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4년도 절반 가까이 지나오고 있습니다. 무한히 반복되는듯한 일상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걷는듯한 막연한 기분도 드는 요즘입니다. 폴 발레리의 명언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맘을 다잡아 봅니다.

올해 목표 중 하나인 ‘꾸준히 독서하기’를 실천하지 못한 자괴감으로 ‘군포시 도서관’ 누리집을 보던 중 우연히 공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년 독서회 - 퇴근 후 한 책 읽기’. 군포시 중앙도서관에서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독서회가 운영되고 있어 취재해 보았습니다.

‘청년 독서회’는 책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며 성장하는 독서문화를 정착하고, 성숙한 문화시민을 양성하고자 운영되고 있습니다. 4월 9일부터 6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 운영되며, 19세에서 39세 사이의 군포시 청년 15명이 모여 매주 한 권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입니다. 학생과 직장인 등 낮에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저녁 7시부터 90분간 중앙도서관 문화강좌실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청년 독서회는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는데요. “2023년 군포시 중앙도서관 독서문화강좌 관내 강사 모집”을 통해 선정된 소설가 오은희님이 청년 독서회 강사로 나서 보다 심도 있는 독서토론을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4월 30일에는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2019년 박경리 문학상을 받은 바 있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 ‘부서진 사월'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부서진 사월'은 알바니아의 북부 산악지대에 남아있는 카눈(Kanun)이라 불리는 관습법을 소재로 한 인간 실존의 비극을 그린 작품입니다.

먼저, 강사가 저자의 약력과 작품의 배경이 된 알바니아의 시대적·문화적 상황에 대해 PPT로 소개하였습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1936년 알바니아의 남부 지로카스트라에서 태어나 티라나 대학교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공부했고, 모스크바의 고리키문학연구소에서 수학했습니다. 1963년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해 일약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고, 후에 이 작품으로 “그는 그의 조국 알바니아보다 유명하다”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을 통해 신화와 전설, 구전 민담 등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암울한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내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저자의 조국인 알바니아공산주의 독재 정권의 통치를 받아 유럽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이며, 물가가 저렴하여 유럽의 휴양지로도 알려진 곳입니다. 카눈(Kanun)은, 공산정권이 해체된 후 들어선 정부의 부패와 무능함으로 인해 1990년대 알바니아 북부 고원지대에서 부활한 알바니아 고유의 관습법으로 다른 사람에 의해 친족이 죽거나,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지면 살인으로 복수를 하며, 이 피의 복수는 대를 이어 끊임없이 반복되게 됩니다.

배경 설명이 끝난 후에는 강사님의 진행으로 회원들이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을 자유롭게 나누었습니다. 주인공인 그조르그의 심리가 인상 깊게 묘사되었고, 작품의 스토리가 가로/세로로 직조된 느낌이 들었으며, 삶의 부조리한 부분이 까믜의 이방인을 떠올리게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이후, 짧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상오님>

지원계기

평소 중앙도서관을 자주 다녀 벽의 포스터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작년 1회차 때는 지원하지 않았다가 2회차 때 참여한 후 만족도가 높아 올해 다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직장 다니다 보니 독서 병행이 쉽지는 않지만, 1주일에 1권은 읽으려 노력 중입니다.

독서회 참여 후 달라진 점

사고의 지평이 넓어졌습니다. 타인과 대화를 할 때 주제가 한정되어 있는데, 독서회 자리를 빌려서 좀 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본인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만족합니다.

<박준수님>

지원계기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다가 도서관 게시판의 포스터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독서회 참여 후 달라진 점

강사님이 심층적으로 설명해 주셔서 새로운 면을 알게 되고,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독서 스터디에는 중심을 잡아줄 분이 없어서 이 청년 독서회가 더 유익하게 느껴집니다.

오은희 강사님께서는 "강의를 하는 것보다는 피드백 하면서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어른들이 하고픈 얘기를 젊은 세대에게 전해주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또한 청년 독서회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독서에 대한 열정이 샘솟았고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배웠으며, 젊은 에너지를 얻었다고 답해주셨습니다.

군포시 청년 독서회에 참가해 보니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일주일에 한 권, 퇴근 후 책 읽기를 꾸준히 실천해온 회원들의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스스로 읽기 힘든 고전들을 읽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회원들 간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나눔으로써 사고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점이 좋아 보였습니다. 강사님의 코칭으로 작가의 경력과 작품이 탄생한 사회적 배경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알게 되어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청년 독서회는 2023년 3월부터 시작되어 이번이 3회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미 모집기간은 지났지만 도서관 담당자를 통해 문의하면 중간 참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석한 회원들은 하나같이 청년 독서회 프로그램을 통해 시야가 이전보다 넓어졌으며 이런 좋은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던 청년들의 열정을 보았기 때문인지 제 맘도 따라 설레었던 하루였습니다.


*본 게시글은 군포시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군포시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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