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배우니 세상이 보이네!”

📖경남공감 1월 [Vol.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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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박또박 정성스레 연필로 써 내려가는 글씨, 삐뚤빼뚤 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이 가득한 현장,

산청군 성인 문해 교실 수강생 어르신들의 배움의 열기가 넘치는 ‘청춘 배움 학교’를 다녀왔다.

“자~! 32번 문제 보세요. 내일의 다음 날은 무엇일까요?”

산청군 단성면에 있는 산엔청복지관(분관) 2층 한 강의실을 찾았다. 청각장애 어르신들이 공부하고 있는 산청군 ‘청춘 배움 학교’ 초등 학력 인정 교실이다. 강사의 열띤 강의와 동시에 옆에선 수어 통역사가 손짓으로 내용을 전달한다.

강사와 통역사의 목소리를 제외한다면 사각사각 연필 필기 소리만이 전부인 교실, 조용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가 뜨겁다.

이들은 산청군 성인 문해 교육 프로그램인 ‘청춘 배움 학교’ 어르신 수강생들이다. 이 학교는 2017년부터 운영됐으나 2021년 초등 학력 인정 교실이 추가되면서 혜택을 늘렸다. 현재 마을 회관 등 거주지로 가는 찾아가는 문해 교실(22개소 240여 명)을 포함해 초등 학력 인정 교실(6개소 40여 명)과 검정고시 대비반(1개소 7명)까지 300여 명 어르신들의 배움 의지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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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은 지난해 10월 말 남사예담촌 돌담길과 최씨고가 등에서 ‘청춘 배움 학교’ 어르신들의 시를 작품으로 만들어 시화전을 열었다. ‘돌담에 속삭이는’ 이란 제목으로 성인 문해 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의 작품 70여 점을 전시해 남사예담촌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한 관광객은 “어르신들의 솔직한 경험을 삐뚤빼뚤하지만 진솔한 글로 전달해 감동적이었다”라며 어르신의 도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푸른 하늘과 고택의 고즈넉함, 작품 속 진심과 관람객의 감동이 어우러진 특별한 순간은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빛났다.

시화전 제일 중앙에 전시된 ‘이문이 많은 장사’라는 제목의 시는 시화전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초등 학력 인정 교실에서 공부한 청각장애인 이갑연(75) 어르신 작품이다. 농사를 지어 장날이면 채소를 판매하던 어르신은 어릴적 특수학교가 드물고 수어도 배우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글을 배우지 못했다고 했다.

어르신 수업을 돕는 이지연 수어 통역사는 “연습해 오라는 강사의 말에 공책이 빽빽할 정도로 공부를 하는 모범생이세요”라며, “청각장애인이지만 습득력이 굉장한 어르신”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갑연 어르신 작품은 교육부가 주최하고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제13회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글봄상(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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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인근 강누 마을회관에서 진행 중인 ‘찾아가는 문해교실’도 찾아가 봤다. 말은 할 줄 알지만 글을 쓰지는 못했던 백발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큰 책상에 둘러앉아 단어 익히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진지했다. 고3 수험생들도 울고 갈 열띤 학습 의지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였다. 강누마을 이영상 이장은 “문해 교실이 열린 이후 마을 주민끼리 너도나도 배우러 가자고 하는 모습에서 배움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생각이 들었다”며 이들이 학습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무엇이든 돕겠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산청군 ‘청춘 배움 학교’를 문해 교육 기관으로 지정했다. 그래서 학습자는 3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초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초등 학력 인정과 중졸 검정고시 프로그램은 연중 신규 학습자를 모집하고 있고, 교육을 희망하는 지역 주민은 산청군 평생교육 담당 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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