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전
이름도 예쁜 힐링숲길, 비와야폭포 길
가볍게 걷고 싶은 날.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걷고 싶은 날.
이름도 예쁜 길,
비와야폭포길을 걸었다.
비와야폭포, 이름이 재미있다.
‘비가 와야 생긴다’니.
이름만큼은 드라마틱하지만,
오늘 이곳은 조용하다.
폭포는커녕, 물줄기 하나 없다.
허옇게 남은 흔적만이
“여기에 무언가 있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괜스레 내 마음도 비워낸 듯,
멍하니 서 있었다.
문득 옆을 보니,
이름 모를 노란 꽃이 피어 있다.
누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봄은 봄대로 오고 있었다.
그 작고 노란 꽃이 내게 말했다.
“괜찮아, 너도 그렇게 조금씩 피어나는 중이야.”
장성·철암 힐링 숲 길.
표지판에 쓰인 ‘365세이프타운 0.1km’가
이상하게 마음을 놓이게 한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왕복 4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오늘의 나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참 좋았다.
점심 먹고 가볍게 걷기엔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누군가 보이지 않게 다녀간
흔적이 느껴지는, 배려의 길.
가끔 부는 바람에 솔잎이 흔들린다.
그 속을 걷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진다.
조용히 나를 위로한다.
한쪽으론 장성천이 흐른다.
맑은 물이 구불구불 흐르고,
그 옆으로 작은 마을과 산자락이
고요하게 이어진다.
잠시 걸음을 멈춰 다시 뒤돌아본다.
지금 지나온 길엔 소나무가 자라고,
가지마다 솔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무도 흔들지 않아도
그 작은 생명들이 나름의 속도로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걷는다.
계절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피어난 나무들,
그 사이로 난 조용한 길 하나.
여기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본다.
누군가의 손길로 놓인 정갈한 야자매트,
그리고 조심스레 지나온 흔적들.
멀리서 봤을 땐 별것 없던 풍경이,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다정해졌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그게 이 길의 매력이었다.
여기엔 꾸미지 않은 자연이 있었고,
그 속에서 나도 그냥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걸 배운다.
그래서 오늘도, 그 길은 거기 있었다.
나처럼, 봄을 기다리며.
말없이 나를 받아주는 그 조용한 숲길이 고맙다.
✅ 본 게시글은
태백시 SNS 기자단이 직접 작성한 글로
태백시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블로그/ 카페로 스크랩을 원하실 경우
링크와 출처를 표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 #태백시SNS기자단
- #태백시
- #비와야폭포
- #태백여행
- #태백걷기길
- #동네산책
- #장성철암힐링숲길
- #봄산책
- #걷기좋은길
- #숲길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