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전
슬기로운 태화강 국가정원 탐구생활 ①
작가정원 ‘미나모토(源)’-이연옥 태화강 국가정원 해설사 추천.
“그 정원 앞에 서면, 정말로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울산에 사는 우리는 태화강 국가정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만약 아주 소중한 사람이 울산을 방문한다면, 당신은 태화강 국가정원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는 정작 내 곁에 있는 아름다움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습니다.
마치 외국인이 현지인보다 그 지역을 더 깊이 알고 있는 것처럼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우리 집 정원처럼 걸어들어갈 수 있는 곳, 태화강 국가정원.
이제 곧 다가올 2028 세계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울산의 이 특별한 공간을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느껴야 할 때입니다.
울산의 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무려 83만 5천㎡의 광활한 대지 위에 자연과 정원의 철학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바로 ‘슬기로운 태화강 국가정원 탐구생활’.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이연옥 해설사가 가장 사랑하는 정원,
이시하라 카즈유키 작가의 ‘미나모토(源)’입니다.
미나모토, 그 앞에 서는 길.
태화교회 앞 만남의 광장에서 작가정원 팻말을 따라 걷다 보면 태화강 국가정원 관광안내소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정원 해설가를 만나 먼저 추천 정원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안내소 인근, 상상만 하던 ‘미나모토’를 짜잔~ 마침내 눈앞에서 만났지요!
설명을 듣고 관람을 하니, 정원이 훨씬 더 깊이 이해될 뿐만 아니라 안목이 높아진 듯했답니다.
해설가의 말처럼 나도 이 근원 앞에서 오랫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바로 옆 다른 해외 작가 정원과 모네의 정원을 둘러보며 걸었지만, 내 시선의 중심은 계속 ‘미나모토’에 머물러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왜 ‘미나모토’인가요?
‘미나모토(源)’는 일본어로 근원이라는 뜻입니다.
생명의 시작이자, 자연의 흐름이 출발하는 지점을 상징하죠.
이 정원은 2018년 태화강 정원박람회 당시 해외 초청작가 정원으로 조성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태화강의 대지’라는 테마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 이시하라 카즈유키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원 디자이너로, 정원을 단순한 조경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철학적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이 정원에는 울산과 일본 하기시 간의 자매도시 인연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두 도시 간의 우호, 교류, 그리고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하나의 정원 안에 고요하게 담아낸 것이죠.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깊은 정원.
처음 이 정원에 들어서면 언뜻 일본식 정원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두 걸음 더 다가가면 소나무, 물레방아, 옹기, 돌담길 같은 한국적 요소들이 섬세하게 어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연옥 해설사는 말합니다.
“미나모토는 걷는 정원이 아니라, 멈춰서 머무르는 정원이에요.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게 되는 그런 공간이죠.”
‘차경(借景)’ – 정원의 경계를 허물다
‘차경’이란 바깥 풍경을 정원 안에 끌어들여 하나의 풍경처럼 활용하는 전통 정원 기법입니다.
‘풍경을 빌린다’는 뜻 그대로, 정원의 외연이 확장되는 순간이죠.
‘미나모토’는 이 차경의 미학이 빛나는 대표적 정원입니다.
정원 뒤편의 남산 능선, 그 앞의 태화강, 십리대숲까지도 하나의 회화처럼 정원 속에 녹아듭니다.
이처럼 자연과 정원의 경계가 사라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정원을 거닐며 떠오른 마음.
“예전에 일본의 유명한 정원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동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미나모토는… 뭔가 달라요.
마치 에도시대의 시골길을 걷는 듯한 느낌, 혹은 우리 동네 골목길 담장 너머로 슬쩍 들여다보는 정겨운 정원을 마주한 느낌이랄까요.”
그녀는 그저 정원을 설명하는 해설사가 아니었습니다.
정원과 함께 숨 쉬고 있는 사람,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한 장면.
명자나무,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그녀는 돌아가신 한 시인을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그 꽃을 보니, 어릴 적 학교 교정에 심어졌던 나무가 생각났어요. 그리고 그 시인의 시를 처음 읽던 날이 떠오르더라고요.”
정원은 단지 ‘보는 곳’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고, 감정을 건드리는 공간이라는 걸 그날 새삼 느꼈습니다.
미나모토 정원을 제대로 즐기는 법.
• 전체를 먼저 바라보세요.
미나모토는 멀리서 봐야 더 아름답습니다.
십리대숲과 남산의 능선을 배경 삼은 ‘차경(借景)’의 기법이 빛납니다.
• 안내판을 꼭 읽어보세요.
바람의 형상, 생명의 흐름, 사계절의 색이 담긴 작가의 철학이 섬세한 글로 표현돼 있습니다.
• 걷지 말고, 머무르세요.
미나모토는 속도가 느릴수록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원입니다.
공존을 담은 철학의 정원.
작가는 이 정원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그렸습니다.
비가 내려 숲이 적시고, 숲에서 자란 생명들이 하천을 타고 흘러가 바다가 되고, 그 물이 증발되어 다시 비가 되어 내리는… 이 끝없는 순환의 질서.
그 흐름 속에서 사람과 사람, 도시와 도시, 문화와 자연이 이어집니다.
그것이 바로 ‘미나모토’가 전하는 공존의 철학입니다.
당신도 발걸음을 멈추게 될 그곳.
태화강 국가 정원의 중심, 소리 없이 그러나 깊이 있게 숨 쉬고 있는 그 공간.
태화강 국가정원에 가신다면 ‘미나모토(源)’ 앞에서 걸음을 멈춰보세요.
정원이 말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해설사의 따뜻한 시선이 겹쳐지는 그 순간, 당신 마음에도 조용히 ‘근원’ 하나가 피어날지 모릅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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