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전시를 만날 수 있는 곳 대전 예술가의 집
대전예술의가의집은 모든 시민과 지역 예술인들이 창작물을 발표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1970년대 이전까지는 육군병참학교의 군용지였다가 이후 2012년까지 대전시민회관이 있었던 자리입니다. 대전예술가의집에서는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데요, 7월 첫째 주 7월 2일부터 7월 7일까지 제18회 신공예 작가회 정기전, 제35회 현강연서회전, 지고지음전 이렇게 3가지 전시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2024 제18회 신공예작가전의 주제는 ‘淸靑(청청)’입니다. 푸르른 숲의 바람을 느끼고 맑은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싶은 계절인 여름에 딱 맞는 공예 작품을 준비하였습니다. 시원한 색채와 함께 신비한 자연과 조화로운 현대 문화 예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신공예작가회는 대전 지역에서 도자기, 나무, 섬유 등을 다루는 수공예 분야 작가의 모임입니다. 이번 전시에는 강봉승, 금정희, 김민정, 김용운, 김은실, 김은정, 김종숙, 문순분, 박영선, 백선영, 서미희, 유정란, 윤순일, 윤정아, 이미희, 이효순, 조현하, 최경선, 최인욱, 홍이택 작가가 참여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제35회 현강연서회전은 현강(玄江) 박홍준 선생과 그의 제자들이 마련한 전시회로 1988년 1회 전시회를 시작으로 벌써 35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현강연서회전에서는 도덕경, 반야심경, 성경 등 고전 작품부터 영미권 작가의 시에 이르는 서예 작품과 수묵화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먹물과 붓으로 그린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보면 어느샌가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전자 타이핑이 익숙해져 버린 요즈음 붓글씨는 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붓으로 글씨를 쓰려면 먼저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한 획을 정확히 긋기 위해 많이 집중해야 합니다. 백스페이스가 없어서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써야 하니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갔을까요?
마지막으로 이번 주에 있는 가장 큰 규모의 전시는 지고지음전입니다. 지음(知音)은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으로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의미합니다. 지고지음전은 갓 스무 살에 ‘서예’의 매력에 빠진 4명의 친구가 화곡(華谷) 서춘식 선생님께 글을 배우고, 강암(剛庵) 송성용 선생님께 영향을 받아 45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쌓은 오랜 우정을 상징합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데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해요.
월곡(月谷) 김용근 선생님께서는 대전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며 대한민국서도대전 우수상을 수상하신 이력이 있고 (사)한국서도협회 초대 작가로서 심사위원을 역임하셨습니다. 김용근 선생님의 전시에서는 수려한 필체로 새롭게 재탄생한 고전 시와 노래 가사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위의 작품은 이백(李白)의 시입니다. 한자를 읽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개인전 도록에 한글 해석본이 있어서 작품의 내용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흰 머리 무려 삼 천 길
근심 때문에 이렇게 자랐나
모르는 사이 맑은 거울 속
저 머리 위 서리는 어디서 얻은 것인가"
금재(錦齋) 백승일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한글 서예 작품이 많아서 한자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이 감상하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캘리그라피의 원조는 서예가 아닐까요? 한글의 다양한 서체를 보면서 펜을 잡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의 작품 중에 "일생의 계획은 어린 시절에 달려있고 일 년의 계획은 봄에 달려있고 하루의 계획은 새벽에 달려있다"는 공자의 명언인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부지런히 배움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청강(靑江) 박근서 선생님의 작품을 보실까요? 박근서 선생님께서는 대한민국서도대전 특선상을 수상하셨고 한국정예작가전 10회, 개인전 2회 등을 열며 김용서 선생님과 같이 대전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박근서 선생님의 작품 중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가 가장 먼저 보입니다. 취고당검소는 요샛말로 좋은 구절을 모아서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을 필사하는 데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온전히 담아내기란 쉽지 않은데,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원문 필사와 함께 옆에 한글로 작게 뜻까지 함께 적어 둔 것이 특징입니다.
성연(成淵) 이성국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상형문자 같은 고대 서체인 전서와 정자체인 해서 등 다양한 한자 서체가 돋보입니다. 채근담 같은 고전과 옛 시를 필사한 작품과 더불어 신부님께 드리는 성경 구절을 통해 인생의 진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아쉽게도 주말에 종료됩니다. 이번 주말 작가님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수공예 작품과 서예 작품을 감상하시며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상상력과 선조들의 철학을 느껴볼 수 있었던 전시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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