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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전
[작은 책방의 주소 #1]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전주 에이커북스토어' 이야기
전북에서 만나는
작은 책방의 주소
전주 물결서사의 대표 '임주아 시인'이
전하는 책과 사람 이야기,
여러분을 작은 책방으로 초대합니다.
쓰는주소 |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 4길 1 3층(중앙동4가 16-3)
듣는주소 | 완산경찰서 옆 GS편의점 건물 3층
운영시간 | 오후 1~7시(월요일 휴무)
책방지기 | 이명규
전주 한옥마을에서 남부시장으로 건너가 풍남문을 끼고 200m만 걸어가면 ‘전라감영’이 있다. 감영은 조선시대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관아로 오늘날 도청을 말한다. 전라감영은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하는 지방통치관서이자 동학농민혁명 때 전주화약을 맺었던 역사적인 장소로 조선왕조 500여년 내내 전주에 자리했다. 전주시는 일제강점기 때 소실된 44채 중 7채의 건물을 복원했고 2020년 10월 전라감영의 새 문을 열었다. 이곳은 옛 전북도청이 헐린 터이기도 하다.
전라감영에서는 1600년대부터 1800년대에 걸쳐 약 60여 종에 이르는 책을 발간했다. 감영의 서적 편찬은 중앙정부의 요청으로 발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전라감영에서 출판된 책들은 주로 사대부에게 필요한 것으로 정치, 역사, 제도, 사회, 의서, 병서, 어학, 문학, 유학에 관한 책이 많았다. 또한 왕권의 강화, 유교 이념의 확립, 문화의 창달 등을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책을 발행했고 이러한 전라감영의 활발한 편찬사업은 인쇄술의 발달과 학문의 보급을 이끌었다.
책을 만들고 학문을 전파하던 전라감영 바로 옆에 전주 대표 독립책방 ‘에이커북스토어’가 있다. 책방지기 이명규는 전주에서 태어나 전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친구들과 우연히 잡지를 만들다 독립출판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우연이 필연이 되어 올해로 10년 차 책방을 운영 중이다. 그를 만나 책방과 책문화에 대해 요모조모 질문해 보았다.
Q. 2015년 겨울 전북대 대학로에 처음 책방 문을 열고, 2019년 봄 현 위치인 전라감영길로 옮겨왔다. 책방 운영에 있어 두 주소지의 차별점을 이야기해준다면. |
아무래도 찾아오는 손님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물론 인지도인 측면도 같이 고려해야겠지만,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공간은 쉽게 찾아올 수 없는 곳이었다. 특색있는 입구와 공간이라 좋아해 주시는 분이 있지만, 길가에서 다시 골목길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발견한 사람과 아는 사람만 오는 그런 책방이었다.
지금은 한옥마을 부근에 있어 찾아오는 손님이 접근성이 높아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또한, 판매되는 물품들에서도 초반에는 스티커나 엽서 등이 더 두드러지게 팔렸다면 지금은 다양한 주제의 독립출판물이 나가고 있다. 이전하며 느낀 점은 독립출판은 관광지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Q. 책방 창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라감영뷰가 아름답다. 전라감영은 조선시대 책을 만들던 전라도 최대 관청이라 이 길에서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언젠간 중요한 역사가 되지 않을까. 현 전라감영길의 특징과 매력을 말해준다면. |
책방을 이전할 때만 하더라도 바로 3분 거리 ‘서점 카프카’와 청년몰의 ‘책방 토닥토닥’만 존재했는데 현 전라감영길은 책방 거리라고 할 만큼 많은 책방이 생겨났다.
‘살림책방’이 한옥마을에서 전라감영길로 이전했고, 서점 카프카와 책방 토닥토닥 사이에 저택을 개조한 ‘책보 책방’이 있다. 또한 가장 최근에 생긴 지도 전문 책방인 ‘프롬투’도 있어 책방 투어를 삼고 돌아다녀도 충분할 정도이다. 소문으로는 고물자골목에 책방이 하나 또 생긴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당 책방은 ‘일요일의 침대’라는 곳으로 알려졌다.)
Q. 에이커북스토어 올해로 10년 차 책방이 됐다. 소회와 의미를 짚어준다면. |
2015년 12월을 시작해 10년 차라는 시간 동안 짧은 소회를 내뱉는다면 ‘잘 버텼다’일지도 모른다. 책방 초창기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손님이 3명 혹은 4명 오던 곳에서 적어도 지금은 하루에 한 팀 정도는 오니 말이다. 아무래도 독립출판이라는 장르의 인지도가 책방 초창기에 비해 많은 저변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Q. 독립출판 전문 책방을 열고 지금까지 쭉 독립출판물만을 판매해왔다. 뚝심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가. |
방문하는 손님들이 종종 물어보는 질문인데, 원동력으로 삼는다고 한다면 ‘고집’이라는 것과 ‘관성’이라고 대답을 한다. ‘고집’은 내가 선택한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야 한다는 심리에서 비롯되었고 ‘관성’은 이미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저질러왔고, 책방을 하게 됨으로 인해 알게 된 지식이 있어 하루하루를 이어 나가게 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했던 것은 책방을 처음 시작할 때의 다짐이다. ‘책방으로 먹고살 수 없다’ 이 명제를 가지며 기대감을 낮춰 시작했고, 지금도 매출을 확인하며 ‘오, 이만큼 벌었네?’란 생각으로 성취도 가질 수 있게 한다
Q. 10년간 독립출판의 변화과정을 몸소 느껴왔겠다. 그동안 독립출판은 어떻게 변모해왔나. 특히 주목하고 싶은 변곡점이나 특이점이 있다면. |
처음 독립출판은 출판을 할 줄 아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주로 일러스트레이터, 포토그래머의 강세로 사진집이나 일러스트북 등 Zine 형태의 도서나 다양한 판형의 무선제본 도서들이 있었다.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본인만의 책을 만든다고 하여 독립출판이라고 지칭하게 되었다.
이러한 독립출판물을 모아 판매하는 책방이 생겨났고, 그 이름을 그대로 빌려 독립서점이라 불리게 되었다. 처음 독립서점은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제주 등 광역시 위주로 점차 생겨났는데 이러한 독립서점에서 수익모델로 소규모 워크숍을 운영하며 독립출판 작가들이 강연을 진행하게 되면서 출판 방식을 널리 알릴 수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책을 만들고 싶다면 기성 출판사에 투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점차 본인이 직접 책을 제작하는 방법이 널리 퍼지며 출판시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면서 기존 혼자만 써왔던 글들을 모아 독립출판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처음에는 시,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출판되었으나 소설, 아카이빙, 문답집 등 다양한 양상으로 뻗어나갔다.
이로 인해 기성에서 담지 못했던 주제들을 자유롭게 독립출판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일상적인 주제부터 전문가적 취향을 담은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도서들이 등장하게 된다.
1인 출판사 등록의 간편한 절차가 점차 독립출판 작가들에게 입소문이 돌면서 ISBN을 달고 출판하는 도서들이 많아지게 되어 일부 작가는 이를 이용해 대형 서점들에도 입점하는가 하면, 발급만 받고 우리와 같은 독립서점들에만 입점하는 작가들로 나눠진다. 다만, 출판사 등록으로 인해 도서관 납품, 책마을 참여 등등 활동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Q. 책방엔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나. 연령대, 지역, 관심사 등. |
초반에는 주로 20~30대의 여성분들이 주로 방문하며 전주 지역보다는 다른 도시에서 오는 방문객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연령대 폭이 20~40대로 넓어지며 전주 지역에도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에세이 도서들 출고가 비중이 높으나, 최근 들어선 시집, 소설, 일러스트 등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을 데려가고 있다.
Q. 직접 출판하거나 기획한 독립출판물을 차례대로 소개해달라. |
처음 기획한 책은 <단, 하루의 밤>이라는 도서로 당시 책방 글쓰기 수업을 진행해 주신 ‘권진희’ 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이다. 내용은 어느 날 헤어진 남녀가 어떠한 계기로 재회하게 되는 그 하룻밤의 이야기로 남녀 각각의 시각에서 풀어낸 짧은 도서다. 첫 책인 만큼 독립출판식으로 풀어보고 싶어 페이지 당 짧은 문장들로 분포해 읽는 시간을 늘렸고 여백을 독자의 상상으로 채우길 바랐다. 정독 후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았던 것처럼.
두 번째 책은 책방 지기의 5년 차까지의 이야기인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이다. 이 책은 북페어에 참가하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나왔다. 특이한 점은 원고 작성이 단 3달 걸렸고, 그 원동력이 ‘분노’여서 더 쉽게 썼다. 내용은 책방을 몰랐던 사람이 책방을 창업하고 난 이후 책방을 알아가게 된 책방지기의 이야기다. 독자 중 한 명을 만났었는데 그분 후기로는 상당히 매운맛이라고 한다.
세 번째 책은 <막상 해보니 좋은>이란 엔솔로지 도서다. 책방에서 3년간 진행했던 <글쓰기는 처음이라> 수업에 들었던 분들 중 6분 선정해서 제작한 도서이다. 수업 때 썼던 글 1편, <막상 해보니 좋은>이라는 주제로 쓴 글 1편씩해서 총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방지기가 직접 제작한 책으로 여러 사람의 글을 한번에 담다 보니 글의 순서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
Q. 2023년부터 전주 독립출판북페어 전주책쾌 기획자로 동료들과 활동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기획자로서 보람찬 순간과 어려운 점이 있다면? |
‘물결서사’의 임주아 대표의 설득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남들에게 나서는 것에 심히 부담감을 느껴 되도록 거절을 하려고 했다. 또한 그동안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북페어를 다년간 참여해 봐서 신뢰도가 높지 않은 이유도 있다.
그러다 문득, 만일 독립출판페어가 진행되고 실패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타격이 있을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봤고 참여하든 아니든 책방에 영향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너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차라리 참여하고 감당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일손이 부족해 겹치는 업무들이 많지만 주 파트는 독립출판씬에서 오래 활동한 이점이 있어 참가자 모집 및 메일 응대, 간략한 주요 일정 설정 등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행사가 끝난 순간 참가자들이 만족해하며 떠날 때 가장 보람차고, 이 사람들을 또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어려운 점이다. 행사 진행 중에 발생하는 자잘한 이슈들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라 여기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Q.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이 15만명 관람객을 기록하고, 부산, 광주, 대전, 군산 등 지역마다 도서전과 북페어가 매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최근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다년간 북페어에 참가해본 책방지기로 느끼기엔 예전부터 수도권에 집약되어 있던 북페어 행사가 점차 시간이 지나 확대되어 지방까지 내려왔고 최근 그 수혜를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무리 MZ세대의 텍스트힙이라는 현상이 있다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진행되었던 북페어 및 도서전의 방문객이 증가하며 과포화된 순간 다른 도서에서 진행되는 도서행사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들도 북페어를 기획하고 운영하게 된 거라고 본다.
Q. 지역에서 인구수 대비 책방 수가 제주, 대전 다음으로 전주가 많다고 알고 있다. 특히 전주는 계속해서 새로운 책방이 오픈하는 것에 놀라워하며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전주는 책방하기 좋은 도시인가. |
다른 도시에서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주는 책방 하기 좋은 곳은 맞다. 도서관과 책방과의 교류뿐만 아니라 ‘책쿵20’ 등 정책적인 방향성에서도 차별점이 있다. 또한 관광 문화도시로써 지역을 넘어 찾아오는 손님들의 존재로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다만, 계속 생겨나는 책방과 관련해서 앞으로도 책방 하기 좋은 도시인가라고 생각한다면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지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총량엔 한계가 있는 법인데 공급과 수요에서 과잉공급이 되면 당연히 수요가 따라붙질 못하지 않을까.
Q. 책방 SNS에 하루에 두 번 출근일지와 퇴근일지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특히 퇴근일지에는 그날 팔린 책 사진이 올라오는데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떼샷일 때 기분도 말해 달라. ) |
퇴근일지에 올리는 도서 이미지는, 그날 당일 판매된 도서들을 올리는 것이다.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대게 한정적이다. 입고 혹은 재입고 할 때뿐이다. 즉, 도서에 대한 광고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었고, 이를 자연스럽게 알릴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퇴근일지에 찍어서 올리는 것으로 대체하게 되었다.
단, 광고성 이미지라는 생각으로 중복 판매도서도 1권만, 재고가 없는 도서는 올리지 않는다. 어쩌다가 2장 이상 넘어가게 된다면 “이올~~~”하며 매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자랑거리로, 하루 고됨을 위로한다.
Q. 책방을 열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두 이야기가 있다면. 좌절편/희망편으로. |
😢 좌절편
책방을 창업하는 이유가 책이 좋아서 하는 거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책방을 하게 되면 생각보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생겨나 독서 의욕이 떨어지기도 한다. 책방 또한 자영업의 일종이라 사업의 일환이다. 지속 가능한 무언가가 있지 않다면 언제 손님이 끊어질지 모를 불안감으로 보내게 될 수도 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희망편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혹은 영역이 있다면 다른 업종에 비해 책방과 연동해서 진행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은 있다. 예를 들어 캘리그래피나 드로잉으로 책방 내에 워크숍을 진행한다든지 평소 모시고 싶은 작가와 북토크를 기획한다든지.
Q. 책방지기로서 앞으로 계획과 꿈이 있다면. |
딱히 꿈을 가지고 시작한 책방이 아니다 보니 거창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그 자리, 그 공간에서 책을 팔고 싶다는 꿈은 가지고 있다. 어쩌면 유지하는 것 자체가 꿈이지 않을까 한다.
에이커북스토어가 권하는
책 5권
2월, 작은 책방의 주소
'에이커북스토어'
interviewer_임주아 시인
photo by_앳더위켄드스튜디오 최기홍 사진작가
글 = 임주아 시인
사진 = 최기홍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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