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로 50여 년의 명맥을 잇다

‘한강사진관’

사진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50여 년의 세월이 훅 다가왔다.

1968년 조포나루에서 배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과 1972년 영월루에서 바라본 여주대교의 모습까지, 시간여행을 하는 듯 아련한 추억과 낭만이 가득했다.

두정아 사진 박시홍

2대째 가업을 잇게 된 까닭은

“어린 시절, 저에게 사진관은 놀이터와 같았어요.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시던 아버지께서 ‘약품이 많아 위험하다’라며 주의를 주시곤 하셨죠.”

사진이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변화를 오롯이 품으며 세월을 지나왔다. 여주 홍문동에서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사진관을 운영 중인 민영헌 대표는 “한평생 필름을 현상·인화해 오신 아버지의 발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한강사진관은 여주의 가업승계 선정 업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받아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장수 소상공인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사업으로, 인증 현판도 부착된다.

사진의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던 필름카메라 시절, 사진관은 누구나 설렘을 갖고 방문하던 공간이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기도 했다. 장날에 인화를 맡기고 다음 장날에 사진을 찾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사진관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서울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20년 전 쯤 가게를 이어받았어요.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시점이었고 사진관이 사양길에 접어들 때였죠. 제가 장남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진은 제 삶의 일부였기 때문에 가업을 잇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습니다.”

그는 부친 민남호 전 대표에 대해 “여주의 오래전 모습을 사진으로 많이 담아놓으셔서 박물관에 기증도 하셨다”라며 “사진 출품도 많이 하시고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하셨다”라고 회상했다.

가업승계 현판 한강사진관 한쪽에 진열된 다양한 기종의 카메라들

촬영 중인 민영헌 대표 카카오톡으로 사진 파일을 전송받아 인화 작업 중인 민영헌 대표

당신의 추억을 인화해 드립니다

한강사진관의 주 손님은 여권 사진을 찍는 이들과 손주 사진을 인화하기 위해 방문하는 어르신들이다. 민 대표는 “요즘 어르신들이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받으시는 것까지는 다들 하시는데, 파일을 저장하고 꺼내보는 것을 어려워하셔서 사진으로 인화를 많이 하신다”라고 말했다.

출장 업무도 많다. 학교 졸업앨범 촬영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장애인 시설도 사진관의 출장을 필요로 한다. 중증장애인이 신분증에 들어갈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관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에 누워 신분증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접하는 세상이지만, 한쪽에서는 증명사진 한 장 찍는 것조차 어려운 삶을 사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족의 얼굴이 담긴 오래된 흑백 사진을 복원하러 오거나, 전시회를 여는 예술가들이 브로슈어에 담을 작품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기도 한다. 사진관은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사진은 항상 제 옆에 있었습니다. 직업이 되었으니, 이제는 사진이 곧 제 인생인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 발길은 줄었지만, 행복과 추억을 인화하며 미소 짓는 공간으로 오래 남고 싶습니다.”

한강사진관

위치 경기 여주시 세종로11 여주빌딩 106호

문의 031-882-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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