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4년의 달력도 이제 단 두 장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져 온다는 건 그만큼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죠.

예전보다 가을이 짧게 느껴지는 요즘이라 그런지 지금의 이 순간순간이 모두 소중하게, 그리고 조금은 느리게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 산다는 건 계절마다 다른 대비를 해야 하기에 1년이 무척 바쁘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삶의 다양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내 여름이나 내내 겨울이라면 다른 계절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가을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침부터 꽤나 부지런을 떨곤 합니다.

여름보단 늦게 뜨는 해 덕분에 출근길에 가을 햇살을 만져보기 위해 5분 일찍 나가기도 하고, 이젠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아도 되는 한낮엔 조금이라도 더 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부러 산책을 나가곤 하죠.

낭만 가을의 절정인 해가 질 무렵엔 가능하면 노을을 보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곤 합니다.

그리고 여느 계절보다 걷기 좋은 밤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친구, 가족과 밤마실도.

가을은 말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종일 걸어서 살이 찔 겨를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일 년 중 가장 걷기 좋은 계절 가을.

그중에서도 밤 산책은 추운 겨울이 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가을밤의 산책을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동네 산책은 밤 산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북구 매곡천 산책로입니다.

북구 매곡동과 신천동 일대를 흐르는 매곡천은 일대 주민들에겐 산책로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요즘 러닝 붐이 일면서 퇴근 후 러닝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시는 분들도, 애완견과 함께 천천히 가을밤의 여유를 즐기는 분들도 계셨죠.

빛과 물이 춤추는 매곡천. 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물이 흐르는 매곡천의 모습은 아직 볼 수 없다.

수량 부족으로 물이 흐르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는 매곡천이라 낮에 보게 되는 매곡천은 평범한 산책로 정도이지만 밤이 되면 낮과는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습니다.

산책로 중간중간 이렇게 반짝이는 조명을 설치해 두었기 때문인데요.

과하지 않고 은은하게 반짝이는 조명이라 요즘 같은 가을밤의 정취와 꽤나 잘 어울린답니다.

중간 지점에는 화양연화라는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이곳을 걷는 이들의 삶이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성한 정원이라고 합니다.

제가 산책할 땐 작은 연주회도 열리고 있었어요.

가을밤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연주 소리에 산책을 하던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함께 지금의 이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혼자 걷는 밤 산책도 좋지만 역시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걷는 시간만큼 행복한 시간도 없죠.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종일 있었던 하루의 이야기를 산책과 함께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예요.

가을밤은, 우리를 낭만에 빠져들게 하니까 말이죠.

낮에 걸었다면 그저 평범한 산책로였겠지만 가로등과 조명이 들어오는 곳은 밝게, 그렇지 않은 곳은 어둡게 보입니다.

그래서 낮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되는, 걷다가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게 되는 그런 밤 산책입니다.

거기다 매곡천엔 무려 정수기까지 있답니다. 산책하다 목이 마르면 시원한 물 한 모금만큼 달콤한 게 없죠.

매곡천 산책로가 좋은 건 바로 적당함입니다. 아무리 탁 트인 산책로라고 하더라도 어두운 밤 산책은 살짝 무서울 수 있죠.

하지만 매곡천은 너무 조용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시끌벅적하지도 않습니다.

각자만의 방법으로 밤 산책을 즐기는 다양한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죠.

함께 걷는 사람이 오래 걷기 힘들어한다면 중간중간 함께 쉬어주면서 걸어도 좋아요.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충분히 마련돼 있거든요.

근처에 공항이 있는 덕분에 이렇게 밤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볼 수 있는 풍경도 매곡천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요.

주변으로 상가나 아파트가 있어 누군가의 일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곳이라 산책을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깃 거리가 많은, 그래서 걷는 시간이 참 즐거웠던 매곡천이었습니다.

깊어지는 가을, 오직 가을에만 만날 수 있는 가을밤의 정취를 놓치지 마시길.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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