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전주여행코스 - 전주천 물길따라 한벽당에서 만경강까지
봄의 전령사들을 기다리는 요즘, 며칠째 따뜻한 날씨까지 이어져 옷차림이 한층 가벼워 졌는데요. 아직 파릇파릇한 새싹을 보기는 힘들지만 활동하기에 불편함은 없는 듯합니다.
바람은 잔잔하고 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난 날, 전주천 물길따라 만경강까지 전주의 이야기를 찾아 마실을 떠나봅니다.
전주여행코스
한벽당에서 비비정까지
천따라 강따라
올 1월 전북특별치도로의 승격을 축하하며 ‘전주천부터 만경강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뜬금없이 아주 잠시 했더랬지요.
그런데 ‘달릴 때 스치는 바람은 아직도 차갑겠지? 겨울동안 운동도 안했는데 괜히 병나는 거 아냐?’하는 생각에 “워~ 워~” 굴뚝같은 마음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
굽이 굽이 흘러 이룬 만경강
전주의 도심을 가로 지르는 천은 전주천과 남천이 있는데요. 그 중 전주천은 전주를 북서쪽으로 가로질러 삼천과 합류해 만경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천입니다.
전주천의 발원지는 전북 완주군의 슬치재로 알려져 있으나, 오늘은 슬치재가 아닌 전주한옥마을의 시작점인 한벽당에서 출발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요. 공휴일과 주말에는 전주한옥마을이 ‘차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있어 명소 근처 전주시에서 지정한 도로변이나 공영주차장 이용을 적극 권해드립니다.
전주여행코스 - 한벽당, 청연루, 남부시장
오늘의 이야기는 한벽당에서부터 시작하는데요.
한벽당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문신 최담이 전주로 낙향하여 승암산 기슭 절벽에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입니다. 처음에는 그의 호를 따서 월당루라 했으나, 여러 차례 중수하면서 한벽당으로 바뀌었다 하네요.
한벽당은 예전부터 호남의 묵객들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 전해오는데, 때를 잘 맞춰 오시면 지금도 가끔 대금소리를 들을 수 있답니다.
한벽당 뒤로는 작은 ‘요월대’라는 정자도 자리하고 있고요. 그 아래로는 말굽모양의 터널인 한벽굴도 볼 수 있습니다.
한벽굴은 과거 전라선 본선의 일부로, 일제강점기인 1929년~1931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전주~남원간 철도를 건설하면서 시공하였고, 1931년 10월 전라선 전주~남원 구간과 함께 개통되었는데요. 당시 일제는 조선인들이 신봉하던 풍수지리 사상을 교묘히 이용하여 이 곳에 있던 한벽당의 풍광과 정기를 끊기 위해 바로 밑에 터널을 뚫고 전라선 철도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한벽당 근처에는 자만벽화마을과 향교, 국립무형유산원이 자리하고 있지요. 그리고 조금만 더 걸어 올라가면 평화의전당과 바람쐬는 길까지 이어져 있어 지금까지 만난 북적북적한 전주한옥마을이 아니라 느긋한 전주를 만날 수 있는 구역이랍니다.
조금만 더 전주천의 하류로 이동하면 ‘남천교’라는 아치형 다리를 만날 수 있는데요. 시원한 바람을 즐길 수 있어 여름이면 꽤 인기 있는 ‘청연루’가 자리하고 있답니다.
해질녘 전주천을 바라보기에도 아주 제격인 곳이지요.
싸전다리 옆 남부시장은 전주천을 끼고 이른 새벽 잠시 열렸다 닫는 도깨비시장부터 종일 문을 열고 있는 상설시장으로 운영이 되는데요.
지금은 그 규모가 많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큰 시장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침체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청년몰과 다양한 먹거리와 예술품이 가득한 남부시장 야시장이 크게 사랑받고 있지요.
이밖에도 전주천을 하류방향으로 오른쪽에는 전주한옥마을이 왼쪽으로는 서학동예술마을이 위치하고 있으며, 봄이 오면 전주의 명물인 꽃동산도 남부시장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약간의 발품만 팔면 하루 온종일을 보낼 수도 있답니다.
전주여행코스 - 만경강까지 드라이브
전주시 하가지구 ‘e편한세상’ 앞에서 만난 전주천과 삼천의 두 물줄기는 굽이굽이 흘러 만경강으로 이어지는데요.
한벽당에서 남부시장까지가 전주의 볼거리 위주였다면 추천대교를 지나 팔복동부터는 드라이브 길이 이어집니다.
드라이브를 하실때는 송천동쪽 둑방이 아닌 팔복동쪽으로 운행하실 것을 추천드려요.
송천동쪽 천변을 따라가다가는 우회하여 다시 전주로 들어가게 되어 있어, 팔복동 둑방길을 여유롭게 달려야 삼례 비비정 폐 철교에 다다르게 된답니다. 물론 만경강은 그 길이는 80여 킬로미터나 되기에 더 달릴 수도 있지만, 그 끝은 서해바다가 될 터이니 조심하셔야 해요!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만경철교는 현재 폐철교가 되었으며, 현재는 만경강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는 예술열차가 그 위에 앉아 있습니다. 폐 철교와 신 철교 사이에는 1573년(선조 6년)에 무인 최영길이 건립한 비비정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아쉽게도 오늘 드라이브는 비비정과 예술열차가 있는 곳이 아닌 그 맞은편 철교의 끝이 있는 곳에서 막을 내립니다. 비비정의 아름다운 낙조는 다음 기회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직 봄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람의 속삭임으로 봄의 기운이 느껴지네요. 전주천을 따라 이어진 벚꽃 길은 이제 곧 팝콘처럼 새하얀 꽃망울을 터뜨릴 것입니다.
“출발~” 신호만 떨어지면 팡팡팡팡 꽃봉오리 터지는 소리가 가득찰 것 같은데요. 꽃피는 봄이 오면 이 길을 다시 한 번 달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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