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팥죽 의미, 팥죽의 효능

12월의 셋째 토요일인 내일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동지’입니다.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이기도 하죠. 하지에서 동지까지는 해가 점점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는데, 동짓날 밤이 가장 길어지고, 동지 이후에는 다시 밤 대신 해의 길이가 길어지게 되는데요. 때문에 동지는 과거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여기며 ‘작은설’이라 부르는 등 매우 중요한 날로 여겨 왔답니다.

작은설, 동지와 관련된 풍습들

동지를 중요한 날로 여겼다는 것은 전해져 내려오는 다양한 세시 풍속으로부터 알 수 있습니다. 궁중에서는 이날이 되면 다음 해의 책력(달력)을 만들어 백관에게 나누어주는 동지책력 풍습도 있었고요. 민간에서는 동지에 집안의 며느리들이 풍년과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집안 어르신들께 버선을 지어 바치는 동지헌말 풍습도 전해 내려왔습니다.

동짓날이 되면 백성들은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을 하루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일가친척이나 이웃 간에는 서로 화합하고 어려운 일은 서로 마음을 열고 풀어 해결하였는데요. 오늘날 연말이 다가오면 불우이웃 돕기를 실천하며 따뜻한 나눔을 행하는 것도 동짓날의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왔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한편 동지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팥’과 관련된 풍습인데요. 이날은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려두는 ‘동지고사’를 지내거나 이날 만든 팥죽을 먹는 ‘동지첨지’의 풍습도 전해 내려옵니다. 오늘날에도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어 먹는 가정이 많지요.

동짓날 팥죽을 먹는 이유는?

한국의 민간신앙에서 붉은색은 귀신들이 두려워하는 색으로, 붉은 팥으로 끓인 팥죽에는 액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에는 음의 기운이 강해 귀신이 출몰하기 쉽다고 여겨왔는데, 팥죽을 먹거나 집안에 뿌려두면 귀신을 물리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어요. 팥죽을 먹거나 뿌려둠으로써 잡귀가 가져오는 불운이나 전염병을 막고자 하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

또한 팥죽을 먹는 풍습에는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동지가 지나고 나면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진 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는데요. 동지에 편히 쉬고 건강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다가올 봄에 경작을 준비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팥죽 한 그릇에 담았습니다.

오늘날에는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동지를 ‘작은설’로 여겼던 과거에는 동지팥죽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속담으로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예요!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동지팥죽에 나이 수만큼 넣어 먹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팥·팥죽의 효능

쌀이 부족한 겨울철, 팥죽은 훌륭한 기근음식이기도 했습니다. 팥죽은 팥과 물, 약간의 쌀만 있으면 만들 수 있기에 소량의 쌀로도 배부른 한 끼 식사를 완성할 수 있었는데요. 필요한 영양이 충분할 뿐만 아닐 다른 반찬도 필요하지 않아 먹을 것이 귀한 과거 곡식을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음식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팥죽의 주재료인 팥은 다양한 효능을 지닌 식재료입니다. 팥에는 단백질, 지방, 당질, 회분, 섬유질 등과 비타민 B1이 다량으로 함유돼 있어 신장병, 각기병에 효능이 있습니다. 팥에 풍부한 B1은 우리 몸의 신경과 관련이 깊어 섭취가 부족해지면 식욕부진이나 피로,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신경쇠약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어요.

또 팥 속에 풍부한 칼륨은 염분이 들어있는 나트륨을 분해하기 때문에 염분으로 인한 붓기를 빼주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는데요. 몸이 무거운 사람이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몸이 여윈 사람이 먹으면 몸이 튼튼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뇨작용이 뛰어난 팥은 산모가 먹기에도 좋은 식품이죠.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 산모들의 산후 붓기 제거에 뛰어납니다. 이 밖에도 설사, 해열, 유종, 각기, 종기, 임질, 산전산후통, 수종, 진통 등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동지가 찾아왔습니다. 일 년 중 어둠이 가장 긴 날이지만, 사람들의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밝은 날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팥죽을 나눠먹으며 한 해의 안녕과 만수무강을 기원했던 과거의 모습처럼, 오산시민 여러분도 가가호호 정겨운 동짓날이 되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