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블로그기자단] 롯데뮤지엄, 비밀에 싸인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에 다녀오다
글·사진 : 블로그 기자단 김영문
※방역수칙을 모두 지킨 후 취재하였습니다.
롯데뮤지엄, 비밀에 싸인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에 다녀오다
Martin Margiela at LOTTE Museum Art
마틴 마르지엘라 앳 롯데뮤지엄아트
"패션은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착용자가 탐구하고 즐기는 공예,
즉 ‘기술적 노하우’ 다.“
전시기간 : 2022.12. 24. ~2023. 03. 26 전시장소 : 롯데뮤지엄(애비뉴얼 6층 연결) 관람시간 : 10:30~19:00 (입장마감 18:30) 도슨트 : 11시, 13시, 15시 휴관 : 롯데백화점 애비뉴얼 휴점일과 동일 주최 : 재단법인 롯데문화재단 문의 : 1544 - 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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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디자이너였던 마틴 마르지엘라, 브랜드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로 더 많이 알려진 마틴 마르지엘라 작품 전시회가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마틴 마르지엘라를 가리켜 ‘베일에 싸인 패션 디자이너’라고 소개한다. 에르메스 수석디자이너로 활동하다 2002년 패션계를 떠나 시각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그를 수수께끼 같은 디자이너라고 부른 데는 그의 독특한 행태에서 비롯된다.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특성을 가진 그를 가리켜 “나타나지 않음으로 나타났다”고 표현한다.
입장부터 살짝 헷갈린다. 전시 포스터 ‘데오도란트’는 땀냄새를 제거해주는 탈취제의 한 종류다. 설마 그것도 작품이라고? 리플릿에 소개된 1번 작품이다. 변기를 ‘샘’이라는 이름으로 출품한 마르셀 뒤샹이 일찌감치 있었으니 낯가림까지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데오도란트라는 일상용품을 작품이라고 내고, 심지어 전시회 이름마저 데오도란트라고 한 것은 작가가 장난스러운 건가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도슨트를 기다리며 열린 거튼 틈으로 보이는 작품이 살짝 기괴하다. 얼굴 없는 초상화라니. 물론 작품 이름은 헤어 포트레이트였다.
전시 특징은 작품 하나에 하나의 공간을 쓰는 전시, 스텝이 말없이 흰 천을 덮었다 열었다 하거나, 스크린을 내렸다 올렸다 하고, 작품을 밀고 들어갔다 나오는 퍼포먼스 외에는 무언극 같은 전시회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따금 괴기스런 웃음 소리가 들리거나 어떤 공감에서는 백색소음처럼 소리가 들렸는데, 도슨트 설명을 듣고서야 그것이 배구선수들이 배구를 할 때 나는 소리라고 해서 끄덕일 수 있었다.
“얼굴을 갖지 않기 위하여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내가 구인지 묻지 말기를,
내게 그대로 머물러 있으라고 말하지 말기를.”
시종 작가는 무엇도 알려고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 같다. 강요된 정보에서 탈피하라, 어떤 것에도 매이지 마라, 보이는 대로 마음으로 읽어라.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시간 속에 허상일 뿐, 마음으로 읽는 것이 진실이다. 아름다움이란 인상파 미술이라는 생각에 익숙한 내게 낯선 작품을 경험을 총동원해 이해해보려 애쓰는 내게 작가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더스트 커버 앞에서 도슨트는 이 속에 무엇이 들었을까 상상해보라고 한다. 어린왕자를 생각해보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덮은 것 같아 보이는데 상상력 빈곤한 사람의 재미없는 상상에 다른 이들의 남다른 상상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상상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바라는 것을 상상해 보라는 말을 남기고 걸음을 옮기는 도슨트를 생각도 따라갔다.
다음 작품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머리, ‘레드헤드, 2019~2022’. 빨강머리에 대해 도슨트의 설명이 있었으나 나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양인들에게 빨강머리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독교인들은 머리가 빨간 사람은 악하다고 여겼다.
‘바니타스Vanista,2019’는 얼굴 없는 머리통 5개로 제작된 작품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표현한 거로, 머리카락 색깔의 변화가 그걸 설명해준다고 한다. 앞의 빨강머리에서 충분히 놀라서 바니타스는 더는 놀랍지 않다. 두상이 예쁘고 차른한 머리를 한 어린이를 보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진다. 물론 어린이 머리도 아니지만 차른한 금발인데도 만져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인조 머리카락이었으면 좀 덜 했을까? 실리콘으로 만든 머리통에 사람의 진짜 머리카락을 심은 작품이라고 해서 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손을 댈 수 없는 작품이지만.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해서 보거나 전체를 부분만 클로즈업해서 보면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마틴 마르지엘라도 신체를 확대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시각화한 작품을 여럿 전시하고 있었다. 제목을 보지 말고 먼저 작품을 보면서 그것의 의미와 상징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토르소 시리즈 Torso Series, 2018-2022’ 는 인체의 일부를 3D 스캔하여 만든 실리콘 조각이다. 우리가 미술실에서 보았던 고대 조각상에서 받은 고정관념을 탈피하하라고 주문한다. 도슨트는 그 위에 이 토르소가 여성의 몸인지 남성의 몸인지도 살펴보라고 한다. 여성의 몸 혹은 남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라는 뜻이리라
‘바디 파트 Body Part b&w 2018-2020’, 인체의 한 부분을 촬영하여 크게 확대한 작품이어서 관람객이 어떤 부분인지 알아볼 수 없게 표현했다.
‘키트 Kit, 2020’는 실리콘으로 만든 인체의 부분 조각을 마치 레고를 맞추듯 제작해 액자에 담았다. 실리콘이 주는 질감 때문에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인체의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드 네일즈 Red Nails, 2019’는 빨간 손톱을 크게 확대해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꾸 고정관념을 깨고, 편견을 넘어서 작품을 감상할 것을 주문한다. 같은 것이라고 해도 어린아이 눈높이에서 보는 것과 어른의 눈높이에서 보는 것은 다를 것이다. 보는 게 다르면 이해도 달라진다.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은 작품은 ‘립싱크 Lip Sync, 2020-2022’였다. BTS멤버 중 그림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진 RM이 다녀갔다는 도슨트의 설명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립싱크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용 자료에서 아이디어를 받아왔다고 한다. 한참 말을 배우는 아이들은 모방하면서 배운다. 그러나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말하는 사람의 입모양을 보지 못한 채 3년을 보냈다.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문제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했다.
전시장을 나오며 마지막으로 본 작품은 ‘메이킹 오브 Making Of, 2022’ 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재료 등을 찍은 사진이다. 제작과정도 작품이 되는 순간이다.
전시장은 마치 미로 속 같다. 하나의 작품만을 위한 공간이 있고, 다음 작품을 감상하려면 커튼이나 벽을 지나야 한다. 많은 것 중 하나가 아니라 온전히 하나로 감상하게 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끝으로 네임라벨이 덜렁거리는 것이 많다, 다시 붙여야 할 것 같다고 하니 그 또한 작가의 의도였다고 한다.
“틀을 깨부수세요. 고정관념을 깨고 나오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 본 기사는 블로그 기자단이 작성한 글로, 송파구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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