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전
세종시 역사탐방 아름동 어서각 역사공원에 찾아온 봄(권은경 기자)
세종시의 매력 중 하나는 고층 아파트 사이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고 있는 역사공원입니다. 세종시에는 나성동 독락정역사공원, 종촌동 초려역사공원, 한솔동 백제고분역사공원 그리고 아름동 어서각역사공원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유적을 보존하면서 세종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원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중에서 아름동에 있는 어서각 역사공원을 다녀왔습니다.
어서각(御書閣)은 ‘어서’를 보관한 누각입니다. 어서는 임금이 손수 쓴 글씨를 의미합니다. 아름동에 있는 어서각은 조선 태조, 영조, 정조, 고종 등 네 명의 왕이 쓴 글씨를 보관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태조의 교지만 남아 있고 나머지 친서는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합니다. 현재 태조의 교지 원본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 중이고 어서각에는 영인본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어서각 역사공원은 아름동 범지기 마을 9단지 사이에 위치합니다. 이 앞을 몇 번이나 지나다녔는데 언덕 위에 이런 멋진 누각이 있는지 몰랐네요.
역사공원 입구에는 독특한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버들잎, 조롱박, 우물을 형상화한 것인데 그 유래가 흥미롭습니다. 이 조형물과 조형물에 새겨진 태조의 교지는 조선을 건국하기 전 태조 이성계와 왕비 신덕왕후의 만남과 관련이 있습니다.
조형물에는 강순용이 받은 교지가 원본 그대로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王旨(왕지)
康舜龍 爲 特進輔國崇祿大夫 載寧伯
(강순용 위 특진보국숭록대부 재영백)
강순용을 보국숭록대부로 특진시켜 재영백(載寧伯)으로 봉한다.
조선을 세우기 전 이성계가 무술을 연마하다 목이 말라 용연에 내려옵니다. 마침 우물가에 있는 한 여인에게 물을 부탁합니다. 여인은 바가지에 물을 떠서 줬는데 물 위에 버들잎이 띄워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물을 급히 마시다 탈이 날까 걱정되어 잎을 띄워 천천히 마시도록 한 것이라 대답합니다. 이성계는 여인의 지혜로움과 아름다움에 탄복하여 혼인을 하니 그 여인이 신덕왕후입니다.
강순용은 태조의 왕비인 신덕왕후의 오빠입니다. 신덕왕후의 친정 강씨 가문은 고려말의 권문세족으로 태조가 조선을 개국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세종시에 있는 어서각 역사공원은 태조와 신덕여왕의 버들잎 설화와 강순용에게 내린 교서와 관련된 역사 깊은 곳입니다.
어서각은 나지막한 언덕 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있습니다. 공원 입구는 대나무숲이 조성되어 있고, 길 옆에는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전날 내린 비에 떨어진 꽃잎으로 공원이 더 운치 있어졌요.
건물 앞에는 멋진 비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 비석을 보면 어서각이 어떻게 네 명의 왕과 관련이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비석에는 태조, 영조, 정조, 고종이 내린 어서의 내용이 새겨져 있습니다. 태조가 강순용에게 교지를 내렸고, 강순용의 후손들이 영조에게 태조의 교지를 간직해온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에 영조가 어서각을 건립하도록 사액(賜額, 임금이 서원, 사당, 누각 등에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하였고, 정조는 신덕왕후의 출생지에 세울 비석에 비명을 직접 쓰고, 고종은 1846년 어서각이 중수된 후 사적(事跡)을 써서 보냈다고 합니다.
어서각으로 들어가는 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솟을대문입니다. 들어갈 때 솟을대문을 지나는데 작지만 기품이 느껴집니다.
어서각은 1744년 건립하고, 1804년 중건하였으며 1845년과 1895년에 중수하였습니다. 그리고 2014년에 어서각 역사공원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 향토문화유산 제 41호입니다.
어서각은 정면 1칸, 측면 2칸에 마루가 있는 작은 건물인데 팔작지붕의 겹처마가 멋들어지게 올라가 있습니다.
어서각 정면에는 '御書閣(어서각)'이란 현판이 걸려 있고, 세 면에는 '어서각기(御書閣記)'라 하여 어서각이 세워진 배경에 대한 내용을 기록한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문이 닫혀 있어 아쉽게 교지는 볼 수 없었습니다.
마루에 잠깐 앉아 있으니 고요하니 새소리만 들립니다. 작은 꽃봉오리를 매달고 있는 목련과 바람에 한들거리는 매화가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건너편의 높다란 아파트를 보니 마치 시간여행을 온 것 같습니다.
어서각 마루에 한참을 앉아 봄을 느껴봅니다.
왕의 어서를 보관하는 어서각은 국내에서 충북 영동, 전북 장수, 경남 김해와 세종시 단 4곳에만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세종시에 있는 어서각은 규모는 작지만 건물의 구조나 지붕과 기둥, 마루의 양식이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
아쉬운 발걸음을 떼어 어서각을 내려오니 탐스러운 목련 옆의 벽돌담장이 보입니다. 담장에는 어서각의 유래인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버들잎 설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담장 앞에는 버들잎 모양을 본뜬 화단이 있습니다. 화단 안에는 산수유와 매화가 한창입니다.
화단 앞에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무려 210살로 추정된다는데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서서 세종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었겠죠. 겨우내 잎이 떨어지고 이제 막 새잎들이 돋아나기 시작한 은행나무를 보면서 새봄에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어서각 역사공원은 아름뜰근린공원으로 이어집니다.
공원 위 정자에서 아름동 전원주택단지가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공원은 아름동 아파트들 사이를 지나 아름동주민센터로 이어집니다.
숲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꺄르르 놀고 있고, 어르신들은 맨발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각 역사공원은 어서각을 보존하면서 태조 이성계와 신덕왕후의 버들잎 설화를 모티브로 전통담장과 버들잎 모양의 잔디마당을 조성한 역사 깊은 곳이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어서각 역사공원부터 아름뜰근린공원까지 세종시의 역사와 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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