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청주해봄학교'에 다녀오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즐기는 어르신들
학교 가는 길
아침에 눈을 뜨면 얼른 밥 먹고
학교 갈 준비하고 가방을 메고
버스 타러 나오는 순간 행복하다.
학교생활을 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소풍도 가고 교복도 입어보고
평생 못 입을 줄 알았는데
드디어 오늘은 교복을 입는다
나는 교복을 입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우리 반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 이옥분(청주해봄학교 학생) -
2024년 11월의 맑은 날, 경제적 여건 등으로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즐겁고 행복하게 교육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현장으로 찾아가 봤습니다.
청주시평생학습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은 교육에 열정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드리고 전 과정 이수 시 초등학력을 인정하며, 다른 학생들과 함께 교육을 들으며 사회활동 향상을 위해 추진하는 민선8기 청주시 공약사업 중 하나입니다.
교실 문 앞에 서니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수업 시간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수업은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며 매주 월, 화, 목요일 오전, 오후반으로 운영됩니다.
📌오전반(10시~12시) : 초등 2단계(3~4학년 수준)
📌오후반(14시~16시) : 초등 1단계(1~2학년 수준)
저는 오전에 방문하여 초등학교 3~4학년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자, 15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듣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교과서를 읽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맞춰 같이 읽는 어르신들을 보며 잠깐이나마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단 한 명도, 흐트러짐 없이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고, 선생님의 농담 한 마디에 꺄르륵 해맑게 웃는 어르신들을 보며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은 2023년에 첫 수업을 시작해 현재 초등 1단계(1~2학년), 2단계(3~4학년) 반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신입생을 뽑진 않고, 현재의 반 단계만 올릴 계획입니다. (1단계→2단계 / 2단계→3단계)
그리고 2026년 2월에 첫 졸업생이 나올 예정이며, (신입생은 2026년 선발 예정)
졸업생들은 중등교육을 원할 시 주성중학교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에 지원하여 교육을 이어나갈 수 있는데요. 다만, 문해교육을 졸업했다고 무조건 선발되는 것이 아니며 지원자가 많을 경우 연장자 순으로 선발됩니다.
수업을 다 마치고 나서, 학력인정 문해교육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과 어르신의 소감에 대해 듣고 싶어 인터뷰를 청해 짧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해봄학교 초등 2단계 담임을 맡고 있는 신갑식 입니다.
문해교육은 가정 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한 분들이 교육을 받고 한글 공부를 위주로 하는데요. 청주해봄학교의 경우 교육청으로부터 지정받아서 운영되므로 초등학력인정이 되다 보니, 초등학교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청주해봄학교는 어르신들의 꿈을 이루어드리기 위해 생긴 학교이므로 출석률을 많이 보고 있어요. 240시간 중에서 67% 이상 출석을 하면 다음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으며, 3년 과정을 마치면 초등학력이 인정됩니다.
주요 차이는 초등학력 인정 여부와 교육과정의 체계성에 있어요.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초등학력이 필요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교육청의 지정을 받아야 하고 정해진 교육과정과 이수 기준을 통과하면 학력을 인정 받을 수 있어요.
일반 문해학교는 초등학력이 있어도 참여할 수 있으며, 기본적인 문해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습수료 기준 없이 더 나은 문해 능력을 갖추기 위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반에 금기어가 있어요. "안돼요"라는 말과 "선생님, 해도 안 되더라고요" 라는 말인데요.
누구든지 하면 다 되니 "포기하지말고 열심히 하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해라"라는 제 신념에서 금기어를 정했습니다.
우리 어르신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건강 관리를 잘하셔야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으니, 건강 관리해주셨음 좋겠고, 공부를 못한게 내 잘못은 아니니까 당당하게 이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문해교육을 받고 있는 하정임 입니다.
학교가 너무 멀고 가기가 험해서 다니지 못했어요. 공장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서 살다가 남편이 병에 걸려 시력이 악화되서 안 보이기 시작했어요. 근데 저는 글을 읽지 못하니까 무엇을 해야되는데 모르고 안해서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하루하루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하면 되나 하고 있는데, 작은 며느리가 집 가까운데에 배우는 곳이 있으니 가보라고 해서 오게 됐어요.
여기 와보니, 같은 또래들이 있는데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너무 기분이 좋고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보니까 친구들도 여기 있어서 좋고 학교에서 부모님들이 못 해준 것도 해주고 소풍도 보내주고, 못 입을줄 알았던 교복도 입어보고 모든게 다 좋은 거예요.
그래서 여길 다녀보니까 이렇게 살 맛이 나고 세상 이렇게 넓고 배울 것도 많은데 내가 더 오래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건강도 잘 지키고 있어요.
공부는 계속 하고 싶죠. 저도 다른 학생들도 다 가고 싶어하고, 중학교에 갈 수 있도록 영어랑 컴퓨터도 가르쳐주고 하니까 배워서 가고 싶어요. 내후년에 졸업하고 아프지 않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렵긴 다 어려운데 저는 산수가 재미나요. 근데 식을 잘 몰라서 어렵긴 한데 몰랐던 걸 배우고 하니까 더 잘하고 싶어요.
여기서 미술도 가르쳐주지, 음악도 가르쳐주지, 영어도 가르쳐주지. 안 해주는게 어딨어요. 다 해주니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몰라요.
두려워하지 말고 오세요. 내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내가 겪어봤기 때문에 못 배웠으면 부끄러운 생각 말고 그냥 배우러 오세요. 그전에는 누가 "어디가?"라고 물어보면 그냥 "나 저기 가"그랬는데, 지금은 "나 문해학교 가"라고 떳떳하게 얘기해요.
배우니까, 생활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주변에 배우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꼭 오라고 그렇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어르신의 배움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느꼈고 문해학교에 대해 알게 된 뜻깊고 인상적인 시간이였습니다. 이상호 청주시 SNS 콘텐츠 에디터가 제작한 아래 영상을 보면 선생님과 어르신의 소감이 더 생생히 와 닿으실 텐데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을 통해서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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