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기자단] 88 서울올림픽 추억 여행, 올림픽로 올림픽 상징 조형물
글·사진 : 블로그 기자단 추미양
❣ 송파로(Road), 서른아홉번째 이야기 ❣
“여자양궁 단체전 10연패! 남자양궁 단체전 3연패!”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소식이 연이어 날아왔습니다. 여자 양궁 단체전은 제24회 서울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연속으로 금메달을 땄습니다. 서울올림픽은 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송파구 잠실벌에서 개최되었는데, 아직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던 함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4위라는 엄청난 쾌거를 올렸죠.
송파구에는 88 서울올림픽을 추억할 수 있는 명소가 여럿 있습니다. 개폐회식이 열렸던 잠실종합운동장과 각종 실내경기가 펼쳐진 올림픽공원이죠. 또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88올림픽 상징 조형물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올림픽로 중앙분리대 화단에 설치돼 있습니다.
▶ 88서울올림픽 상징 조형물
2024 파리올림픽 정식 경기 종목은 32개이지만, 88 서울올림픽에서는 23개 정식 경기 종목, 3개 시범경기 종목, 2개 전시 종목이 있었습니다. 송파구는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20개 종목을 형상화한 상징 조형물을 공모했고, 잠실종합운동장부터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 이르는 올림픽로 4.8km 구간에 상징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88 서울올림픽 15주년인 2003년과 2004년, 2005년에도 몇 개가 추가되어 50여 점이 올림픽로에 열 지어 있습니다.
88 서울올림픽 상징 조형물은 지나가는 차량 때문에 완전한 모습을 감상하기 힘듭니다. 차량 행렬이 잠시 멈췄을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장맛비가 멈춘 맑은 날 아침, 종합운동장역부터 몽촌토성역에 이르는 올림픽로 구간에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표현한 상징 조형물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 ~ 삼성교 구간
종합운동장역 일대는 중앙분리대가 2개여서 아시아공원 쪽을 우선 돌아보고 도로를 건너 잠실종합운동장 쪽으로 가보았습니다.
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로 나오면 올림픽 마스코트 전시 공간을 만납니다. 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였지요. 귀여운 새끼 호랑이 모습인데요, 오륜 메달을 목에 걸고 농악놀이의 상모를 돌리는 자세를 취하고 있죠. 상모 끈이 ‘S’ 모양인 것은 서울의 영문 표기 첫 자를 의미합니다.
1번 출구 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두 다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른 작품이 보입니다. 유도 경기 장면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굴레’인데요, 88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했지요. 청동으로 제작해 2002년 설치했는데요, 작품을 설명한 동판은 가까운 인도 바닥에 있습니다. 크기가 작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찾을 수 있답니다.
체조 종목의 도마를 표현한 ‘정중동(靜中動)’은 정지된 모습이지만 온몸에 힘을 주고 자세를 유지하려는 긴장감이 전해집니다. ‘태양을 향하여’라는 작품은 야구입니다. 태권도, 여자 유도와 함께 시범 종목이었죠.
다음은 요트, 해머던지기, 사이클인데 작품 설명이 담긴 동판이 보이지 않습니다. 있을 만한 곳에 자전거 거치대가 자리 잡고 있네요. 다시 설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1번 출구를 지나니 안전 장비를 갖춘 두 명의 선수가 서로 발차기 공격을 합니다. ‘한국인의 기상’을 엿볼 수 있는 태권도입니다. 88 서울올림픽에서는 시범 종목이었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죠. 한편 아름다운 곡선미를 자랑하는 ‘선율’은 체조 종목에서 리본을 돌리는 모습 같습니다. 우아하지요?
이번 작품은 엄청난 굵기의 근육을 뽐내는 팔뚝 위에서 역기를 번쩍 들어 올린 선수가 만세를 부르고 있습니다. 역도 종목인데요, 제목은 ‘대지의 아들’입니다. 역도 선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아마 장미란 선수일 겁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현재까지 여자 역도에서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입니다. 아버지와 여동생 남동생도 모두 역도 선수였다고 합니다. ‘도약-21C’은 두 다리를 쫙 벌리고 공간을 뛰어넘는 허들 경기 모습 같습니다.
‘바람을 가르고’ 작품은 허들을 힘차게 넘는 여자 선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투혼’은 엎어치기 공격을 하는 선수와 넘어가지 않으려고 무던 애를 쓰는 레슬링 선수를 보여줍니다. 레슬링 종목은 88 서울올림픽 때 금 2개, 은 2개, 동 5개 메달을 획득한 효자 종목이었죠.
삼성교 가까이 다가가니 성화를 든 두 남녀 동상이 우뚝 서 있습니다. ‘AGAIN 88’이라는 작품인데요,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는 고(故) 손기정 옹과 임춘애 선수였죠. 임춘애 선수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800m, 1,500m, 3,000m 경기에서 3관왕을 차지한 중거리 선수로 우리나라 여자 선수 최초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죠. 최종 성화 점화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보통 사람’ 구호에 맞게 3명의 평범한 시민이 했습니다.
■ 잠실야구장 ~ 잠실학생체육관 구간
잠실야구장 부근에는 육상 종목인 멀리뛰기의 ‘정지된 시간’과 높이뛰기의 ‘향(向)’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더 멀리, 더 높이 뛰어오르고 싶은 인간 욕망의 한계는 어디일까요?
잠실종합운동장 남문을 지나면 볼링 작품인 ‘스트라이크를 꿈꾸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공이 힘차게 굴러가 레인 끝의 10개 핀을 모두 쓰러트리는 통쾌한 스트라이크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볼링은 배드민턴과 함께 88 서울올림픽 전시 종목이었는데 아직도 정식 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구기 종목 중 남자축구는 ‘지구인의 축제’로 불릴 만큼 인기가 있죠. 2002 FIFA 월드컵 때 붉은 티셔츠를 입고 길거리 응원을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잠실학생체육관 앞에는 ‘이상을 향하여’ 강한 스매싱을 날리는 테니스 선수 조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빠른 공을 쫓아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려면 강한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종목이죠.
■ 종합운동장 사거리 ~ 잠실새내역 구간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도로를 건너면 작은 상점과 식당이 즐비합니다. 잠실엘스아파트 건너편인데요, 잠실새내역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허들, 창던지기, 야구, 조정, 사격, 펜싱 조형물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정 경기는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단체 경기인데요, 하남시에 조성한 인공 호수인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대회를 진행했지요. 지금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춘 미사 경정공원으로 탈바꿈해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 잠실새내역 ~ 잠실역 구간
잠실새내역 1번 출구를 지나면 태권도, 근대 5종, 카누, 유도 경기 조형물을 만납니다. 근대 5종은 에페 펜싱, 200m 자유형 수영, 장애물 승마, 레이저 런(크로스컨트리+사격)으로 이루어진 경기로 5개 부문의 기록을 종합적으로 겨루는 경기입니다.
계속해서 복싱, 역도, 골프, 배구 경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복싱은 체급별 경기인데 88 서울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안겨줬죠. 올림픽에서 골프는 100여 년 동안 열리지 못하다가 2016년 리우올림픽 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했고 박인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88 서울올림픽 경기종목에도 없었습니다.
핸드볼, 요트, 수영, 사이클 경기 조형물이 이어집니다. 88 서울올림픽 구기 종목 중 유일하게 금메달을 일궈낸 종목은 여자 핸드볼입니다. 당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죠. 수영은 올림픽공원에 있는 올림픽수영장에서 대회를 했지만, 바다에서 하는 요트 경기는 부산의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진행했습니다. 1988년 당시에는 서울에 50m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몇 개 없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남자 계영이 6위를 했습니다. 수영은 육상 다음으로 메달이 많이 걸린 종목입니다. 앞으로 우수한 선수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 잠실역 ~ 몽촌토성역 구간
잠실역 사거리를 지나면 늠름한 기상의 ‘승마’와 ‘승리의 순간’을 표현한 필드하키 상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내일을 향해 쏴라’라는 양궁은 우리나라가 매번 금메달을 독차지하는 종목이죠. “텐텐텐”을 연발할 때마다 환호성을 올리게 됩니다. 탁구도 88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한 인기 종목입니다.
체조의 도마 경기 작품 ‘정중동’을 지나면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라토너의 환희에 찬 모습을 만납니다. 마라톤하면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에서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생각납니다. 비록 일장기를 달고 뛰었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남아있습니다.
송파구청 사거리를 지나면 묵직한 느낌의 ‘힘의 격돌’ 조형물이 나타납니다. 유도 같기도 하고 레슬링 같기도 합니다. 다음은 셔틀콕 위에서 라켓을 휘두르는 배드민턴 선수를 형상화한 ‘비상’인데요, 배드민턴은 1988년 전시 종목이었다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입니다.
탄탄한 다리 근육을 보여주는 육상의 ‘순간’ 작품을 지나면 농구의 슛 장면을 표현한 ‘점프’가 보입니다. 이어서 장대높이뛰기 ‘하늘로’, 포환던지기 ‘더 멀리-더 힘차게’, 마지막으로 원반던지기 ‘투원반’ 조형물이 시선을 끕니다. 원반을 던지는 선수의 굵고 단단한 근육이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네요.
■ 송파구는 올림픽의 성지
올림픽로 중앙분리대에 있는 88 서울올림픽 상징 조형물을 모두 감상하고 나니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 ‘호돌이’와 ‘백호돌이’가 반깁니다. ‘국기 광장’에는 88 서울올림픽 160개 참가국 국기가 게양돼 있고요.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는 미국이 불참했고, 1984년 LA 올림픽에는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이 불참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은 두 냉전 진영 국가들이 대부분 참가한 화합의 대회였습니다. 당시 개발도상국이었던 우리나라를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고요.
현재 진행 중인 제33회 파리올림픽은 1924년 파리올림픽 이후 100년 만에 열렸습니다. 서울시와 송파구도 88 서울올림픽 이후 48년 만인 2036년에 하계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까지 4km 구간에 IOC 200여 회원국 국기를 게양해 송파구민의 염원과 의지를 알리고 있습니다. 올림픽로의 50여 개 조형물은 매년 봄에 세척하고 있고요.
지난 1월에는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와 ‘호순이’를 스토리텔링 해 새로운 도시 캐릭터 ‘하하’와 ‘호호’가 등장했습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는 스포츠, 전시, 문화, 비즈니스, 관광을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개발하고 있고요. 잠실벌이 다시 한번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포츠 도시로 부상하길 꿈꿔봅니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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