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일 전
대전의 숨겨진 보석 '혜천타워 카리용 콘서트' 체험기
지난 4월 13일, 꽃샘추위처럼 쌀쌀한 봄바람이 불던 토요일, 대전과학기술대학교 혜천타워에서 열린 ‘DST 카리용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바람이 거세게 불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봄날보다 따뜻했던, 참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아이와 함께 방문했는데요. 문화의 소중함과 음악이 주는 감동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연의 주인공은 독일 할레(Halle) 지역 출신의 카리용 연주자 Davit Drambyan 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정말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었는데요.
손끝에서 시작된 멜로디가 타워를 타고 하늘로 퍼져 나가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답니다. 원래 공연은 혜천타워 앞 분수대 광장에서 자유롭게 감상하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거세진 바람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10층에 위치한 ‘카리용 커뮤니티’ 실내 공간으로 장소가 변경되었어요.
이 실내 공간은 탑 구조의 특성상 울림이 좋아 오히려 종소리를 더욱 생생하고 가까이서 들을 수 있었답니다. 약 50분 이상 이어진 연주는 한 곡 한 곡이 짧은 여행처럼 느껴졌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어요.
공연 시작 전, 잠시 혜천타워 1층의 역사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은 생애관, 신앙관, 교육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대전과학기술대학교의 설립자인 이병익 박사님 의 뜻을 담고 있었어요. 특히 이 타워는 박사님이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세운 건물이라고 하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타워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하나하나가 더욱 따뜻하고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혹시 ‘카리용’이 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요.
카리용(Carillon)은 23개 이상의 종으로 구성된 타악기이자 건반악기로, 주로 교회, 시청, 높은 타워에 설치되어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연주하는 데 쓰인답니다. 연주자는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해 건반을 눌러 종을 울리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공중에서 연주되는 피아노를 떠올리게 한답니다. 유럽에선 오랜 전통을 가진 악기이기도 한데요. 정해진 시간마다 종소리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해왔던 역사도 있다고 합니다.
혜천타워에 설치된 카리용은 총 78개의 종, 6.5옥타브의 음역대를 자랑하는 최대 규모라고 해요. 전체 무게만 해도 50톤이 넘고, 그중에 직경 2.5미터짜리 대종은 무려 10톤! 이 큰 종을 설치할 땐 일본 기술자의 손길도 필요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2004년 7월 5일, 세계기네스 협회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카리용으로 인증 받아 세계기네스북에 등재 되었다는 사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연주자 Davit Drambyan님과 국내 1호 카리용 연주자인 교수님을 직접 만난 순간이었어요. 연주가 끝난 뒤, 교수님이 직접 카리용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아이가 체험도 해볼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저희 아이가 교수님과 함께 ‘학교종’을 연주해봤는데, 그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답니다. 교수님 말씀에 따르면, 이처럼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카리용을 실제로 연주해보고 싶어 하는 전 세계 연주자들도 정말 많다고 해요. 특히 최근엔 한류 열풍 덕분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외의 카리용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이 혜천타워 카리용이 꼭 한번 연주해보고 싶은 꿈의 무대로 손꼽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 카리용이 설치된 혜천타워가 한국의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 많은 외국 연주자들이 더욱 큰 감동과 놀라움 을 느낀다고 해요. 높은 타워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단지 음악이 아닌, 효(孝)의 마음과 따뜻한 사랑의 울림 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곳에서의 연주는 단순한 연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거죠.
또한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점은, 카리용은 손가락이 아니라 주먹을 쥐고 눌러야 하기 때문에 손가락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연주자 손이 크고 단단해야 할 줄 알았는데, 교수님의 작고 섬세하며 단정한 손으로도 멋진 연주가 가능하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그날 느꼈던 감동은 시간이 좀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더라고요. 귓가에 맴도는 종소리는 하루의 피로도 다 잊게 만들어줬답니다.
교수님께서는,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개교기념일에 맞춰 5월에도 교수님의 연주가 한 번 더 예정되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꼭 분수대 아래서 햇살 받으며 느긋하게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현재는 오전9시, 정오12시, 오후 6시 하루 3번 자동 연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대전 근처에 계시다면, 한 번쯤 혜천타워를 방문해 보는 건 어떠세요? 바쁜 일상 속에서 짧은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종소리와 함께 조용히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예요.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답니다.
올봄, 가장 조용하고도 깊은 감동으로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혜천타워
- #카리용
- #대전과학기술대학교
- #카리용콘서트
- #혜천타워카리용
- #종소리
- #기네스북
- #대전가볼만한곳
- #대전광역시
- #대전시
- #대전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