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전
세종시에 이런 곳이! 40여 년간 홀로 쌓은 돌탑이 500여 개, 생생정보통에 소개된 한국 최고의 돌 사찰 송암사(김기섭 기자)
KBS의 인기 프로그램 생생정보통에 방송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절을 눈앞에 대하는 순간 여기가 앙코르와트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감히 한국 최고의 돌 사찰이라고 부르는데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꼭꼭 숨어 있었을까 궁금증이 발동하였습니다.
세종시의 벚꽃 명소 고복저수지의 물을 채우는 연서면 쌍류리 계곡을 따라 막바지에 이르니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수다산 기슭에 기이한 형상의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입구에 벚꽃이 만발하고 길게 늘어져 있는 연등이 이곳이 절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지요.
수다산 산줄기와 돌로 만든 건물이 벚꽃과 함께 작은 연못에 반영이 되어 데칼코마니를 이룹니다.
정말 많은 돌탑과 돌로 만든 법당이 경내에 가득하군요. 저게 과연 몇 개나 될까 궁금해집니다.
돌로 얼기설기 쌓아 놓은 듯한 담장 위에서 검둥개가 낯선 손님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비슷한 개가 또 한 마리 있는데, 이들은 '관음이' 등 보살의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 순하여 짖지도 않고 사람들 앞에서 편하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진짜 보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4층 높이 9m에 이르는 원형 석탑 아래서 주지이신 숭의 스님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숭의 스님은 32세이던 젊은 시절, 꿈속에서 부처님을 만나 계시를 받고 출가하여 돌탑을 쌓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현재 77세이시니 무려 45년간 혼자서 주변의 돌을 모아 탑을 쌓고 계시는 거죠. 이렇게 만든 돌탑이 500여 개, 법당이 8개라고 하는데, 스님은 천탑을 목표로 지금도 계속 탑을 쌓고 계십니다.
아무런 건축 지식도 없고, 설계도도 없이 상상만으로 만든다고 하시는데,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거대하고 튼튼해 보입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쌓다가 굴착기를 이용하는데,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지요.
틈만 나면 일을 하는데도 손이 무척 고왔습니다. 거친 돌 일을 해도 손에 못이 박히는 일이 없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연못 가운데에 구심수(口心水)가 있는데 이곳에서 물을 마시며 마음을 청정하게 한 후 다리를 건너 만불전 법당으로 들어갔습니다.
만불전은 8년 여의 공사 끝에 5년 전에 완공된 원형 법당으로 숭의사에서 가장 큰 법당입니다. 주변에 수많은 돌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돌들은 특별한 가공이 없이 모양에 따라 끼워 맞추는 방법으로 쌓았는데도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큰 돌을 하나하나 올려놓고 쐐기돌을 박아 마무리하는 과정 속에 깃든 정성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만불전 내부는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렸는데 가운데에 커다란 돌기둥이 있어 건물 전체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만불전에는 크고 작은 불상들이 모셔져 있는데 모두 합하면 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공사 중인 법당도 있고 분수가 쏟아져 내리는 돌탑도 있습니다.
돌탑과 돌 법당들은 하나 같이 비슷해 보이면서 똑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때그때 스님이 생각나는 대로 쌓았기 때문이라네요.
부처님을 목욕시켜 드리는 관욕전도 있습니다.
돌탑을 그냥 쌓기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기둥 안에 사각형 홀을 만들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지요. 돌탑 꼭대기에도 부처님을 한 분씩 모시고 계십니다.
이제 20여 년 전에 지었다는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대웅전은 이 절에서 가장 먼저 쌓은 법당으로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도 비슷한 모양의 법당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대웅전은 사찰의 가장 중심 법당으로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건축물입니다.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시기도 합니다.
이 대웅전의 특이한 점은 천장에 둥그런 구멍을 냈다는 것이지요. 이 구멍은 향의 연기가 빠져나가게 하려고 만들었는데 매일 오전 10시 30분 경이면 이 구멍을 통하여 밝은 햇살이 들어와 부처님을 비추어 신비스러운 광경을 연출한다고 해요.
이제 경내를 다 돌아보았나 했더니, 갑자기 스님이 어디선가 차를 몰고 오셔서 더 보여줄 게 있다고 우리를 태웠습니다.
경사가 급한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한창 작업 중인 거대한 무덤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스님은 이것을 부처능이라고 불렀습니다.
전국 곳곳에는 신도가 없어 문을 닫은 폐 사찰이 많다고 하시며 거기에는 부처님상들이 방치되어 쓰레기로 변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십니다. 그래서 이들을 모아 이곳에 묻어드리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군요. 생각을 하면 실천에 옮기는 스님의 뜻이 무척 거룩해 보였습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산길 옆에 또다시 수많은 돌탑이 나타납니다. 십수 년 전 이곳에 대규모의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돌과 바위들이 쏟아져 내려왔다고 합니다. 스님은 이들을 부처님이 보내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정리하고 모아서 탑과 법당을 만들었습니다.
탑을 쌓는 것이 기도라 생각하고 법당을 짓는 것이 수행이라고 생각하는 스님,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씀하시는 숭의 스님은 77이나 되는 연세에 비하여 무척 활기가 넘치고 젊게 보였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지장전 내부의 모습입니다. 부처님이 누워 계시고 지장보살을 비롯한 불상들이 조성되어 있군요.
바위 굴 속에 조성한 산신각도 있습니다.
산신각 안에는 청정한 약수가 솟아나고 있어 신비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못에는 공사 중 나타난 암반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은 이 모양을 부처님이 누워 계시는 형상이라고 설명을 하시는군요. 그냥 보았을 때는 그냥 평범한 돌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느낌이 생기고 생명이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스님은 모든 돌과 탑에 부처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숭의 스님은 무척 소탈하셔서 전혀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떠나는 우리를 향해 점심 공양을 하고 가라고 권하셨습니다. 이 절에는 따로 공양주가 없어서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신다고 하네요. 다음에 다시 들르겠다고 하였더니 무척 섭섭해하셨습니다.
최근 전국 곳곳에 산불이 발생하여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천년고찰을 비롯하여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잿더미로 변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세종시 연서면에 자리한 송암사는 대부분 건축물이 돌들로 이루어져 있어 화재의 위험을 피하고 있습니다. 숭의 스님의 선견지명이 만들어낸 걸작들은 후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까요? 예술적인 가치는 논외로 하더라도 평생을 돌탑을 쌓으면서 부처님을 모시는 일에 전념하고 계시는 스님에게 경의를 표하며 세종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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