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맛에 탐닉한 '진주 면식 기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면식범 (面識犯)
잡는 경찰이 아닙니다.
국수 같은 밀가루 면(麵)을
찾아 나서는 면식 기행입니다.
진주진맥브루어리에서 출발해
수냉면까지 둘러보는
면을 찾아가는 기행입니다.
‘진주 면식 기행 - 진주 면식범 중앙지구대’라는
웹자보가 눈길을 끌어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벌써 후루룩후루룩~
즐거운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이번 면식 기행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관광두레 으뜸 두레 공모사업에 선정된
㈜ 아름다운 동행 폴링인
진주 아름다운 여행(대표 양정숙)에서
주관했습니다.
㈜ 아름다운 동행 폴링인 진주는
진주의 매력을 발굴하고
체험하는 여행콘텐츠와
무장애 여행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여행사이기도 합니다.
드디어 행사 당일인 7월 6일,
아침을 간단하게 먹으며
목적지인 진주논개시장
공영주차장 바로 옆에 있는
진주진맥브루어리에 이르렀습니다.
가는 동안 누들로드를 안내하는 안내도와
진주 올빰 야시장이 눈길을 끕니다.
올나이트 '올밤'이라는 말과
'올빼미'의 이미지를 합친
'올빰토요야시장'은
야간에 즐길 수 있는 진주만의 문화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획해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장마와 무더위를 피하고자
7월 한 달간 휴장이라고 합니다.
진주진맥브루어리는
진주 맥주, 진한 맥주, 진짜 맥주라는
‘진주 진맥’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공간이면서 맥주펍입니다.
1층은 양조문화 체험이 가능한
소규모 수제양조장과 맥주펍,
2층은 먹기와 문화행사가 가능한
휴게공간과 전시 공간,
3층은 진주시 상권 활성화 재단 사무실과
도시재생사업 교육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진주 불고기와 나향, 진주냉면 등 3곳에서
참가자가 골라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을 받았습니다.
저는 <진주불고기>로 향했습니다.
고깃집이지만 막국수가 괜찮다는 소개와
원래 냉면 하던 분이 새로 개업했다는 말에
마음이 끌려 선택했습니다.
넓적한 식당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테이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선택을 받은 식당이라면
잘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주문하고 자리에 앉자
간단한 밑반찬 3가지가 먼저 나왔습니다.
5분여 뒤 살얼음이 깔린 육수와
면 위에 고기, 삶은 계란,
계란 지단, 배가 채처럼 썰려
고명으로 올린 막국수가 나왔습니다.
깨 국수라 불러도 될 정도로
깨가 잔뜩 뿌려져
입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먼저 육수를 마십니다.
따로 식초나 겨자를 곁들이지 않아도
간이 잘 배어 있었습니다.
진공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후루룩후루룩~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들 배 안을 채우고
든든한 표정으로 모여
근처 말티고개 입구 삼거리에 있는
은열사(殷烈祠)로 향했습니다.
솟을대문인 양양문(洋洋門)을 지나자
고려 거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상원수(총사령관)를 도와
부원수(부사령관)로 참전한
은열 강민첨(殷烈 姜民瞻,963~1021) 장군의
탄생지에 세운 사당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참가자들은 먼저 예를 올리고
은열공파 종친회장의
강민첨 장군에 관한 설명을 이어 들었습니다.
나라에 큰 공을 세운 공으로
토지와 백성인 식읍(食邑)을 받았던 장군은
자신의 식읍이었던
하동군 악양, 화개, 적량, 고전면 지역 백성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었습니다.
이에 백성들은 자발적으로 탄생지인 곳에
사당을 지어 봄, 가을로 충절과
은혜를 기렸다고 합니다.
일행은 진맥브루어리로 돌아와
최정희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따라
논개시장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오늘날 진주상공회의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진주상무사와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을 했던
LG그룹 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 등의
숨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어서 통영 꿀빵 못지않게 맛난
인근 덕인꿀빵에서 꿀빵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갓 나온 꿀빵을 먹었습니다.
어느 참가자의 말처럼 “꿀맛”입니다.
다시금 진맥브루어리로 돌아와
이번에는 진주 지역 3대 냉면 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산홍냉면의
이종상 대표의 <미식 도시 진주를 꿈꾸며>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세계 속에서 한국적인 것을 재평가하고
의미를 발굴하자는 K-컬처는
요즘 우리 시대의 키워드입니다.
K-컬처와 함께 떠오르는 단어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에서 만든
‘글로컬(glocal)’입니다.
지역에 삶의 뿌리를 내린
지역민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지역의 역사와
전설 등을 음식 문화에 접목하고자 하는
이 대표의 노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진주 식문화를 공부한 뒤
이른 저녁을 먹으러
근처 수냉면으로 향했습니다.
물냉면, 비빔냉면, 섞음냉면 중
하나를 고른 참가자들의
테이블 한가운데에 돼지고기에
달걀옷을 입힌 육전이 나왔습니다.
진주냉면 하면 떠오르는
소고기 육전의 쫄깃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돼지고기 육전은 입안에서
바로 녹듯 부드러웠습니다.
물과 함께 온 육수가 함께 나왔습니다.
삶은 계란과 계란 지단, 오이 채, 썬 배와
육전이 겹겹이 아파트 층수처럼
수북이 쌓여 우리 앞에 나왔습니다.
차림에서 벌써 시원한 기운이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반쪽 삶은 계란과 고명을
차근차근 건져 먹으니,
무더위가 저만치 사라집니다.
다만, 제 입에는 육수가 조금 짜게 느껴졌습니다.
“말이 맛이다”라는
이종상 산홍 대표의 말에
공감한 하루입니다.
여행의 보조적 수단이었던 식도락이
여행의 목적인 요즘 시대에 지역민으로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면식 기행은 오로지 먹기 위해
사는 사람들처럼 맛에 탐닉했습니다.
벌써 다음 면식 기행이 기다려집니다.
※ 본 포스팅은 진주시 시민명예기자가 작성한 글로서 진주시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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