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파묘'를 보셨나요?

영화 '파묘'는 영화 속 이야기를 떠나

한국의 샤머니즘 문화가

강렬하게 등장한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영화에서 종종 나타나는

민족 신앙 의례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금성당제가

지난 4월 27일에 은평구의 금성당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은평구에 국가민속문화재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는데요.

저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

'금성당'과 '금성당제'를 처음 접하신 분들을 위해

그 유례와 의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금성당과 금성당제

고려 때 전남 나주(옛 지명 금성)

금성산의 산신인 '금성대왕'과

조선의 세종대왕 여섯째 아들 '금성대군'을

모시는 신당, 금성당에서는

오래전부터 봄, 가을에 왕실의 지원을 받아

나라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금성당제를 이어왔습니다.

고려의 전통이 조선으로 이어지고,

한강 유역으로까지 전파되어

서울 경기 지역에서도 금성대왕신앙이

널리 전개된 것인데요.

지금 진관동의 금성당

조선왕실의 후원으로 건립된

우리나라 신당 중에 오늘날까지

본디 터에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신당입니다.

전국의 많은 신당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옛 신당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금성당은

매우 중요한 건축적 가치를 지닙니다.

2008년 7월 22일 국가민속문화재

제 258호로 지정되었으며,

2016년 5월 25일에 샤머니즘 박물관이 개관되면서

금성당제보존회가 결정되어

금성당제의 전통을 지키고 있습니다.

2024 금성당제,

장장 8시간 동안의 생생한 의례 현장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된 2024년의 금성당제!

이번 의례에는 국가무형유산 서울새남굿 이수자,

국가무형유산 경기도당굿 이수자 외

전통문화의 지속적인 보전과 발전을 위해 전승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러 만신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먼저 '황토물림'으로 의례가 시작되었습니다.

금성당 정문을 시작으로

우측 문, 담장 네 귀퉁이, 우측 문 앞에

황토를 뿌렸는데요.

굿청 내부에 있을지 모를

좋지 못한 해로운 액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밖으로부터 들어올지 모를

부정한 기운의 유입을 막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금성당 안 잘 차려진 전통제사상 앞에

마음이 절로 숙연해집니다.

본격적인 굿 시작을 위해

쇳소리와 가죽소리를 울리는

주당물림 의식이 거행됩니다.

주당물림은

성(聖)의 세계와 속(俗)의 세계를 합치시키고,

굿청은 신성한 공간이 되도록 정화하는 의식입니다.

곧 이어 앉은청배 의식이 시작됐습니다.

앉은청배는 부정청배와 가망청배로 나뉘는데요.

부정청배 때는 붉은 옷차림의 만신이

금성대왕을 비롯한 제 신령께

금성당제 연유를 고하면서 의도하는 바를 청합니다.

이후 무녀 분들이 굿청 앞에서 가망청배를 하는데요.

모든 신령님이 금성당제에

감응하시기를 청원하는 의식입니다.

이제 밖으로 나와 금성당 정문에서부터 시작해

이말산 아래쪽 정자까지 당돌기를 시작합니다.

제관, 만신, 악사 그리고 주민들이 일렬로 서서

깃발을 앞세워 길군악을 울리며

궁인 혼맞이를 하기 위해 이말산으로 올라갑니다.

이말산 정자에 도착하자 혼맞이를 합니다.

제관들의 혼맞이상 앞에서 이말산을 향해 삼배한 후,

만신이 거상을 한 후 공수를 내리고 혼을 맞이했습니다.

혼을 맞아 당으로 되돌아올 때는

반대 방향의 길로 내려와야 합니다.

이말산에 묻힌 궁인의 혼을 맞아 되돌아 오면서

당으로 들어서기 전

'금줄치기' 의식을 진행합니다.

금성당 우측 문과 좌측 문 그리고

중앙의 정문 등 세 곳의 문 상단에 걸어 둔

금줄에 정화지와 길지를 꽂아줍니다.

당에 들어서 당기내림 이후

헌관들이 심의(深衣)를 입고 유교식 제례를 드립니다.

금성대왕, 금성대군, 이말산 궁인,

화주당 이회장군에게 절을 드리고 축문을 읽은 후

잔을 올리는 의식입니다.

이어서 구파발 금성당을 위시하여

서울 내 신당의 저 당신(堂神)을 맞이하는

제당맞이가 진행하는데요.

단군 천년 기자 천년 전라도 나주 금성이 본이시랴

해동은 제일에 조선국 아니시냐

사해용왕 팔도명산 삼위삼당 제신령 사

산명산 금성왕신 아니시냐

거므나 땅에 희나백성 아니시냐

맘 먹고 뜻 먹은 대로

소원 이루게 받들어 주소서

라고 축원합니다.

금성대왕 및 제 신령께 예를 갖춰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린 후 절을 하는

진적 의식도 이어집니다.

천궁맞이 의식에서는

만신이 백장삼을 입고 홍가사를 어깨에 둘러메고

고깔을 쓰고서 방울과 천궁부채(일명 불사부채)을 들고

등장합니다.

천궁맞이상 앞에 걸어 둔 불사전에 축원하여

천궁신을 내린 후, 불사,칠성 등을 모시고

대한국민, 서울시민, 은평구민, 진관동민 등

모든 이의 명복발원을 합니다.

이후 만신이 예단을 입힌 서낭대를 들고

금성당 대문 밖 서낭목 앞에서 서낭신을 내리는

'서낭맞이'가 시작됩니다.

서낭문을 열어서 모든 이의

올바른 삶과 미래를 밝히는 의식입니다.

제가 뽑은 이날의 하이라이트!

서낭맞이 후 담장 밖에서 의례를 지켜보던 관람객들도

함께 흥겹겨 어울리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외국인 관람객이 제법 많아 물어보니

한국 무속 신앙을 약 30년 연구한 외국의 학자 분과,

한국학을 전공하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생소한 한국의 전통의례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기도 했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통해

모두의 안녕을 비는 금성당제의 참 의미를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뒤이어 금성당의 주신

금성대왕을 모시는 굿에서는

대왕춤을 추며

나라의 태평성대와 국태민안 그리고

모든 이의 무사태평과 부귀영화를 축원합니다.

이후 이어진 큰거리 의식!

대안주(댄주)거리 또는 상산거리라고도 합니다.

흥겨운 대감춤을 추고 창부타령을 하면서

술과 안주를 내리고, 상산춤 월도창검춤 등을 춥니다.

또한 소머리 갈비, 우족, 통돼지, 익은 닭에도

차례대로 사슬을 세웁니다.

제관, 마을민, 참관자 등이 차례로 신복을 입고

춤을 추며 산풀이를 하는 무감서기가 이어집니다.

무감을 서고 나면 신덕(神德)을 입어서

일 년 내내 병도 없고 복을 받는다고 믿는다고 해요.

그이후에도 가망굿, 군웅굿, 제석굿,

성주굿, 창부굿, 계면굿 등이 순서대로 이어지고,

뒷전 의식으로 대문 밖으로 대신칼을 던져

칼끝이 밖으로 나가면 모든 굿이 마무리 됩니다.


민족 신앙 의례를 이렇게 생생하게

직접 체험해 본 적은 처음이었는데요.

금성당제는 장장 8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음에도

관람하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에서 단편적으로만 보았던

굿판의 모습 그대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답니다.

눈앞에 펼쳐진 전통제사상 앞

만신들의 의식에 엄숙해지는 순간도 있었고,

흥겨움에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또한 담장 밖에서 관람을 하던 방문객들이 들어와

소원을 적은 쌀을 올리는 시간도 있었는데요.

주민과 관람객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태평성대와 무병장수를 비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소원을 적은 쌀을 올리고

소원성취를 기원했습니다.

올해 경건한 마음으로

정성껏 치른 금성당제!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안녕은 물론,

은평구민 모두가 잘되시기를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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