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선한 영향력의 출발점 역할을 해 온 김화 씨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 수상 기사 ⓒ 매일신문

지난 11일, 매일신문이 주최하고 여성가족부와 대구시, 경상북도가 후원하는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 시상식이 열렸다. 다문화사회 구성원들의 생활 속에서 일어난 즐겁고 행복했던 일, 슬프고 힘들었던 일 등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전하는 공모에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중국어 상담사 김화 씨(중국 교포 출신)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이번 생활 수기 공모 대상은 여성가족부 장관상과 함께 상금 300만 원이 수여되었다.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은 김화 씨 ⓒ 김화 씨 제공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김화 씨는 연변 출신 중국 교포로 광저우에서 아동복 무역업을 하는 동생의 사업 지원을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머물던 숙소의 주인 할머니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8년 결혼했고 내내 여주에서 살고 있다. 사실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살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그였다. 하지만 인연이란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김화 씨는 중학생 아들 둘을 키우며 여주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은 김화 씨 ⓒ 김화 씨 제공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김화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외국인복지센터 중국 상담사, 경찰서 통역사, 여주 다문화예술단 난타 공연단 조·아·여 회장, 노인복지관 중국어 강사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였다. 생활 수기 공모 대상을 축하하며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Q.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에서 대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사실 수상 전화를 받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이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얼떨떨해서 제가 보낸 공모 글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결혼 후 한국 생활에 어렵게 적응해 가던 모습, 비슷하면서도 많이 달랐던 가족문화와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고 기뻤던 일 등이 떠올라 뭉클했고 그간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에게 칭찬도 해주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 주는 남편과 끊임없이 사랑을 표현해 주는 두 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여주에 살면서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시는 엄마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엄마의 글솜씨를 물려받아 이렇게 빛나는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이주민 조기 정착을 위한 상담사 활동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Q. 김화 씨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오지랖 넓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타고난 성격인지 남의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제 사연을 전하고 위로받기보다 타인의 어려운 사연을 듣고 위로하는 데 익숙합니다. 그러다 보면 공허하거나 외로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제 마음속 이야기를 글로 써왔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 자신에게 ‘아주 잘하고 있어, 괜찮아’라고 위로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이주민 글쓰기 모임에서 발간한 에세이집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Q. 이번 생활 수기 공모의 내용이 궁금합니다.

한국에 오게 된 사연과 결혼 과정 그리고 가족과의 생활 등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습니다. 생활 수기 글 제목이 ‘나는 아들 넷 있다’였는데 제목을 보고는 아들 셋과 남편 이야기냐며 농담을 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우리 아이 둘과 먼저 세상을 떠난 시아주버님의 아이 둘을 아들로 생각하며 키워왔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나신 아주버님의 입관식에서 “걱정 마시고 마음 편히 떠나셔도 됩니다. 두 조카를 내 아이들처럼 돌보겠습니다”라고 했던 약속을 지키며 살아온 이야기였습니다. 어렸던 조카들도 이제 다 커서 결혼도 하고 이쁜 딸을 낳아 잘살고 있습니다. 손녀 돌잔치에서 살아오면서 가장 고마웠던 사람이 누구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작은엄마라고 대답하는 조카를 보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어려웠던 시간이었지만 네 아이와 함께 잘 지내 온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여주 다문화예술단 난타 공연팀 조·아·여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화 씨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Q. 전국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려면 글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했을 텐데 글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있나요?

글솜씨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기보다 제가 살아온 사연을 응원해 주시기 위해 상을 주시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작년부터 여주이주민지원센터에서 이주민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글로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발표하면서 눈물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주민으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고개를 수시로 넘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힘든 이야기는 가족들에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같은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모여 글로 풀어내다 보니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주민 글쓰기 모임을 지도해주시는 유명은 작가님께서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작가님 말씀처럼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 주는 글쓰기는 저의 진정한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지도를 해주신 유명은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 이주민 글쓰기 모임 에세이집 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Q.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내국인이 모르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겁니다. 한국 생활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웬만한 것은 쿨하게 넘기고 곱씹는 성격이 아니라 큰 어려움 없이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에서 중국어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데 상담하면서 힘든 사연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보다 힘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국 생활 중 굳이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중국 조선족 사회와 다른 한국의 제사 문화 적응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많을 때는 증조부 제사부터 1년에 10개나 되는 제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제사를 준비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러한 가족문화 덕에 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남을 위할 줄 아는 아이로 성장했다는 위안을 하며 살았습니다.

2024 여주세계문화축제에서 이주민 정착지원 유공자로 선정되어 여주시장상을 받은 김화 씨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Q.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이나 바람이 있을까요?

제 개인적 바람으로는 지금처럼 평안한 삶이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제 개인의 계획이나 성장보다는 중학생이 된 아이들의 꿈이 올바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사람을 사랑하고 고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여주의 지역문제나 여주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나만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마음을 갖는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고향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여주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올여름 독도를 방문했던 김화 씨 가족 ⓒ 김화 씨 제공

여주시외국인복지센터 상담사로서의 바람이 있다면 센터가 지금처럼 이주민들이 의지할 수 있는 아지트 역할을 계속해 낼 수 있도록 함께하려고 합니다. 제가 처음 한국 생활을 시작할 때는 한국어 교육이나 상담 지원, 의료지원, 문화 활동 등 여러 면에서 지금처럼 체계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역사회의 도움 없이 홀로 감내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지금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이주민 후배들은 센터가 있어 복 받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지구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발을 떼고 나면 돌고 돌면서 더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시작한 이주 생활이지만 한국에서 받은 고마움을 생각하며 고국에 돌아가서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나눔의 삶을 살 거로 생각합니다. 또한 고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난다면 서로 호혜적인 관계가 이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이 한국 생활을 시작하는 이주민들의 어려움을 더 헤아리고 정착에 도움을 주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여주 지역 결혼이주여성 모임 ⓒ 김화 씨 제공

겨울의 한가운데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품이 넓은 사람과의 만남은 따뜻했다. 자신의 수고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김화 씨의 삶에 절로 응원을 보내게 되었다. 사랑은 지구 모양을 하고 있다는 그의 세계관에 박수를 보내며, 둥근 지구 모양처럼 돌고 도는 선한 영향력의 출발점 역할을 해 온 그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4 전국 다문화가족 생활 수기’ 공모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은 김화 씨 ⓒ 김화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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