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전
전주의 작은 아지트 사랑문구 - 임희택 사장님
그냥 여기 오면 좋아요. 왜냐고요?
그냥… 좋아서요!
전주의 한 초등학교(북일초등학교) 앞
작고 따뜻한 공간 하나가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슬러시 기계 옆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진열대 너머로 “삼촌~!”을 외치는
목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이곳!
문구보다 더 많은 이야기와 정이 오가는 공간,
사랑문구입니다.
오늘은 이 사랑문구를 지키고 있는
임희택 사장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사랑문구는 임희택 사장님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가게였습니다.
아버님의 발목 부상 이후, 어머니를 도우며
자연스럽게 가게를 맡게 되었고,
그 시간이 오늘의 사랑문구로 이어졌습니다.
“그땐 할인 쿠폰이나
적립 도장이 유행이었어요.
아이들 이름카드를 만들어주고,
카드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모르고
그냥 지나치더라고요.
그래서 나만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누구보다 아이들의 습관과 일상을
꿰뚫고 있는 사장님만의 방식,
그 속엔 따뜻한 배려와
오랜 시간의 노하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문구점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아이들의 사진이 정말 많아요. 이유가 있나요?
사진은 오래전부터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찍어두고 싶은 순간,
보관하고 싶은 아이들
그렇게 많이 보관하고 있었죠.
그 사진들을 나중엔
이렇게 인테리어로 하면 어떨까 란
상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실행할 엄두는 못 내다 코로나 때
시간이 많이 있어서 그 상상을 펼쳐보았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로 할 수 있었고요.^^
저만의 추억상자에서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추억의 공간으로 됐습니다.
전엔 제가 찍자 하고 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찍어주라 말합니다.
사진이 없으면 단골이 아니죠 .^^
사진이 곧 저와 아이들의 관계를 나타내줍니다.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또렷이 남은 아이들
사장님의 기억엔 특별한 손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학 간다고 직접 만든 감사패를
전해준 친구가 있어요.
유치원 때부터 오던 친구였는데…
그건 정말 감동이었어요.”
사장님은 그 감사패를
지금도 가게 한편에 소중히 두고 계십니다.
또 한 명의 아이는 현재 24살이 되어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 중입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정치 이야기를 했어요.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직접 미국에 가겠다고 결심하고,
3학년 때 모든 준비를 혼자 다 했죠.
지금도 전주에 오면 종종 들러요.”
문구점에 놓여 있는 편지,
그림, 손 편지들 하나하나에는
그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사랑문구는 아이들의
기억이 자라고 머무는 시간의 창고입니다.
나비가 머무는 계단처럼, 아이들도 이곳에 내려앉길
가게 밖 계단 밑의 아담한 휴식 공간을
사장님은 제일 좋아하는 자리라고 말합니다.
아이들도 언제든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그 자리는 밝은 조명 아래 아이들의
시력까지 배려한 섬세함이 깃든 곳입니다.
가게로 오르는 계단 천정에
나비들이 붙어 날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곧 나비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의 말처럼,
이곳을 스쳐간 수많은 아이들의 흔적은
지금도 나비처럼 사랑문구 안을
조용히 맴돌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전주 사랑문구는 아지트!
“여기 오면 그냥 좋아요.”
“슬러시도 먹고, 충전도 하고, 게임도 해요.”
“엄마한테 전화도 할 수 있어요!”
사랑문구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가게가 아닙니다.
하루의 피로를 풀고,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작은 쉼터,
그리고 때론 귀여운 투정도
허락되는 아이들만의 아지트입니다.
진열대 너머에서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질 때,
이 공간은 살아 있는 듯 생기를 띱니다.
그 웃음소리야말로 사랑문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유이자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입니다.
아이들에게 사랑문구가
언제까지 있었으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백 년이요!”
요즘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골목 문구점.
그 흔치 않은 풍경을
오늘도 조용히 지켜내는 한 사람.
임희택 사장님의 이야기는
단지 한 가게의 역사가 아닙니다.
전주의 일상 속 따뜻한 사람과
장소가 살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전주의 골목길 어딘가에서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과 함께 문을 여는 사랑문구!
그곳엔 오래된 연필 냄새보다 더 진한,
작지만 소중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습니다.
나에게 사랑문구점이란?
제 생업이지만
지금은 아이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 추억들이 없으면
존재 이유가 없는 곳으로 되어버렸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쉬고 저도 쉬는 공간,
함께 쉬며 놀고 가는 그런 공간이네요
“아이들이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임희택 사장님은 조용히 말합니다.
“아이들이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학년이 바뀌고, 키가 크고, 목소리가 달라져도
문을 열며 “삼촌~!” 을 부르는
그 인사 한마디가
사장님에겐 가장 큰 기쁨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사랑문구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자란
기억이 모이는 동네의 작은 정류장입니다.
소란스러운 웃음도, 몰래 건네는 인사도,
그 모든 순간이 이곳에 작은 별처럼 반짝입니다.
오늘도 그 문은 조용히 열립니다.
그저, 여기 오면 좋으니까.
왜냐고요? 그냥… 정말,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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