색채가 없는 세상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 전혁림 화백 -

통영 곳곳, 푸른 물결을 닮은

코발트 빛으로 남아있는

전혁림 화백의 발자취를 이어가는

제10회 전혁림 예술제

제9회 전혁림미술상 수상작가전 - 홍영숙 작가

2024. 5. 24. ~6. 2.

청년작가 조명전 - 김보람/김현숙 작가

2024. 6. 5. ~ 6. 15.

6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전혁림예술제에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하태임 작가님이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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