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명품 산책로, 수영사적공원

부산 여행을 하다 보면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활기찬 도시의 분위기 속에 가려진 '역사'를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시간을 들여 둘러보면, 부산 역시 과거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수영구 한복판에 자리한 수영사적공원은 부산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역사 여행지였습니다.

수영사적공원

위치: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성로 43

교통: 부산 도시철도 2호선·3호선 수영역 1번 출구 도보 9분

운영시간: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문의: 수영구청 문화관광과 또는 부산관광포털

수영사적공원은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성로 43, 도시철도 수영역에서 도보 9분 거리라는 도심 속 입지에 자리하고 있지만, 막상 발을 들여놓으면 주변의 소란은 멀어지고 고요함과 함께 과거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이 있던 자리로, 지금의 ‘수영’이라는 지명 또한 ‘수군절도사영’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지명부터가 이미 이곳의 무게감을 설명해주는 셈이죠.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상좌수영성 남문입니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옛 수영성을 지키던 관문 역할을 하던 이 문은 조선시대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위엄을 상징합니다. 견고한 석축과 장대한 목재 구조물이 절도사영의 중심지였던 이곳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문을 지나 공원 깊 숙이 들어가면,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분투하다 순절한 25명의 충신들을 기리는 '25의용단'이 있습니다. 단순한 기념비가 아니라,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새겨진 비석 앞에 서면, 이곳이 단지 산책하는 공원이 아니라 후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야 할 역사의 무대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장소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목들입니다. 수령 500년이 넘는 푸조나무(천연기념물 제311호)와 400년 이상 된 곰솔나무(천연기념물 제270호)는 이 공원의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서 있습니다.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의 소리 속에서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경외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수백 년 전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건을 조용히 지켜본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겠죠.

수영사적공원 내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수강사, 안용복 장군의 사당입니다. 조선 후기, 울릉도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본까지 건너가 외교적 투쟁을 벌였던 안용복 장군의 충절과 용기를 기리는 이 사당은 그 위패가 모셔져 있어 지역민의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공원 속 사당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부산의 무형문화재를 전승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수영민속예술관에서는 수영야류, 좌수영어방놀이 등 지역 고유의 전통 문화를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어, 단순한 유적지 관광을 넘어선 살아있는 문화 체험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민속예술관 내부를 견학하거나, 행사 기간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영사적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 속에서의 느림’입니다. 주변이 아파트와 도로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 안은 마치 다른 시간대에 있는 듯한 고요함이 감돌았습니다. 입장료도 없고, 연중무휴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지 않아도,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곳의 고요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가 될 수 있죠.

부산의 바다, 먹거리, 쇼핑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그 속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습니다.

수영사적공원은 단지 과거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의미를 이어가고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이번 부산 여행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수영사적공원을 들러보세요. 빠르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잠깐의 ‘멈춤’을 선물해줄 것입니다.

역사를 산책하고, 기억을 마주하는 그곳. 바로 수영사적공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