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이 오랜 시간 계속되다 보니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나 보다.

어느 사이엔가 가을이 성큼 와있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쌀쌀하지만 한 낮에는 가을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10월 둘째 주 주말, 안양천의 가을 속으로 들어가 봤다.

안양천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 가고 하는 모습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고 가고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주는 모습이 주말의 정취를 말해주는 듯했다.

억새 풀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거린다.

사진 찍기에 적당한 시간을 기다려본다.

그때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던 때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 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리 나는 곳으로 향했다.

기타 연주와 함께 따가운 가을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감상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다정한 노부부는 꼼짝도 하지 않고 노래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든다.

필자도 걸음을 멈추고 노래를 들었다.

조금은 구슬프고 애절하다는 느낌이다.

잔잔한 선율에 공감이 가는 가사가 가끔 즐겨 듣는 노래 중에 한 곡이기도 하다.

다음 곡으로 누군가가 큰소리로 ‘꼬마야’를 들려달라고 한다.

기타 연주자는 연주와 노래로 바로 응답한다.

청명한 가을 날씨에 안양천에서 듣는 생음악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리만큼 좋다.

음악에 취해 지나쳤던 형형색색의 백일홍을 만나러 갔다.

잠자리가 낮은 자세로 백일홍 꽃밭 위를 비행한다.

어디 앉기를 기다려본다.

앉을 듯 말 듯.

잠시 앉는가 싶어 살며시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시 날아간다.

얼마나 그랬을까? 조금씩 약이 오르기 시작한다.

벌도 조금씩 보인다. 다른 곤충도 보였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백일홍 꽃 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곤충에게 살며시 다가간다.

기다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러 본다.

고맙게도 잘 찍혔다.

백일홍 꽃밭 옆으로 미니 정원이 있다.

‘미소 정원, 매력 만땅 정원, 그린나래, 토끼 정원’ 등 정원마다 정감 있는 이름도 있으니 더욱더 의미가 담긴듯하다.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정원들이다.

남성이 미니 정원을 카메라에 담는다.

연분홍으로 물든 핑크뮬리도 인기가 많다.

그곳에서는 강아지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는 사람들, 연인들, 친구들 등 여러 사람이 주말을 즐기는 모습이다.

누군가가 자전거를 한 손으로 번쩍 든다.

그런 풍경을 놓칠세라 한 여성이 사진을 찍는다.

재밌는 순간이다.

친구들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고 한다.

맛있는 점심 식사를 끝내고 안양천 곳곳을 다니면서 재미있는 자세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얼굴 안 나오게 사진 찍어도 될까요?” 하고 물으니 좋다고 한다.

누군가는 날아가는 새를 찍기도 한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걸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젊은 두 여성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옆에는 늦은 점심으로 김밥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도 있다.

강아지와 보호자, 그리고 연을 날리는 모습도 보인다.

여러 장의 사진을 찍다가 필자가 “연이 높이 날리는 모습을 찍고 싶은데 안되네요.”

“그렇죠. 바람이 불어서 저도 자꾸만 날려보는 거예요.” 하면서 여러 번 반복해 본다.

그러나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허락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걸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강아지와 산책 겸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장미는 아직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서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계단에서도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앞에 보이는 안양천에서는 햇살에 반사된 물결이 잔잔한 듯 아닌 듯 조용하게 흐르고 있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적당히 불어온다.

약간의 더움을 느낄 무렵이면 그 바람이 더움을 시켜주기도 한다.

아빠가 한동안 아들에게 농구공을 멋지게 슛 골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은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뒤 드디어 슛을 넣는다.

보기 좋다.

그 뒤로도 한동안 계속되었다.

고양이도 여유롭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거나 피하지도 않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가도 그대로 앉아있다.

마치 멋지게 찍어 달라는 듯이 집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또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따라가 봤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두 여인이 보면대에 ‘장미’란 악보를 걸어놓고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었다.

익숙한 곡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가을 주말,

안양천을 찾은 사람들. 가족, 부부, 친구, 연인들 또 반려견과 함께 놀이도 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면서...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거나 음악을 듣고, 사진도 찍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는 듯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횡단보도 앞에서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장미를 닮았네요.~~~

저절로 흥얼거려졌다.

광명시 온라인시민필진정현순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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