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전
퇴계선생의 역사이야기가 이어지는 백암정
퇴계선생의 역사이야기가 이어지는 백암정
의령군 블로그기자 : 류 지 희
조선시대 유학자 허원보가 창건하고 퇴계 이황 선생이 처가에 들리는 날이면 지역의 유림들과 학문을 논하는 장소였다고 알려진
역사가 담긴 정자, 백암정 탐방길을 소개합니다.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하리에는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신 서원, 덕곡서원이 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의 처가가 의령의 가례면이었기에 지역 유학자들과 교류가 많았고
1656년 의령 현감 윤순거가 덕곡촌 입구에 이황 선생의 위패를 모신 서운을 창건한 것이 덕곡서원입니다.
이 덕곡서원 옆 의령천을 따라 퇴계선생 역사문화 탐방로가 2018년부터 조성 중입니다.
덕곡서원에서 갓실교를 돌아 의령천의 좌우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퇴계선생 역사문화 탐방로 내 위치한 백암정은
걷기에 익숙지 않은 분이라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 홍의정(국궁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테니스장을 지나
의령천을 향해가면 갓실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의령천과 나란히 가는 길을 따라 걸으면 찾아가기가 쉽습니다.
덕곡서원과 백암정 모두를 둘러보고 싶다면 덕곡서원이나 의령구름다리 주차장에 주차하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덕곡서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덕실교를 건너 자전거도로가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역사문화 탐방로 단절구간 안내 표지판에서 보이던 곳은 한창 연결이 진행 중인데 올 봄에는 수려한 대나무 숲을 지나
의령천의 백로와 왜가리가 나는 풍경과 함께 힐링 코스를 즐길 수 있을 듯 연결이 끝나가 보입니다. (아직 공사 중)
의령의 랜드마크 구름다리 주차장을 이용한 후 의령천을 따라 걸으면 스트로브 전나무가 사철 아름다운 길을 만나게 됩니다.
겨울에도 초록의 빛을 잃지 않는 전나무들의 잎이 바닥에 조금 떨어져 살짝 폭신해진 길에서는 운동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네요.
그렇게 길을 따라 걸으면 의령천 맞은편에 백암정이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는 강 건너로 볼 수 있을 뿐 강을 건너 갈 수는 없습니다.
백암정의 백암이라는 이름은 가례면 갑을리에 있었다던 보리사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라고 하는데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절인 보리사에는 수행하는 승려들이 많아 그 스님들의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 그 쌀뜨물이 20여 리나 떨어진
이곳 백암정이 있는 자리까지 이어져 바위를 하얗게 물들였다고 하여 백암정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백암정 맞은편에 적절한 위치에 딱 자리 잡은 쉼터는 자전거를 걸쳐 세워둘 수도 있고 강을 보며 다리를 쉴 수도 있는 의자도 있습니다.
신나는 음악과 함께 걷기 운동을 하시던 분이 시원한 음료 한 잔과 여유를 함께 들이키는 모습이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습니다.
둑을 쌓아 홍수나 가뭄에 대비하면서도 물고기들의 이동통로도 막지 않는 계단식 수로가 시원하게 뻗어있고
한 겨울에도 맑은 물이 바삐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걸어가는 역사 문화 탐방로에는 겨울을 나러 온 오리도 있었고
눌러앉은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도 볼 수 있었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여름이면 전나무 그늘의 푸르름이 시원하기로 유명한 의령천 자전거길은
겨울이 되니 바랜 색도 고운 의령천 주변의 갈대들이 우아한 풍경을 만들어 햇살에 반짝이는 물줄기와 어우러진
잔잔한 자연을 만들어주고 있어 겨울 풍경이 서운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전날 내린 비가 만든 물웅덩이는 자전거도로의 붉은 포장에 멋진 반영 작품을 전시해두고 있었기도 했습니다.
고즈넉하다 : 고요하고 아늑하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라면 이 풍경을 한 폭에 그림에 담아두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요?
구름다리 주차장에서 한동안 걸어서 홍의정(궁도장)에 거의 다다르면 두 갈래 자전거길로 나누어지는데
푸근한 날씨 덕인지 깔끔하게 정돈된 운동기구에 한겨울에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맑은 물에 동동 떠 있는 오리 가족들도 한가로이 몸단장도 하고 바쁘지 않게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갓실교를 건너고 있습니다.
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풀숲 사이 왜가리가 제법 오랜 시간 버티면서 물고기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갓실교를 지나 백암정을 향하는 길은 살짝 경사진 언덕길이라 살짝 가빠지는 숨과 조금 차오르는 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겨울엔 푸릇한 풍경 대신 앙상한 가지가 안타까울 수 있으나 앙상한 가지 덕분에 주변 풍경은 더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백암정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계단을 만드느라 들었을 수고로움이 느껴지는 구불구불한 계단을 내려가면서 뒤로는 산이 있고
앞으로는 내가 흐르는 참 멋진 풍경 속에 백암정을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면 3칸 팔작지붕의 구조를 가진 정자,
15세기 후반 퇴계 이황의 아내의 할아버지인 허원보가 처음 이 자리에 정자를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허원보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로 경남 고성에서 살다가 의령 가례로 이사한 후 허 씨 집성촌을 이루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지금도 가례에는 허 씨 성을 가진 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은 처가의 일에 적극적이어서 자주 의령 가례의 처가에 들렀다고 하고
그때마다 고장의 유림들과 백암정에서 학문을 논했다고 전해집니다.
지어진 후 여러 차례 손을 봐야하기도 했지만 어느 시점엔가 이용하는 발길이 줄어들자 폐허가 된 것을
1959년 3월 지역의 임인생(1902년) 동갑계를 하는 분들이 예촌과 퇴계 선생을 기리며 복원했다가
2003년 태풍 매미를 만나 완전히 무너저 그 모습이 사라졌다가
2018년 퇴계선생 역사문화 탐방로 조성과 함께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이 되었고
2021년까지는 나목상태로 건조과정을 거쳐 2022년에 단청을 입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담백한 겨울 풍경 속 자연과 역사를 느끼는 산책, 의령 백암정을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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