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문학기행의 시작

김홍신문학관'

논산 하면 많은 분들께서 예(禮)와 충(忠)의 도시 혹은 논산 딸기, 연산 대추, 강경 젓갈 등의 특산품을 많이 떠올리십니다. 혹시 문학과 관련해서도 논산에서 가볼 만한 곳이 꽤 많다는 것 알고 있으신가요?

대표적으로 어린왕자문학관, 강경산소금문학관, 김홍신문학관 등 문학기행을 여행의 테마로 선정하셔도 둘러볼만한 곳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해 드릴 김홍신문학관은 대한민국 최초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해 건립된 문화공간입니다.

김홍식문학관

주소 : 논산시 중앙로 146-23

운영 : 09시 - 18시(3월~10월), 09시 - 17시(11월~2월), 12시 - 13시(휴게시간)

휴무 : 매주 월요일

입장료 : 무료

깔끔한 하얀색 건물의 외관에 김홍신문학관을 상징하는 로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검은색은 잉크, 빨간색은 피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 몸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 두려는 몸부림으로 나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습니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김홍신 작가의 말씀에서 영감을 얻어 김홍신문학관의 로고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홍신문학관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4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애정으로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 김홍신의 삶과 더불어 시대적 문학작품들을 읽을 수 있는 라이브러리와 함께 이를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김홍신 문학의 특성을 지키면서 다양한 매체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지하 1층부터, 작가의 삶과 작품, 시대상을 유기적 공간에 소통하는 1층, 그리고 본 문학관 주제 '바람'에 대한 대화를 채록한 키네틱 무비가 연출된 2층, 마지막으로 지역과 지역,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3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지하 1층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열린 문화의 공간으로 극장전 '인간시장'이 상영되기도 하지만, 주로 인문학 강연을 비롯한 문학활동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25년을 맞아 '어린왕자' 낭독회&낭독극 발표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문학으로 시대를 연결하고 지역과 소통하는 장(場)으로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1층은 작가의 삶과 작품 등이 소개되어 있어 있는 곳입니다. 입구 쪽에 비치되어 있는 방명록이 있어 발자취를 남길 수 있으며, 방명록 옆에는 문학관 행사와 인문학 강연 안내 문자를 희망하시는 분들이 연락처를 기재할 수 있는 리스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성함과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안내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신청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층 북갤러리의 모습입니다. 김홍신 작가님이 집필한 수백 권의 책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님의 138번째 신작인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라는 장편소설이 출간되었는데 불신과 분열의 세상에 던지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진정한 애도와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소설로 평가받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1년에 1권 집필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는데, 신간을 포함하여 20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하셨으니 작가님의 고뇌와 노고가 얼마나 많았을지 가늠하기 힘들었습니다.

좀 의외였던 것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도 집필하셨다는 점입니다.

김홍신 작가님의 삶이 사회의 부조리에 맞서고 사회적 약자와 소시민에 대한 관심과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재밌는 정겹고 재밌는 주제로 동화책을 집필하셨다는 게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홍신 작가의 대표 작품인 장편소설 '인간시장'의 주인공 장종찬과 여주인공 다혜의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대한민국 문학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인간시장'은 1981년부터 5년간 '주간한국'에 연재를 시작으로 창작된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 소설입니다.

처음에는 '스물두 살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이었다가 '인간시장'으로 바뀌었으며, 연재 중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시작하며 총 20권(6,184페이지) 분량에 17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장편 소설입니다.

인간시장은 1980년대 한국의 암울했던 시대상을 통렬하게 고발하고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의 횡포 그리고 빼앗긴 자들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 1981년 단행본 첫 출간 후 1달 반 만에 10만 부를, 2년여 뒤에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하여 한국 역사상 최초의 100만 부를 돌파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인간시장은 1980년대 상반기 동안 560만 부 이상의 책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이후 영화(4편), TV 드라마(2편), 연극(1편), 만화(단행본 2권) 등으로 장르는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간 시장'이라고 불리는 인신매매의 본거지와 창녀 촌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의 모순을 폭로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돈과 권력에 인권과 자유가 무참히 빼앗긴 삶 속에서 우리 시대의 정의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물두 살 법대생 청년 '장종찬'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주인공 장종찬은 온갖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며 '현대판 홍길동'으로서 정치권력, 재벌, 종교, 언론, 검찰과 경찰 등 막강한 세력들을 응징하는 역할을 합니다. 당대의 많은 독자들은 장종찬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으며 작품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며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인간시장'의 기록과 자취들을 훑어보며 추억 여행을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층 한편에는 수유실이 있습니다. 기저귀 갈이대와 세면대, 수유를 위한 소파가 준비되어 있어 아이와 동반하여도 불편함 없이 편히 이용할 수 있습니다.

2층은 작품의 공간으로 주제영상관, 작가의 흔적, 대발해 관, 바람의 글,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며져있습니다.

종종 특별 전시회, 강연이 있을 때 김홍신문학관을 방문하는데 이번 방문에선 2층 주제영상관 공간은 전시를 기획 중이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번 사진 전시회 때 방문 모습입니다.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햇살과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조성된 내부 공간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전시 영상, 사진, 작품 등을 관람하기 좋습니다.

맞은편에는 김홍신 작가의 '대발해' 작품 영상 및 육필원고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대발해'를 집필하기 위해 발해의 흔적을 찾아 자료를 검색하고, 연구하며 현장을 찾아 돌아보며 준비한 작가의 노고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발해' 친필 원고입니다. 수없이 고뇌하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갔을 것이며, 그마저도 수정을 거듭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발해의 건국부터 흥망의 역사를 10권의 책으로 기록했는데 실존 인물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가상인물이 추가되며 더 웅장해지고 흥미롭게 발해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책일 것 같습니다. 저도 한번 '대발해' 10권 완독하기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이 공간은 아카이브 자료실입니다. 김홍신 작가의 창작 혼이 담긴 육필원고와 만년필, 출간되지 않은 중단편 소설과 다양한 칼럼 및 에세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작가의 삶이 낳은 수많은 인터뷰와 보도 기사, 평론이 함께 소개되어 총 5,000여 개의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활동 외에 의정 활동, 사회봉사활동, 인권활동, 후학 양성 활동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사회와 소통하는 작가 김홍신의 발자취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마지막으로 3층은 지역과 지역,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꾸며져있습니다. 김홍신문학관을 방문한 손님들이 원고지에 자필로 자신의 소감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김홍신 작가처럼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여고생의 바람, 스무 살 '인간시장'을 눈빠지게 읽었다고 방문 소감을 밝히신 분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김홍신 작가의 작품들을 해석하고 소감을 나누는, 대면하고 있진 않지만 작품과 문학관이라는 장소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김홍신문학관을 찬찬히 둘러보시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면 1층에 있는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차 한잔 마시며 작가의 작품과 세계관 등에 대해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카페의 이름은 '모루'인데, 모루는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도구로 불에 달궈진 뜨거운 금속을 위에 올려놓고 망치를 두드릴 때 사용되는 받침쇠를 의미합니다.

김홍신 작가의 호(號)이기도 한 모루는 국회의원 시절 '김홍신은 세상을 떠받치는 버팀목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로 고(故) 홍문택 신부님께서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김홍신 작가의 일생과 작품을 돌이켜봤을 때 '모루'라는 호(號)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홍신 작가는 사랑에 대하여 아래 처럼 말하셨습니다.

'사랑은 인간의 가장 황홀한 숙제'

암울한 시대의 애환을 비판과 풍자의 리얼리즘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내 이웃을 위한 배려와 올바른 역사의식 발현 모두 따뜻한 사랑과 용서가 주는 휴머니즘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작가는 전 생에 걸친 삶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작품이 많습니다. 대표작부터 한 권씩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이 했고, 다양한 작품 속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며 다시 한번 김홍신문학관을 방문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김홍신문학관을 방문하시길 바라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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