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 아기와 함께 한 [만수산 무장애나눔길]

지난 3월 3일 대체공휴일은

눈 또는 비가 예보된 날이었습니다.

​

3월 4일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할 아들에겐 안타까웠지만,

이런 날씨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이불 속에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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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니

하늘은 새파랗게 맑은 날씨에

기온도 꽤나 따뜻했습니다.

​

그렇게 저희 가족은 허둥지둥

짐을 싸고 이곳에 왔습니다.

봄이 오면 아들과 함께

가보자고 벼르고 벼르던

<만부마을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이었습니다.

​

만수산 무장애 나눔길의 주소지는

<인천 남동구 만수동 산1-2>입니다.

일명 ‘만부마을’이라고 불리우는 동네인데요.

어린시절 뛰어놀던 골목길에 빌라도 생기고,

카페도 생겨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은 만수산부터

인천대공원 장수동은행나무까지 연결되는

<남동둘레길 1코스 함께나눔길>의 한 코스입니다.

저희의 출발지는 만부마을이었습니다.

만부마을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하면 코스가 딱 좋습니다.

​

주차장은 유료공영주차장인데,

몇 차례 방문하는 동안은

매번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만수산 무장애나눔길은 이름에

딱 어울리게 모든 코스가 나무 데크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

경사도 완만해서,

오르막길을 걸을 때마다

다리 근육이 긴장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

20개월 아들이 타고 있는 유모차를

끌고 다녀왔는데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아이에게, 그리고 함께 걸은

아내에게 오래된 이야기를

하나둘 꺼낼 수 있었습니다.

만수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 보였습니다.

​

만수동 전역이 아래로 내려다보여서

제가 뛰어놀던 골목들이

어디쯤일까 가늠해 보았습니다.

​

모교인 동인천고등학교는

바로 발아래에 보여서 마치 예전의 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기억을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닿았습니다.

정상에는 ‘남동둘레길 함께나눔길’의

안내문과 스탬프 판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

스탬프를 찍으며 생각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남동둘레길을

모두 걸어보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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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길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만수산의 명물인

‘연리지’와 ‘주상절리’를 만났습니다.

​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만수동에서 나온

저는 종종 소풍으로 산을 오를 때마다

연리지와 주상절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

연리지는 언뜻 보기엔 한 그루의 나무인데,

중간 부분을 자세히 보면

두 개의 나무에서 올라온 가지가

서로 엮여 한그루의 나무가 된 형태로 보입니다.

연리지를 지나 내려오다보면 보이는

주상절리는 제주도나 백령도 같은 섬에서 보던

주상절리의 소형 미니어처판처럼 보입니다.

작고 가까워서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거리에 있어서

언뜻보면 그냥 부서진 바위벽 같습니다.

​

하지만 주상절리라는 이름을 보고,

자세히 살펴보면 주상절리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돌기둥들,

자연이 만들어낸 기하학적인 아름다움.

만수산이 품고 있는 보물 같은 순간들이었습니다.

코스 설명에 따르면 왕복 9km,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지만,

만부마을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

길이 워낙 편해서 아이와

함께 가기에도 좋았습니다.

​

적당한 운동량, 적당한 풍경,

그리고 적당한 이야기.

모든 것이 적당해서 좋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길을 오르고,

내리고, 걸으며 살아간다고요.

​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그 길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함께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앞날을 계획하고. 만수산의 길 위에서,

제 삶의 풍경도 한 번쯤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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