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일 전
[제5기 봉화군 서포터즈] 오지 협곡을 굽이쳐 흐르는 '갈산천구곡길' -1편-
오지 협곡을 굽이쳐 흐르는
'갈산천구곡길'을
소개합니다.
1️⃣
흐르는 물굽이가 기묘하고 기암괴석이 아름다워 갈산천구곡이라 합니다.
구곡은 중국 무이산의 풍경이 아름다운 계곡 아홉 곳을 지정, 이름을 붙였고
5곡에 무이정사를 지어 후학을 가르친 데서 유래하였다 합니다.
봉화에는 춘양구곡과 갈산천구곡등이 있으며 갈산천구곡은 원시림 그대로 잘 보존이 된 곳으로 일월산과 청량산, 미림산의 물줄기가 모여 협곡이 만들고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입니다.
갈산천구곡길은 봉화군 재산면 갈산리 갈천정 정자부터 시작하여 낙동강과 만나는 합강 나루터까지 (10km) 계곡길로 9곡에서 7곡까지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로 포장이 되어 있으며 6곡부터 일곡 합강 나루터 까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옛 오솔길 그대로입니다.
갈산천 구곡길을 명호면 삼동리 황새마을에서 출발하거나 9곡 재산면 갈천정에서 시작하는 두 방법이 있으나 오늘은 황새마을에서 낙동강을 건너는 방법으로 걸어 보았습니다.
*황새마을에서 합강까지
황새마을에 차를 주차하고 합강 나루터까지 2km를 걸어가면 낙동강이 나오고 강을 건너면 갈산천구곡길 (1곡, 합강)이 시작됩니다.
황새마을에서 합강 나루터까지는 포장이 안 된 도로가 있어 사륜구동이 아니면 다닐 수 없으므로 합강까지 도보로 이동하여야 하며 낙동강을 건너기 위해서 줄 배를 이용하는데 겨울이라 꽁꽁 언 강을 걸어서 통과했습니다.
1곡 (합강)
겨울의 진객은 뭐니 뭐니 해도 하얀 뒤덮인 눈이고, 겨울 추위로 삭막하게 얼어붙은 낙동강입니다.
낙동강과 갈산천이 만나는 합강 얼음 위를 건너는 신비로운 체험으로 시작부터 즐겁습니다.
합강을 건너면 고향 집을 찾아 들어와 유일하게 한 분이 사셨는데 이사를 하셨는지 다시 빈집으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낙동강과 갈산천이 합해지는 곳이라고 합강이라 부르며 강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오가며 장사를 하고 재산에서 춘양장을 보러 가기 위해 이곳에서 배를 이용하여 건너다니는 나루터였습니다.
지금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평화롭고 한가로운 겨울 강변입니다.
하얗게 얼어붙은 겨울 강은 군데군데 바위들만이 작은 섬처럼 솟아 겨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물줄기와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상상해 봅니다.
2곡 (쉰담)
오래전 화전민 떠나버린 빈집엔 폐허처럼 아픈 목줄기 지붕 위를 감싸고 산골 굽이굽이 발밑에 차오르는 까마득한 날들이 마음 따라 걸어갑니다.
오랜 세월에 다듬어진 바위 밑으로 만들어진 소와 계곡은 하얀 얼음골입니다. 호젓하게 오지의 자연을 즐기며 길섶마다 터를 잡고 살았던 선인들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며 무엇보다 밭을 만들기 위해 쌓았던 돌담과 협곡으로 길을 만들기 쌓은 돌담들이 수십 군데, 고단한 삶을 살았던 화전민들의 애환을 더듬으며 시간이 멈춘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곡 쉰담이라 부르는데, 이는 돌담이 50개가 넘는다고 쉰담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3곡(토곡)
삼곡에는 예전에 옹기를 굽던 토굴가마가 있어 토곡이라고 불렀으며, 여기서 생산한 옹기는 합강 나루터를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버무려 가던 순수한 이 계곡에는 이제 다 떠나가고 누군가에게는 아련한 향수로 다가오는 곳,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은 깊은 오지로 트래킹 여행하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곳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따금 산새들 뒤따르고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며 호젓하게 자연 속에 그야말로 조용함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용소목이
하천물이 용가마같이 둥근 못을 몇 바퀴 회전하며 돌다가 흐르는 모양을 보고 불인 용소에는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명주실 2타래를 넣어도 끝이 닿지 않을 만큼 깊고, 아무리 가뭄이 들어도 이 용소에는 물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넓은 마당바위와 억 겹의 세월이 갈고닦은 바위들의 오묘함과 매끄러운 아름다움이 길손을 잠시 쉬어가라고 유혹합니다.
사곡(찬물내기)
골내골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한때는 17가구가 모여서 살았고 식수로 이용하는 샘물이 차갑고 가뭄이나 한겨울에도 마르지 않았다고 하여 찬물내기라고 부르고 있는 곳입니다.
구곡길 내내 기암괴석과 얼어붙은 물길이 진짜 자연의 절경을 만나는 곳이며,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길섶마다 터를 잡고 살았던 흔적들이 시간의 허물처럼 무너져 내렸고, 화전민 집터에는 초목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 쓰러진 산골 집에도 군불로 몸을 덥히고, 흙 마당을 쓸어주던 이 있었을 텐데, 삶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옛이야기 들릴 듯이 정겹게 다가오는 곳입니다.
돌담을 쌓아 만든 작은 밭은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을 쓸쓸함이 베여있고 사선으로 비치는 겨울 햇살에 봄이 머지않았음이 느껴집니다.
삶의 무게도 복잡한 마음도 두메 산길에 흘려보내고 오지의 고립감 속에 걸어가는 마음은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움을 주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자연 깊숙한 곳에서 시간이 늙고, 비와 바람과 물길에 풍화된 아름다운 산천 갈산천구곡길은
다양한 자연과 삶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오지 길로, 세상에 없는 특별함이 있고 우리를 강렬하게 유혹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2편에서 5곡부터 ~9곡까지)
*황새마을 : 봉화군, 명호면, 삼동2리 합강길 89 (화학 동경 노당)
🔹황새마을 가는 길🔹
*제5기 봉화군 서포터즈
류중천 님의 글과 사진입니다.
- #봉화
- #봉화가볼만한곳
- #삼동마을
- #합강나루터
- #명호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