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전
쾌응환호 조난 기념비, 호미곶과 관련된 역사를 찾아서
쾌응환호 조난 기념비,
호미곶과 관련된 역사를 찾아서
호미곶은
울산 간절곶과 함께
일출의 고장이기도 하지만
바람이 드센 곳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드센 호미곶에서
바람을 이용해 보고자
2001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했으나,
풍력발전기마저 드센 바람을
이기지 못한 잦은 고장에
철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바람이 드센 호미곶에
역사의 바람은 더 거셌습니다.
절정은 서세동점의 시대인
구한말이었습니다.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로
대한 제국은
국권피탈(國權被奪)이 되었지만
일본은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를
삼킬 준비를 끝내 가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청·일과 러·일 전쟁에서
잇따라 승리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침략이 본격화될 무렵
1907년 9월 9일
일본 수산 강습소
실습선인 쾌응환호가
구만리 교석초 인근 바다에서
태풍에 좌초되어
교관 1명과 학생 3명이
조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일본은 대한 제국의
항로표지시설이 열악하여
배가 사고를 당했다며
항로 표지용 수중 등대와
호미곶 등대를
세우게 하였습니다.
호미곶 등대는
프랑스인이 설계하고
중국인 기술자 시공을 맡아서 세웠고
지금은 경상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석초 등표 왼쪽 옆으로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며
물보라가 일어나는 자리가 보이는데,
해양수산부와 외교부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영해 기점_02 호미곶>이
바로 이곳입니다.
행정 구역 상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구만리 691의 지번을 갖고 있고
지목은 ‘임야’로 국유지이며
면적은 322㎡에 이릅니다.
다만 해발고도가 0.4m에 불과해
밀물 때 파도가 높으면
섬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기에
주변 물길과 해저 지형을 잘 모르면
좌초 사고를 당할 위험이 높기도 합니다.
가까이에 항로 표지용 등표가
설치(設置) 된 까닭이기도 합니다.
100여 년 전 쾌응환호가
좌초한 해역도 이 근처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영해 기점 표석은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667m 지점
구만길 해안 도로 아래 바위 해안에
설치돼 있습니다.
1907년 쾌응환호 조난사고 이후,
1926년 9월 9일 당시
그 배의 승무원과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독수리 바위 옆에 '기념비'를 세워
해마다 참배를 해왔으나
1945년 8월 15일 광복과 동시에
반일 감정이 극에 도달한 주민들이
조난 기념비를 훼손하여
방치시킨 채로 오다가
1971년 10월 도쿄해양대학
문구 납품을 하던 재일교포 한 모 씨의
주선으로 다시 세워진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는 호미곶 주민들의
도량을 짐작할 수 있는 곳이고,
항행 안전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구만 2리 까꾸리께에
해안 도로가 개설된 후
독수리바위 앞 해안가 도로변의
비를 관리하고 있으며
매년 9월 9일에 일본인들이
제사를 지내러 오고 있는 등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역사 연구자들은
쾌응환호가 단순한 해양조사선이 아닌,
일본의 동해 침탈을 위한
군사적 임무를 수행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석에 순난자(殉難者)라는
표현이 사용된 점과
당시 경상도 일대에서 항일 의병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와 맞물려 이러한 추정이 나옵니다
당시에는 경상도 일대에서
고종황제의 명을 받아
의병을 일으키고
항일 산남의진 활동을 펼친
정용기 장군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던 점에서
나온 추정인데요.
민족문제연구소 대구 지부는
"남아 있는 기록과 문헌은 없지만
쾌응환호는 병참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구룡포 지역을 일본 거류민이
집단 상권을 장악한 점
치안이 불안한 상태에서
포항으로 실습 나와
1주일간 정박한 점 등을 미뤄볼 때
군사적인 비밀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논란을 떠나서 역사는
기억되어야 하고 그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일을
되풀이하여서는 아니 됩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결코 없습니다.
100여 년도 더 지난
호미곶에서 일어난 영해 침범과
조난 사고와 등대 건립 역사는
현재와 미래의 영해 수호 의지를 키우는
우리의 밑거름으로 쓰여야 합니다.
국토의 동쪽 끝 호랑이 꼬리가
바다에 잠겼다가
다시 물 위로 드러난 끄트머리,
<영해 기점-02 호미곶> 표석 이야말로
우리 영해를 지키기 위한
소중한 발판일 테니까 말입니다.
참고로 포항에는
영해 기점-02 호미곶 말고
영해 기점-01도 있는데,
그곳은 바로 영일만 신항의
달만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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