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5~17일 대한민국 마당극 축제(제 34회)가 광명시에서 열렸다.

광명문화재단과 (사)한국민족극 협회가 공동 주체하여 '광명세상, 신명세상'을 주제로 광명시민운동장 일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이번 축제는 새로 단장한 시민운동장을 중심으로 풍성한 볼거리와 다양한 예술 공연을 제공했다.

한국 민족극 협회 40여 회원단체가 준비한 여러 편의 마당극 중 필자는 17일 대공연장에서 열린 <쪽빛황혼>을 관람하였다.

마당극의 특징이자 매력은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며 무대와 객석의 간격이 없다는 점이다.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몸짓과 춤사위를 무대 위에 준비된 객석에 앉아 관람할 수 있어 마당극의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무대 위 한 쪽에 북, 장구, 가야금, 아쟁 등 우리 국악기가 자리하고 있다.

엄마와 아들, 할아버지를 모시고 온 가족 삼대, 노부부, 그리고 딸과 엄마가 공연장을 찾아 객석을 채웠다.

눈에 띄는 것은 연세 지긋한 어른들과 아이들 관객이 많다는 점이다.

이제 세대 공감의 깊은 울림을 주는 가족 마당극 <쪽빛황혼>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징 소리가 울리며 무대가 배우들로 채워진다.

“안녕하세요? 마당극패 ‘우금치’ 입니다. 혹시 마당극 보셨나요? 마당극은 원래 마당에서 펼쳐지는 극이기 때문에 무대 위에도 객석이 마련돼 있으니 원하시는 분은 올라오셔도 됩니다.

또한 재미나게 노는 공연이니 박수 치고 싶을 때 울고 싶을 때 웃고 싶을 때 맘껏 표현하고 공감하는 무대가 되길 바랍니다.”

마당극패 단원의 여는 이야기에 이어 공연이 시작된다.

마당극 <쪽빛황혼>은 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

온 노년의 부모 이야기이다.

먼저 생명 탄생의 장면이 펼쳐지며 온갖 정성을 들여 자식을 얻은 부모의 기쁨을 보여준다.

“생명은 존귀한 것이여. 금을 준들 너를 사랴 은을 준들 너를 사랴 어화 둥둥 내 새끼”

이렇게 얻은 자식이 자라 부모 품을 떠나고 제 삶을 꾸린다.

스토리 중간중간 배우들의 춤사위가 흥을 돋운다.

관객들도 함께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공연에 호흡한다.

노부모는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던 전답을 팔아 자식 사업 밑천으로 지원한다.

가진 걸 전부 주었으니 고향에 남아 있을 명분이 없는 노부부는 보따리 하나 들고 고향을 떠나 도시의 아들네 집으로 간다.

세대 차이와 살아온 생활방식의 차이가 가족 간의 틈을 만든다.

여기에 약장수에 속아 값비싼 약을 외상으로 사 온 어머니 때문에 가족들의 갈등은 깊어만 간다.

어느 집에서 나 한 번쯤 겪었을 이야기다.

시간이 지나 치매에 걸려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그런 아내가 안타까운 할아버지.

여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에 관객의 마음도 얼굴도 어두워진다.

가는 청춘 막을 수 없고 가는 세월 붙잡을 수 없다.

청춘들아 백발 보고 비웃지 마라.

너희들도 내일은 늙는단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 관객들은 왠지 숙연해진다.

자식한테 홀대받는 존재가 되어 무력한 나날을 보내던 노부부는 고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등에 업고, 업혀 고향으로 가는 노부부는 차라리 행복하다.

세월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어 회상하는 부부“어떤 꽃도 임자만 못해. 임자, 이젠 꽃이 질 때가 됐어.“ ”영감이나 나나 그 곱던 꽃이 다 지고 저승꽃이 그득허구먼유.”

고향에 돌아와 당산나무 아래 엎드려 성황당 신께 정성을 올리는데 오직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높고 깊은 부모의 마음을 느끼며 관객석 여기저기서 눈물을 찍어낸다.

“임자, 이젠 우리도 갈 때가 되었어. 좋은 세상으로 가세. 그려 같이 가세 저승 가서 만나 잘 살아보세.”라며 이별을 고한다.

할머니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할아버지, 그를 위해 천둥굿을 올린다.

객석에서 하나 둘 일어나 떠나는 노부부를 위해 노잣돈을 드린다.

부모님을 따라 온 아이들이 조그만 손으로 노잣돈을 건넨다.

노부부가 황천길로 떠나는 대목에선 눈시울이 붉어진다.

한바탕 사물놀이패의 춤과 연주로 시끌벅적한 무대가 이어진다.

살다가 누구나 가야 하는 죽음이라는 길은 슬픔이 아니라 신명나는 잔치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공연은 끝났지만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흥겨움과 묵직함, 슬픔과 진지함이 맞닿은 인생 이야기 마당극 <쪽빛황혼>을 통해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진 이 시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마당극패 '우금치' 단원들의 뜨거운 연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마당극 축제를 통해 전국의 수준 높은 마당극을 만날 수 있어 감동이었다.

이번 마당극 축제는 시민 누구나 부담 없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마당극이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연'이듯이 광명시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로 (문화재단 대표 어연선)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광명시 온라인시민필진 제리 (이현희)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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