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세상을 잇다. 삼베 수세미 만들기
오늘은 ‘더 가치홀 활성화 프로그램 더 특별한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길을 나섰는데요.
가을의 정중앙을 관통하여 걷는 길은 환상이었어요.
집 밖으로 나가면 어디든 마음을 사로잡는 풍경이 펼쳐지는 계절이죠.
어떤 잡념도 사그라들게 하는 가을의 정취에 취해 목적지로 가는 내내 즐거웠어요.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띄는 GIDC 건물.
광명의 핫 플레이스다운 위용이지요?
제일 높은 건물 쪽으로 설레는 발길을 옮기니 '설렘'이라는 조각상이 먼저 반기더군요.
28층이라는 정보만으로 무작정 올라갔으나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걷다가 만난 반가운 이정표!
더가치홀은 GIDC A동과 B동 사이 연결 브리지에 있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B동 28층 2813호이지요.
오늘 바느질로 세상을 잇는 강좌는 더가치홀에서 하는데요.
우선 더가치홀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더가치홀은 광명시 사회적 경제 홍보 전시관이에요.
지난해 1월 개관했는데요.
사회적 경제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고, 사회적 경제 기업의 제품들을 홍보하는 공간이지요.
일반 기업이나 기관, 창업자나 프리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에게 휴식 공간과 회의실을 무료로 지원한다네요.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만하지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운데 넓은 공간 옆으로 가치 나눔실, 가치 공감실이 있고, 오른쪽 벽면에 전시 공간이 있어요.
그곳에는 공예품, 업사이클링 제품, 친환경 제품, 미술품, 3D 프린팅 제품, 제로웨이스트 제품 등 총 46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모두 고고한 자태로 유혹해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부터 예술 작품까지 어찌나 앙증맞고 고귀한지 소장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더라고요.
이곳에서 판매는 하지 않고 곧 사회적경제혁신센터가 오픈하면 판매까지 할 예정이라니 그때까지 참아야겠어요.
강좌 시간이 임박하면서 시민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사회적경제센터 사회적 경제, 공정무역 강사로 활동하는 박혜경 강사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지요.
친절하고 상냥한 모습만큼이나 쉽게, 알차게 그러면서 재미있게 강의를 해서 저는 개인적으로 바느질보다 이런 유익한 강의를 더 길게 듣고 싶었어요.
그러나 바느질을 하는 것으로 알고 오신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강사님은 2시간 중 25분 정도 사회적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주었어요.
강사님은 약을 팔 때 꼭 하나씩 끼워 파는 것처럼 자신은 천연수세미 만드는 데에 더 가치있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끼워 판다고 했는데, 제 생각엔 그 반대이지 않나 싶었어요.
시민들에게 ‘더 가치홀’이라는 공간을 알리고,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주고, 끼워 파는 게 바느질이었다고 이해했어요.
강사님이 사회적 경제라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어주었는데요.
사회 문제를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래요.
여러 사회 문제가 있지만, 특별히 장애인의 문제, 해양 쓰레기 문제, 노인 문제를 이야기했어요.
광명시 사회적 경제 사회적 협동조합에서는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해결하고자 8월부터 특별한 수업을 진행해 왔다고 해요.
11월에는 노인 문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바느질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노인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한 기업을 소개해 주었는데요.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어요.
폐지 수거 어르신과 함께하는 업사이클 아트기업 러블리 페이퍼라네요.
아파트가 많아지고 도시화를 하여도 폐지를 주워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게 현실이잖아요.
그분들이 주운 폐지의 시세는 1㎏에 50원인데 이 기업은 그것의 6배인 300원에 매입해 드리고 있다고 해요.
노인의 수익이 안정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폐지를 줍는 것 외에 고용되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를 상상하다가 행동으로 옮긴 이가 러블리 페이터 기우진 대표라고 해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자원재생 활동가)께서 모은 박스로 젊은 작가들과 함께 페이퍼캔버스아트를 제작하여 판매한대요.
수익금 일부를 폐지 수거 어르신의 노동, 안전, 생활, 여가에 지원한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기업인가요?
이런 선한 영향력이 전국으로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천연수세미 만드는 시간이 되었어요.
광명시 사회적 기업의 하나인 미앤드 공동대표 곽남주 선생님의 꼼꼼한 강의가 시작되었어요.
미앤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고 해요.
사회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의 딸아이가 2차 성징을 겪을 때 마땅한 속옷 구하기가 어렵다는 대화에서 시작되었대요.
아이들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환경도 생각하는 속옷을 만들겠다는 꿈을 현실로 이룬 것이지요.
곽 대표의 디자인 경력을 기반으로 아이들의 체형에 맞게 디자인하고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패드 등 모든 재료를 재사용할 수 있는 천연소재로만 제작한답니다.
합성소재를 쓰지 않고, 고무밴드를 사용하지 않는 속옷을 만들고 있대요.
솜씨가 없어 수세미를 만들지 못해도 오늘 들은 강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세미 만들기에 도전했어요.
30대에서 60대 후반까지 주부들이 참여했는데요, 문제는 바늘에 실 끼우는 것이었어요.
바늘 끼우는 도구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아직도 수세미를 완성하지 못했을 거예요.
강사님께서 준비해 온 삼베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실로 바느질을 하는 건데요.
학창 시절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 박음질과 홈질, 공그르기를 이용해서 만들었어요.
가만히 바느질하다 보니 어릴 적 엄마가 밤마다 양말을 기우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바늘을 머리에 한 번씩 쓱쓱 긁어가며 하셨는데 왜 그랬는지 여쭈어보지 않아서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양말을 여러 번 덧대 꿰매서 잘 신던 신발이 갑자기 작아지기도 했지요.
가난하고 시린 시절이었지만, 반추해보면 그것도 모두 귀하고 소중한 추억이에요.
현대인들은 주부라고 해도 바느질할 일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지요.
옷을 닳아 구멍이 날 때까지 입는 일은 거의 없고, 그런 일이 생겨도 수선집에 맡기면 되니까요.
진지하게 삼베에 색실로 수를 놓아 나만의 수세미를 만든 후 한 장의 추억을 남기고 강좌는 마무리되었어요.
11월 8일 첫 수업에 이어 11일, 20일, 21일, 28일 앞으로 4회의 수업이 있으니 서둘러 신청하여 참여하면 좋겠어요.
더 많은 시민이 ‘더 가치홀’ 개관의 의미를 알고,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더가치홀
- #gidc
- #광명시_사회적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