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도 식후경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닙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식도락(食道樂)을 빼놓고 여행을 논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음식 맛이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얼핏 전주를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 고수들은 순천. 구례. 곡성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지리산이 가깝습니다. 섬진강을 끼고 있어요. 그리고 너른 평야지대도 있어요. 게다가 바다를 접하고 있거나 강을 통해 바다와 연결돼 있습니다. 이를테면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음식 맛이 좋을 수밖에 없지요.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 음식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지만, 아직 곡성 음식에는 그런 지정학적 특성에서 오는 독특함이 남아 있답니다.

곡성에는 맛있는 음식을 들자면 한도 없지만, 곡성 아니면 맛보기 힘들고 어지간한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음식을 골라 '곡성 오미(五味)'로 아예 지정하였습니다. 곡성 가면 뭐 먹지? 이런 고민하지 마시고 오실 때마다 하나 또는 두 가지씩 두루두루 맛보세요.

곡성의 다섯 가지 맛

오미(五味)를 소개합니다.

■제1미 참게 매운탕과 은어튀김

■제2미 석곡 흑돼지 석쇠구이

■제3미 토란탕

■제4미 능이 닭곰탕

■제5미 곡성깨비정식

은어찜

제1미 참게매운탕과 은어튀김

압록 참게와 은어의 거리 형상물

섬진강 주변에는 4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참게. 은어 요리 전문점들이 즐비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참게와 은어의 거리'로 지정하였습니다.

참게 요리의 대표주자는 참게 매운탕입니다. 겨울과 봄에는 시래기, 여름과 가을에는 우거지를 깔고 들깨 가루와 된장을 풀어 갖은양념과 함께 국물을 냅니다. 거기에 섬진강에서 잡은 민물 참게 투척, 그렇게 해서 센 불에 끓이면 독특한 맛과 향을 풍기는 매운탕 국물이 만들어지죠. 이때 민물 참게는 등껍질만 떼어내고 몸통부터 다리까지 모두 먹을 수 있답니다.

참게 요리의 프리퀄 버전으로 참게 수제비와 참게 간장게장도 있습니다. 참게 수제비는 곡성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입니다.

참게 수제비

80년대까지만 해도 섬진강과 대황강은 은어가 지천으로 잡혔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은어 요리가 무척 발달했지요. 대표적인 요리가 은어 튀김입니다. 바삭하게 튀기면 먹기도 좋고 특유의 은어향과 식감도 살아 있어요.

은어튀김

그 밖에도 회. 회 무침. 구이. 찜 다양한 은어 요리가 있습니다.

은어구이 은어찜

참게와 은어 요리 전문점들은 주로 섬진강과 대황강변에 흩어져 있습니다. 동악산 북쪽을 흐르는 섬진강 주변에도 몇 집이 있고, 17번 국도 주변 식당과 압록 주변, 대황강 주변 식당 중 70% 이상이 전문 식당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2미 석곡 흑돼지 석쇠구이

광주와 순천을 연결하는 호남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70년대 까지는 석곡은 차량과 여객의 중간 경유지였습니다. 이를테면 고속도로 휴게소 역할을 했던 것이죠. 그때는 하루에 시외버스가 50대, 트럭 200대가 석곡을 거쳐갔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석곡 흑돼지 석쇠구이가 운전기사와 승객들에게 인기가 좋아, 하루에 800인분을 팔았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에도 흑돼지 석쇠구이는 명맥을 이어가며 오늘날까지 곡성 최고의 별미로 이름을 날리는 중입니다.

석곡면 소재지에는 네 군데 식당이 흑돼지 석쇠구이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최고급 돼지고기를 직화로 구워내면서 부드러운 육질과 쫄깃한 비게, 특유의 불 맛을 공통으로 각 식당마다 약간씩 다른 특징을 보여줍니다. 곡성에 올 때마다 한 군데씩 들러서 맛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제3미 토란탕

곡성은 국내 최대의 토란 생산지입니다. 품질에 있어서도 타 지역과 확실하게 차별되어 [곡성 토란]이라는 무형의 브랜드로 통용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곡성 토란은 알맹이도 굵고, 출하시기도 이른 편입니다. 전국 토란 생산량의 약 50%가 곡성에서 출하된다고 보면 됩니다. 토란은 열대작물이라서 일조량이 많고, 토질이 기름져야 잘 자라는데 곡성군 죽곡면이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는 곳입니다.

남부 지방에서도 별미로 여기는 토란탕은 곡성 아니면 맛보기 힘듭니다. 토란과 들깨가루를 주 재료로 만든 토란탕은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며, 건강에 도움을 주는 보양식품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토란탕은 곡성 섬진강 전통시장 부근 축협에서 운영하는 명품관과 주변 식당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제5미 능이 닭곰탕

능이버섯은 양식이 불가능하여 100% 자연산 버섯입니다. 향이 좋아 송이버섯 못지않게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능이버섯은 주로 깊은 산중 참나무 군락지에 자생하는데, 곡성 지역은 습도와 일교차가 능이버섯의 생장조건에 딱 맞아떨어져 다른 지역의 능이에 비해 향이 훨씬 진한 편입니다. 곡성에서는 능이버섯을 주로 닭백숙 또는 닭곰탕에 함께 넣어 먹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곡성 지역 몇몇 식당에서 이를 요리로 개발하여 손님상에 내고 있습니다.

능이닭곰탕은, 생닭을 초벌로 끓인 뒤 국물을 비우고, 능이를 넣고 육수를 우려냄으로써, 닭 고유의 비린내를 잡습니다. 소금이 아닌 간장으로 간을 맞춘 국물은, 능이버섯 특유의 향과 맛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냅니다.

제4미 곡성깨비정식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 낸 것처럼 푸짐한 깨비정식은, 곡성군에서 홍보대사인 강레오 셰프에게 의뢰하여 개발한 메뉴입니다. 곡성군의 특산품인 흑돼지, 토란, 멜론, 고추냉이에서 끌어낸 개성 넘치는 맛이 일품이며, 메인 요리인 흑돼지 석쇠구이는 흑돼지의 쫄깃함이 석쇠구이의 은은한 불향과 어우러져 더욱 맛깔스럽습니다.

알싸한 향이 스치는 고추냉이 물김치는 자칫 기름질 수 있는 입맛을 깔끔하게 정돈해 주며, 아기 멜론 장아찌, 감칠맛 나는 토란 된장국 또한 일품입니다.

곡성읍 3개 식당에서 깨비정식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기본 메뉴는 동일하지만 각 업소마다 저마다 독특한 맛을 선보입니다.

곡성 여행을 할 때마다 이들 세 식당을 돌면서 깨비정식 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곡성의 다섯 가지 맛과 함께 하는 식도락 여행,

곡성의 맛이 부디 행복한 여행으로 이끌어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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