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가을이 그리워진 적이 또 있었을까?

여름 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잘 버티어 냈습니다.

이젠 아침저녁으로 풀벌레,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가을의 문턱입니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맞는 봄이라 했던가요?

이번 가을은 여느 가을과 달리

마음껏 즐기고 싶습니다.

독서도 하고, 여행도 하고 등등

즐기고 싶은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만

무엇보다 올해 가을에는

명상과 사색으로 더위 먹은 마음을

먼저 추스르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색과 뷰멍 명소를 찾아 떠나봅니다.

직지사 ‘사유의 숲’을 알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지 않습니다.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더위를 피해 황악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직지사 경내에서 황악산 계곡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사유의 숲'이 있습니다.

처음일 경우 사유의 숲 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위에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사유의 숲 입구입니다.

처음 찾은 그때는 비가 온 뒤라 그런지

계곡물이 꽤 많이 흘러내립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나 혼자 걷고 있습니다.

물소리 새소리만 들렸을 뿐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습니다.

더우면 잠시 계곡물에

발을 담가 보기도 합니다.

물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차가운 그 감촉이 너무 좋았습니다.

홀로 걷는 사유의 숲은 그래서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지는 것

그것이 사색이라 했나요?

그러나 그날은 그저 멍하게

아무 생각 없이 걸었습니다.

조금 멍하게 걸었더니

나이테가 마치 팔정도 그림같이 보입니다.

정확히 여듭 갈래로 보이네요.

신기하지 않나요?

팔정도(八正道)

정견(正見), 정사유(正思惟), 정어(正語), 정업(正業),

정명(正命), 정정진(正精進), 정념(正念), 정정(正定)

그중에서 정사유는 아함경에서

삼독(三毒)을 다스리는 마음이라는데

탐진치 그 삼독을 없애는 것이

어디 만만한 것인가요?

그래서 그냥 멍하게

생각 없이 걸었을 뿐인데

홀로 걸어서인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혼자 멍하게 걷는 그 기분이 너무 좋아

가을의 문턱에 다시

사유의 숲을 찾았습니다.

사유의 숲 가는 길이

이전과 조금 달라졌습니다.

계곡을 건너는 농다리도 새로 생겼고,

계곡에서 흐르는 수량도 조금 줄었습니다.

이번에는 사유의 숲을 지나

직지사의 산내 암자 중 하나인

중암에도 들렀습니다.

암자가 그렇듯 직지사 서쪽

백운봉 중턱에 자리 잡은 중암은 조용합니다.

확 트인 전망이 좋아 가끔 들르곤 합니다.

그러나 중암에 들른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전망 좋고 혼자 명상(멍따)하기

좋은 곳이 있기 때문이죠.

중암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수미산방으로 가는 좁은 오솔길이 나옵니다.

초록빛 대나무가

산방으로 가는 길에 운치를 더합니다.

직지사 조실 관응 스님께서 수도하신 곳이라 합니다.

‘정진중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있네요.

오늘은 운 좋게 가림 막대가 내려져 있습니다.

산방 앞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습니다.

아니 그냥 앉아 있게 만듭니다.

잔뜩 낀 구름이 늦여름의 더위까지 식혀줍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가을이 오면

청량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명상 제대로 해볼 생각입니다.

한참 동안의 뷰멍을 마치고 내려옵니다.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바둑이가 보입니다.

반갑다, 바둑아~

지난번 법당 앞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내려올 때

마음이 무거웠는데

제법 생기를 찾았나 봅니다.

혼자 조용히 걷다 보면

평소에는 작게 느꼈던 인연들이

크게 느껴지곤 합니다.

다음에 올 때는 바둑이가

더 생기를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암에서 벗어납니다.

중암에서 천천히 걸어도

10여 분이면 내려오면

직지사의 또 다른 산내 암자

명적암이 있습니다.

명적암은 명상, 사색, 뷰멍 즐기기에 좋은 곳이라

직지사 템플스테이 필수 코스라고 합니다.

한적한 곳이라 조용하고 직지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다가

‘사유의 숲’에서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름이 잔뜩 끼었네요.

구름 낀 날 뷰가 이 정도라면

맑은 하늘이라면 어떤지 상상이 가시나요?

특히 명적암 화청루는 아침이 가장

이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확 트인 화청루에서

눈앞에 펼쳐진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저 멀리

어디론가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토해내고 나면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집니다.

걱정이 일면 ‘어라? 이뭣고?’ 하며

알아차리고 바라보면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을 이곳에서 하곤 합니다.

바로 이 맛을 즐기려고 자주 찾는

명적암 화청루!!

가을이 조금 더 깊어지면

혹독한 더위에 지친 마음을

이곳 명적암에서

즐기며 힐링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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