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리던 날 고복저수지에서 데이트를···(이송희 기자)
저물어가는 가을, 11월 하순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눈과 비가 번갈아 내리다 개이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날씨이지만 첫눈을 맞으며 아내와 고복저수지로 데이트길에 나섰습니다. 아직 가을이 채 떠나기도 전이라 단풍잎이 남아있는 곳이 많아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듯한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왔습니다. 고복저수지는 고복자연공원 내에 있는 저수지로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고복리와 용암리에 걸쳐 있어서 용암저수지라 부르기도 합니다.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89년에 만들어진 저수지입니다. 유역면적 1,620ha, 총저수량은 443만 톤, 제방 길이는 226m에 이릅니다. 저수지 둘레에는 총 3.6km의 데크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고복저수지 둑(제방) 주차장에 주차하고 데크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나설 때부터 눈이 날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더니 저수지에 도착하자 눈이 그쳐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야생초화원을 지나니 이런 예쁜 단풍이 반겨줍니다. 이 나무는 아직 가을이 한창입니다.
나무의 단풍잎이 서서히 바닥을 꽃길로 장식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나이도 잊은 듯 소녀시절로 돌아가 첫눈을 한껏 즐기고 있습니다.
습지생태원 주변에 이르니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눈을 맞으며 데크길을 걸으니 무척 운치가 있습니다. 아내는 우산을 받쳐 들고 걷고, 저는 온몸으로 눈을 맞으며 걷습니다. 첫눈인데 실컷 맞아야지요.
습지에서는 백로와 왜가리가 춤을 추듯 나릅니다. 녀석들도 눈이 내리니 기분이 들뜨는 모양입니다.
습지생태원을 지나며 뒤돌아보니 지나온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눈이 잦아드나 싶더니 다시 진눈깨비로 변합니다.
열매 끝에 눈이 녹은 물방울이 송골송골 예쁘게도 맺혔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걷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눈비에 젖은 탓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들을 수가 없네요.
습지식물원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몰 위에서 자라고 있는데 단풍이 곱게 물들어 너무 예쁩니다.
데크길 한쪽에 예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군요.
데크길을 걸으며 뒤돌아보니 조금 전에 보았던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포토 존의 초승달이 뒤따라옵니다.
데크길 위로 가지를 뻗은 떡갈나무의 모습인데요, 잎이 거의 떨어졌지만 그래도 예쁩니다.
수변길 주위에는 물버들 여러 그루가 발을 물에 담그고 서 있습니다. 물에서도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꽃식물원까지 갔다 돌아오려고 했는데 진눈깨비와 함께 날씨가 무척 추워져서 수변길까지만 갔다 원점으로 되돌아옵니다.
오다 보니 어느새 하늘이 개이고 해가 얼굴을 내미는데 눈이 녹아 맺힌 물방울들이 햇빛을 받아 빛나기 시작합니다.
물방울이 마치 진주처럼 영롱합니다.
이렇게 잠깐 사이에 푸른 하늘이 보일 줄이야···.
그러나 웬걸, 푸른 하늘도 잠시 뿐,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변화무쌍한 날씨지만 그래도 즐기며 걷습니다.
바닥의 눈 위에 발자국이 생겨나기 시작하네요.
야생초화원 옆 도로변에 조각작품으로 멋지게 장식한 카페가 있어요. 잠시 커피 한 잔 마시며 눈보라도 피할 겸 카페로 들어갑니다.
아직 해질 시간도 아닌데 눈보라 때문인지 주변이 어두워 지는군요.
조각작품 위로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습니다.
카페 안 철쭉나무에 철쭉 꽃이 몇 송이 피었네요. 눈을 맞고 있는 철쪽꽃이 가련해 보입니다.
진눈개비가 함박눈으로 바뀌면서 나뭇잎에도 눈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단풍잎이 너무 아름다워 한 컷 찍어봅니다. 하얀 눈과 빨간 단풍색이 멋진 조화를 이룹니다.
가을의 막바지로 접어드는 11월 하순, 고복저수지 둘레길을 걸으며 만추의 정취를 마음것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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