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산성전통시장 어린이 장보기 체험

세상은 다각도로 편리해졌고 그 변화는 우리의 실생활을 상당히 윤택하게 해주었습니다.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도 전날 밤에 손가락만 까닥하면 다음날 새벽 집 앞까지 식재료를 배송해 주고, 굳이 가격비교를 하지 않아도 세일 전단을 핸드폰으로 받아보며, 신선한 육류와 생선을 누구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하지만 불편하더라도 일부러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장 고유의 정감이 그리워 방문하는 분들도 있고 아직도 대형마트가 불편한 어르신들도 있죠.

이번 산성전통시장 장보기 체험 사업은 점점 퇴화되어가는 전통시장들을 살리고, 데이터화로 사회와 멀어져 가는 아이들을 위해 산성시장 상인회에서 직접 추진한 사업입니다. 작년에도 가정의 달 5월에 '동행'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어 프리마켓과 어린이 시장 체험을 공동으로 추진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중점을 둔 행사를 열어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전통시장에 재미와 친숙함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시장을 방문하기 전, 각자 구매한 물건들을 담아올 장바구니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놀이교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수업 시작 전에는 지도 선생님이 모두가 생각하는 시장의 모습과 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다양한 식재료와 물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번쩍 들어 발표에 열을 올렸는데, 발표도 발표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통시장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어요.

발표가 끝나고 언제 시끌시끌했냐는 듯 아이들은 장바구니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좋아하는 캐릭터나 그림을 그려 넣어 나만의 코스튬 장바구니를 만드는 일에 온전히 집중했고, 완성된 가방을 보며 뿌듯해하던 아이들의 미소가 그 어떤 꽃보다 순수하고 예뻤습니다.

가방은 에코백 재질로 장 볼 때뿐만 아니라 아이들 보조가방이나 준비물 가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가방이었어요.

직접 만든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시장으로 향했는데요. 장보기 체험은 현금 대신 온누리상품권 만 원권을 발급처에서 발급받은 뒤, 그 상품권으로 장보기 체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발급받은 상품권은 시장 안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장보기 체험 중 만원 전부를 소비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전통시장을 요리조리 활보하고 다녔는데요. 출출했는지 떡볶이와 간식을 사 먹는 아이들도 있었고 시장 체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나눠먹겠다며 각자 좋아하는 과일을 사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녁으로 먹겠다며 콩나물이나 채소를 사는 친구들도 있었고 엄마에게 선물로 주겠다며 다육식물을 사는 기특한 친구들도 있었죠.

장보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개중 시장 상인들과 가격을 놓고 흥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가 급등으로 만 원으로는 장바구니 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고사리 손으로 알뜰살뜰 알차게도 장을 본 어린이들이 정말 기특했습니다. 이제 만 원은 예전만큼 큰 값어치를 갖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은 그 만 원으로 값을 치르고 거스름돈을 받고 물건을 얻으며 뜻깊은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