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은 산세도 좋고 계곡도 아름답고 풍광이 유려하더니 함양읍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최치원 역사 공원은 1000여 년 전 하천의 범람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위해 상림을 조성한 고운 최치원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곳입니다.

전국에 최치원이라는 사람의 이름만 붙은 공원이 문경, 부산, 함양에 있으며 최치원이 흔적을 남긴 곳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최치원은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닫고 싶어서 전국의 곳곳을 여행했으며 자신의 글로 기록을 남겼을까. 토황소격문을 통해 이름을 날리고 신라로 돌아와 망해가는 신라를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전국을 유랑하였습니다. 국가나 조직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사실 책임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세상이 안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이들의 마음이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국가는 영원했을 것입니다.

걷다가 보니 거북 모양이라고 할까요? 돌이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이곳에서 그 자리를 지키려고 했던 전설의 동물처럼 보이는 돌들도 보입니다. 한 번 쓰다듬어 보고 다시 걸어갑니다. 상림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함양 척화비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함양 척화비에는 "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곧 화친하게 되니 화친을 주장함은 나라를 파는 일이다. 만년에 걸친 자손들에게 경계하노니 병인년에 짓고 신미년에 세운다."

오래전에는 물을 다스리는 치수는 무엇보다도 중요했습니다. 어떻게 물을 관리해야 하는지 백성들에게 난감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고운 최치원은 이곳에 와서 물을 관리하기 위해 상림을 조성해 두었습니다.

최치원은 백성을 사랑했고 자연 속에서 살았던 사람입니다. 백 권이 부족하다면 이백권을 읽었고 그걸로 부족하다면 천권을 읽었던 노력가이며 그 속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함양이라는 지역은 신라시대에는 천령군이라고 불렸었습니다. 천령군의 태수로 근무를 했었던 고운 최치원은 이곳에 인공림을 조성하였습니다. 위천강의 물이 함양읍의 중앙을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홍수의 피해가 많았습니다.

최초로 이곳이 조성이 될 때는 대관림이라고 이름을 지어 경관 보호, 재해 방비를 위한 숲으로 잘 보존되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중간 부분이 유실되어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림은 이제 옛 흔적이 사라져 버렸지만 상림은 당시 숲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숲은 전형적인 온대 남부 낙엽활엽수림으로 잘 보존되고 있어서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천연기념물 154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종합문화 예술축제 '천령 문화제’가 5월 9일부터 13일까지 상림공원 일원에서 개최됩니다. 올해 제63회 천령 문화제는 ‘천령의 꿈, 상림의 향기’를 주제로 9일 서막을 알리는 선비 행렬을 시작으로 고유제, 남성합창단 공연, 개막식, 축하공연이 이어집니다. 축하공연에는 박현빈, 빈예서, 서지오, 김나율, 손빈아 등 인기가수가 출연합니다.

살고 있는 곳에 이런 숲이 조성되어 있다면 매일매일을 거닐어도 지루하지 않을 듯합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수목원이 있기는 하지만 이곳에 비하면 풍경의 척도로 볼 때 미흡할 정도입니다.

봄의 색채로 살짝 가려져 있는 저 건물은 함양 함화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함양 읍성의 남문이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도시계획이라는 명목으로 총독부에서 강제로 철거하려고 했던 건물이었습니다. 1932년 함양 고적 보존회의 대표 노덕양 선생이 사재를 들여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합니다. 본래의 명칭은 남문에서 지리산이 보이기 때문에 망악루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으로 홀처마 팔작지붕에 별다른 장식을 사용하지 않은 소박한 누각입니다.

상당히 큰 면적의 상림에는 곳곳마다 다른 색채가 있습니다. 이곳의 물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씻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림이라는 한자는 중국 장안의 서쪽에 있었던 대궐 안의 동산이기도 합니다.

"작년 내 발자취가 저 맷부리 더럽혔거니

망악루 올라서 다시 보니 무안하는구나

산신령도 다시 더럽힐까 두려워하여

흰 구름 시켜 곧 문을 굳게 닫는구나."

김종직 - 망악루

함양읍의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渭川) 가를 따라서 조림한 호안림에는 소나무·측백나무·노간주나무 등의 나자식물(裸子植物: 겉씨식물)을 비롯하여 임관(林冠: 숲이 나뭇잎의 종류나 나이에 따라 층을 이루고 있는 모양)의 상층을 만들고 있는 수종은 수십 그루에 이릅니다.

걸어가다가 돌다리로 건너가 보고 길게 돌아서 만들어내는 풍경이 고즈넉하다가도 탁 트인 풍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상림은 함양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연꽃이 피어나면 더없이 좋은 풍광을 보여줄 듯합니다. 돌다리를 건너서 저 건너편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들게끔 합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 하지만 이곳의 돌은 큼지막한 것이 안정감이 듭니다.

제63회 천령 문화제에 맞춰 5월 11일에는 ‘KBS 전국노래자랑 함양군 편’을 개최합니다. KBS 전국노래자랑 함양군 편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는 MC 남희석과 초대 가수 조항조, 김용임, 박군, 윤수현, 이세원이 출연해 군민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과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봄이 건너가는 이 시간마저 아쉬운 때에 함양의 상림을 만난 것도 좋고 고운 최치원이 백성들을 위해 조성해 둔 의미도 좋습니다. 좋은 것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사소하고 소박한 것에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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