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고성여행_어쩌다 보니 발길 닿는 대로 겨울바다 여행
겨울바다에게.
나는 그동안 너의 존재를 잊고 살았어.
봄 햇살에 유난히 빛나던 에메랄드 색깔의 바다,
더위를 잊어보겠다고 찾아갔던 해변에서 느꼈던 생동감,
맑디맑은 가을 하늘 아래 잔잔하게 일렁이던 파도.
하지만, 그 순간 속에서 네가 그리웠던 적은 없었어.
그러다가 문득 코끝에 겨울이 닿았다고
느꼈을 때, 네가 떠올랐어
볼이 발개지도록 한없이 바라봤던 짙고 푸른 겨울바다.
왠지 울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네가 큰 소리로 대신 울어주었지.
그래서 염치없이 또 찾아왔어.
어쩌다보니 발길 닿는대로 너를 찾아
고성까지 오게 되었어.
겨울바다 투어 코스 (2023.11.24.)
백섬해상전망대 – 거진항 – 공현진1·2리 해변 - 카페 라오라나 - 천진해변
누가 몰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진한 빛깔의 바다
백섬해상전망대
바다는 역시 '겨울바다'라고 누가 그랬더라?
날씨가 따뜻할 때 한없이 투명한 푸른빛이더니,
바람이 차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파도도 거세지고 빛깔도 진해졌다.
그 무게감이 주는 아우라 때문인지
겨울바다 마니아도 많은 것 같다.
가을에 하도 단풍 구경을 다녔더니
바다를 찾는 것도 오래간만의 일.
백섬해상전망대를 찾아온 건
겨울바다의 웅장함을 한껏 만끽하고 싶어서다.
백섬해상전망대는 백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한다.
두발로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진다.
물결무늬가 깔린 길을 따라 전망대의 본체까지 걸어간다.
그 사이 파도 소리가 엄청난 진동으로 귓가에 와닿는다.
모자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추위.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장쾌한 바다 풍경은 그런 추위도 잊게 만든다.
조금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강화유리로 된 바닥 위를 걸어봐도 된다.
발아래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온다.
몇 미터 되지도 않는 구간이
마치 몇 백 미터는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백섬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전망대 난간 쪽으로 다가가 본다.
과거에는 잔돌이 많아 ‘잔철’로 불리다가
갈매기 배설물 때문에 하얘졌다고 해서
‘백섬’이라고 불리는 섬.
지금은 이렇게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이 되었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미도 달라지는 것 같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백삼해상전망대에서 0.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거진항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백섬에서 광활한 대자연의 바다를 만났다면,
이곳에서는 삶이 녹아든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명태, 여름에는 오징어,
가을에는 멸치잡이가 흥행했다는 거진항.
그 속에서 많은 어촌민의 시간이 흘러갔다.
바다를 닮은 강인한 삶이었다.
그렇게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항구를 바라보며
잠시의 나의 삶을 돌아보는 사색에 잠긴다.
겨울바다를 즐기는 다양한 방식에 대하여
공현진1·2리 해변
공현진항을 사이에 두고
쌍둥이처럼 나란히 자리한 해변이 있다.
바로 공현진1리, 공현진2리 해변.
공현진1리 해변은 TV프로그램으로 먼저 만났었다.
JTBC에서 방영된 음악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
바다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의 끝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곳이 바로 고성의 바닷가였다니.
방송을 통해 쌓아 온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해변가를 돌아다니다 보니 희한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언뜻 보면 잘못 세워진 컨테이너 같다.
하지만, 엄연히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품이다.
이름하여 Sky See Sea 바다 전망대.
조심스럽게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본다.
걸음이 왠지 조심스러워진다.
알록달록하게 채색된 통로를 지나면
삼면이 통유리로 된 공간에 이르게 된다.
겨울바람을 피해 실내에서 유리창 너머로
바다를 감상하는 일도 나름 색다르다.
바다가 담긴 유리창을 그대로 가져가서
집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
공현진항을 지나 공현진2리 해변으로 이동.
기다란 해안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신기하게 생긴 바위에 눈길이 닿는다.
바로 일출 명소로 소문난 ‘수뭇개바위’이다.
두 개의 바위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기 위해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이 발걸음 하는 곳이란다.
그 또한 얼마나 장관이려나.
누군가는 한적한 바닷가를 즐기고,
누군가는 아침 해로 붉게 몰든 바다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아늑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다를 좋아한다.
공현진리 해변에서는 다채로운 시각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남태평양에서 즐기는 겨울바다의 맛
카페 ‘라오라나’
가끔은 이질적인 감각이 일상을 환기해 줄 때도 있다.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남태평양’으로 가는 것처럼.
천진해변과 봉포해변 사이에
폴리네시안 감성의 카페가 있다고 해서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카페 라오라나는 펜션과 같은 건물 안에 있어서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전용 주차공간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한가한 시간에 펜션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천진해변 쪽에 차를 대고 걸어와도 된다.
‘라오라나’는 ‘폴리네시안 카페’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폴리네시안은 남태평양에 있는 하와이, 통가, 사모아,
아오테아로아, 피지, 타히티 등 6개의 섬을 일컫는다고 한다.
남태평양의 낭만과 환영이 있는 폴리네시안의
감성을 이곳 고성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찬 바람맞으며 바다를 보고 왔는데,
카페로 들어서니 따뜻한 남태평양의 어느 섬으로
순간 이동을 한 느낌이 들었다.
카페 안 테이블과 의자도 여러 형태로 배치해서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하도록 구성한 것 같았다.
어떤 이유로 왔든지 이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유의미한 경험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엿보였달까?
오늘의 여행 콘셉트가 겨울바다이니만큼
겨울바다를 닮은 음료를 찾으러 온 것이 나의 목적.
그래서 이 카페의 시그니처 음료인
고성 해양 심층수 빙하 에이드를 주문했다.
고성의 해양심층수를 모티브로 만든 이 음료는
고요히 수면 위에 떠있는
빙산의 푸르스름한 빛깔까지 표현해
보이는 그대로 겨울바다를 닮았다.
한 모금 마셔보니, 달콤한 소다맛이다.
입안에서 시원하고 상큼하게 감도는 게
겨울바다를 통째로 마시는 기분이다.
‘겨울바다’를 닮은 음료를 마시며
진짜 겨울바다를 바라본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는 기분이다.
남태평양과 고성의 앞바다.
그런 대비가 묘하게 설렌다.
잊고 싶지 않은 겨울 바다 감성
천진해변
카페를 나와 주차를 해 둔 천진해변 쪽으로 걸어간다.
시간은 저녁 5시, 날이 저물고 있다.
핑크빛 하늘 아래 파도가 천천히 춤을 춘다.
문득 내가 그동안 겨울바다의 매력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겨울바다에 보내는 편지를 썼다.
아직 겨울은 길고, 바다는 내내 그 자리에 있을테니
느긋한 마음으로 겨울바다 여행을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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