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공감 11월 [Vol.140]

시골(村)과 바캉스(vacance)를 합친

‘촌캉스’ 인기가 심상치 않다.

기꺼이 몸빼 바지를 입고 고무신을 신은 사람들이

인생 첫 호롱불 체험,

디지털 디톡스(해독)와 같은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산청 고운동 마을 민박집 ‘고운동천’

연못을 마주한 너와 지붕 집 한 채가 온몸으로 고즈넉함을 내보인다. 물찬 독 뚜껑 위로 꽃잎이 띄워져 있고, 이름 모를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오솔길, 댓돌 위 고무신 두 짝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감성. 지리산 자락 700고지에 이런 낭만이 있을 줄이야.

산청군 시천면 소재 양수발전소의 호수를 품에 안고 있는 이곳은 신라시대 고운 최치원 선생이 머물렀다는 ‘고운동’ 마을에 있다. 경관이 빼어나다는 뜻의 ‘동천’을 붙여 ‘고운동천(대표 이효열)’이라 이름 지었다.

촌캉스가 유행하기 전부터 등산객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있던 이 민박집 인근 7000여 평에는 굽어진 돌다리와 그곳을 횡단하는 계곡물, 정자 옆 텃밭과 산책길이 원래 제자리였던 것처럼 나 있다. 건강에 좋은 황토방엔 군불을 땐다. 전기와 화장실 유무에 따라 고운채와 하늘채, 별채로 나뉜다. 꼭, 깊은 시골 여느 할머니 댁 같다.

불편함이 낭만으로, 인생 첫 호롱불 체험

숙박시설 가운데 가장 안쪽에 위치한 별채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고 화장실도 ‘뒷간’을 이용해야 하는 그야말로 옛날 촌집이다. 대구에서 온 이다겸 씨는 아이의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처음엔 너무 어두웠는데, 금세 적응이 되더라고요. 휴대전화는 진즉에 꺼뒀어요. 군불에 고구마랑 마시멜로를 구워 먹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했어요.”

한지를 바른 방문의 문고리를 당겨 별채에 들어섰다. 주인장이 미리 지펴놓은 군불 때문인지 훈훈한 온기가 돌고 있었다. 따뜻한 바닥을 덮고 있는 목화솜 이불과 요 두 채, 그 옆을 희미하게 밝히는 호롱불이 낯선 듯 익숙한 분위기를 더한다. 해가 떨어지면 할 것이 없는 ‘진정한 밤’을 맞이하고, 조용히 자연을 느끼며 전자기기에서 해방되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별채가 특별한 이유다.

무위도식,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해가 뉘엿뉘엿 지면 고운동천에 울리는 종소리가 저녁 식사 시간임을 알린다. 주인장인 이 대표가 산과 들에서 나는 나물과 채소로 만든 정성 가득 따뜻한 한상을 차려낸다. 이 귀한 상을 취재진에게도 내어준다. 고운동천에서는 어떤 걸 하면 좋은지 물었다. 이 대표는 “고운채 마루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며 무념무상 즐기기, 비 오는 날이면 700고지 산중 숲속을 달려가는 비 바라보기, 정자에서 책도 읽고 놀며 쉬기 등등 할 것이야 정말 많지요”라며, 준비된 자연 안에서는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이 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여가를 즐기면 그만 아니겠냐 덧붙이며 웃는다. 숨 가쁜 현실을 벗어나 완벽한 ‘쉼’ 터로 더할 나위 없는 이곳에서 자연의 품에 안겨 ‘제대로 촌캉스’ 한 번 해보면 어떨까.

불편한 낯섦, 촌캉스 매력 포인트 셋

자연 속에서 힐링

푸른 산, 맑은 공기, 드넓은 들판, 자연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다.

디지털 디톡스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속 쏟아지는 정보들, 촌캉스는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한다.

지역 문화 체험

농촌 체험, 전통 공예 등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활동들을 통해 진정한 ‘로컬’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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