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보이스피싱입니다
시니어들이 12월 10일 연극을 올리기 위해 막바지 리허설이 한창인 소하노인복지관을 12월 8일에 찾았다.
한 명 두 명씩 모이더니 어느새 웃음소리와 연극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이번에 올려질 연극은 '님아 그 말을 믿지 마오'란 제목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의 부제가 붙었다.
연극 단원의 나이는 60대~80대이고 11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연극단이라고도 한다.
이번 연극을 위해서 지난 5월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꾸준히 연습을 해왔다고 전해준다.
*등장인물
김순자/ 왕재수/ 이두리/박공주/ 나대자/이효심/ 전화 범/ 앵커/ 은 기자/ 이 모 씨/성철 (효심 아들)/은행원/재수 며느리
연습이지만 단원들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신의 대본을 따로 메모하고 갖고 다니면서 외우고 또 외워 보지만 자꾸 잊어버린다는 말도 한다.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메모지는 꼬깃꼬깃 해졌다.
다시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다.
1장 그놈이 나타났다.
조명이 켜지면서 음악에 따라 배우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움직인다.
전화벨 소리가 울리면서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전화를 받는다.
모두 : 여보세요?
왕재수 : 네 제가 왕재수 맞는데요.
박공주 : 예? 검찰이요?
이효심 :우리 성철이가 머리를 다쳤다고요?
나대자 : 낚였네! 낚여서 보이스피싱!
이두리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전화 범 :당장 통장에 있는 모든 돈을 인출해야 합니다.
스크린에 제목이 비친다.
“님아 그 말을 믿지 마오”
조명이 바뀌고 순자네 집으로 장면이 바뀐다.
평소와 같이 순자는 집안일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TV에서 뉴스 오프닝 음악이 흘러나온다.
김순자 주부는 TV를 틀어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일을 하고 있다.
TV에서는 앵커가
"안녕하세요. 실버 뉴스에 유진행 앵커입니다. 최근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및 경찰을 사칭하거나 코로나 지원금을 지급한다면 개인정보를 갈취하는 사례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실버기자 은기자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버기자 은기자입니다. 지금 경찰서 앞에 나와 있는데요. 최근 보이스피싱을 당한 60대 이 모 씨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고!! 내가 전화 한 통을 잘 못 받아서 집이고 뭐고 전 재산을 몽땅 날렸다니까요. 이를 어째. 내 피 같은 돈을..."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 모 씨는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라면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깐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은 기자 : 이렇게 판단이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뾰족한 대책을 기대해 봅니다.
이상 실버 뉴스에 은 기자였습니다.
이때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김순자 씨는 짜증을 내면서 에이 한참 흥이 나려고 하는데 도대체 누구야? (핸드폰을 보고 )뭐야 모르는 번호잖아 하며 전화를 받는다.
내용은 어제 국제 금융 사기단이 검거되었는데 김순자 씨의 이름으로 통장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사기 조직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경찰서로 출두하라고 한다.
김순자 씨는 놀라면서 자신은 사기꾼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어쨌든 대포통장으로 의심이 되니 돈을 지키려면 지금 바로 은행으로 가서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해서 가장 안전한 곳에 보관하라고 한다.
한시가 급하다면서...
김순자 씨는 은행에서 돈을 몽땅 찾아 그가 시키는 대로 세탁기에 넣어놓았다.
2장 두 번째 피해자가 나타났다.
아들이 크게 다쳤다면서 수술비가 필요하니 수술비 700만 원을 보내라는 내용이다.
나중에 아들과 통화를 하지만 아들은 어디 한 군데도 다치지 않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 같다고 한다.
3장 :연극 공연 날, 보이스피싱이?
김순자 씨는 나대자, 박공주 친구들과 연극 공연을 보기 위해 만났다.
전화 범은 순자 씨가 나가는 것을 확인하곤 세탁기에서 돈 봉투를 꺼내 가지고 도망가고 말았다.
순자 씨는 친구들에게 세탁기 속에 돈을 감추었다는 얘기를 한다.
친구들은 그게 바로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서 얼른 집에 가서 돈을 찾아보자고 한다.
집에 와서 친구들과 세탁기 속을 보지만 이미 돈 봉투는 없어졌다. 순자 씨는 대성통곡을 한다.
4장 : 보이스피싱을 막아라
복지관 회원들이 모였다.
복지관 회장 왕재수는 우리는 서로 할 일을 서로 도우면서 보이스피싱 같은 일을 미리 예방하자고 한다.
5장 : 보이스피싱을 당하게 된 왕재수
왕재수 씨가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손녀의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손녀를 살리고 싶으면 얼른 돈을 보내라고 한다.
경찰에 신고할 경우 손녀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왕재수는 은행으로 간다. 전화 범이 시키는 대로 하지만 통장을 가지고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태도를 이상하게 본 은행원이 도움을 준다.
며느리에게 전화해서 손녀가 안전하게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왕재수는 은행원의 도움으로 다행히 보이스피싱을 피하게 되었다.
6장~ 7장
왕재수 : 소하 복지관에서 보이스피싱이라니요. 제 회장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 사실 전 남의 일 상관없이 그저 제가 체면만 지키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하면서 서로 도우면서 산다는 게 어떤 것인가를 깨달았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나대자 : 왕재수가 드디어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네.
이두리 : 그래도 왕재수 회장님께서 서로 돕는 소하 복지관을 만들려고 애쓰시니 이제 우리 동네가 더 활기차고 좋아지겠죠?
모두가 기분 좋은 함박웃음을 웃는다.
-끝-
낯선 연극 무대가 시니어들에게는 처음에는 멋쩍고 어색했을 것이다.
대본을 외우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연습하면서 때로는 연출가가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조언을 들으며 연기를 했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시니어란 이름에 걸맞게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기도 했다.
많은 어려움과 고난이 있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했던 그들의 열정에 큰 박수로 응원을 보낸다.
광명시 시민홍보기자단 정현순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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