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의 어진 선비를 찾아서-고성 갈천서원 봄철 제례

봄이되 봄이 아닌 듯 심란한 요즘입니다.

산청과 의성에서 일어난 산불 등으로 봄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어지러움 속에서도 어진 선비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떠올리며

고성 갈천서원(葛川書院)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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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공 행촌 이암 선생과 문열공 도촌 이교 선생, 묵재 노필 선생, 관포 어득강 선생을 모신

갈천서원 봄철 제례는 매년 음력 3월과 9월 상정일(上丁日)에 올리고 있습니다.

제례 시각보다 일찍 들렀습니다.

시간이 넉넉한 덕분에 찬찬히 서원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서원으로 가려면 작은 개울을 지나야 합니다. 갈천교를 건넜습니다.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괜스레 마음가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서원 앞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에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습니다.

곁에는 침류대(枕流臺)라 적혀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듯 숨을 고릅니다.

문득 조선 시대 천민 시인 유희경이 자신의 집 근처 정업원(定業院) 아래에 붙였던 침류대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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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그와 사랑을 나눴던 전북 부안 기생 매창(梅窓, 1573〜1610)이 연이어 생각납니다.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임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千里)에 외로 온 꿈만 오락가락 하노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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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열심히 배웠던 고시조를 읊조리며 천천히 서원을 구경합니다.

한편에서는 제례에 쓸 음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정문 불사문(不舍門) 앞에는 오랫동안 우러러 모시겠다는 다짐이

백세첨앙(百世瞻仰)이라는 돌에 새겨져 있습니다.

또한, 앞면 5칸, 옆면 1칸의 맞배지붕 솟을대문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열심히 학문에 정진하자는

맹자의 가르침이 편액으로 걸려 있어 출입하는 우리는 더욱 경건해집니다.

외삼문인 불사문을 지나면 <갈천서원>이라는 편액이 내걸린 강당이 나옵니다.

강당은 앞면 3칸, 옆면 2칸의 3량 구조 팔작지붕 목조 기와집입니다.

대청 1칸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방 1칸씩을 두었습니다.

오른쪽 방에는 누마루가 있습니다.

강당 뒤편으로 내삼문이 있고 사당이 있습니다.

강당 옆에는 낙영재(樂英齋)가 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제례 시각이 임박하자 유림이 구름처럼 몰려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역할을 분배합니다.

이날 제례는 유림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초헌관은 전제동 고성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초헌관을 맡았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이상근 고성군수는 “네 분 현사의 정신과 덕행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고 현대사회에 계승·발전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제례에 앞서 모신 네 분의 어진 선비에 관한 소개가 곁들여졌습니다.

본관이 고성인 행촌(杏村) 이암(李嵒1297-1364) 선생은

본관이 고려 공민왕 때 문하시중(오늘날 국무총리) 을 지냈으며,

시호는 문경으로 송설체(松雪體)를 잘 쓴 서예가로서 그림에도 뛰어났다고 합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 선생이 지은 비문을 보면 공은 관직에 있을 때는

근실하게 법을 지켜 하자가 조금도 없었으며,

집에 있을 때는 재물이 있고 없음을 묻지 않고 독서로 스스로 즐기며 검소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고려 공민왕은 공이 졸하자 슬퍼하며 시호를 문정(文貞)이라 내리고 직접 공의 초상화를 그리고 추모했다고 합니다.

관포(灌圃) 어득강(魚得江, 1470~1550) 선생은

1532년 곤양 군수로 있을 때 31살이나 어린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년) 선생을 초대해 교유(交遊)하기도 했습니다.

그 흔적이 사천 작도정사(鵲島精舍)에 남아 있습니다.

걸음 하나하나 조심조심, 사현사(四賢祠)로 제관들이 오릅니다.

향을 피우고 제수 등 예물을 올리는 전폐례를 시작으로,

초헌례·아헌례·종헌례를 포함한 헌작례와 분헌례, 음복례 그리고 초헌관이 망요위에서

축문과 폐백을 불사르고 땅에 묻는 의례인 망료례를 끝으로, 전통유교식으로 제례를 마쳤습니다.

한편, 1713년(숙종 39년)에 창건한 갈천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896년(고종 6년)에 훼철되었습니다.

광복 후 지역유림에 의해 회화면 봉동리에서 현 위치인 대가면 갈천리로 옮겨져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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