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7일에 업로드 된 사진입니다.

마을을 찾아오는 체험객이나

농촌에서 살아보기 참가자 선생님들과 하는 체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체험중의 하나가 손두부 만들기 체험입니다.

35 여 년 전, 제가 처음 시골로 시집와서

농촌 어르신들이 지니고 계신 전통음식 만드는 재주들을 배우고 싶어

솔잎 동동주 만들러도 다니고

막걸리도 만들고

엿 고으는 방법도 배우고

올챙이 국수도 만들고

도토리묵 쑤기도 배우고

하여튼 시골 어머님들이 갖고 계신 여러 재주들을 배우고 싶어 엄청 쫓아다녔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만드는 방법을 익히고 싶었던 기술중의 하나가 바로 손두부 만들기

처음에 혼자서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다가

가스렌지에 콩물을 끓이는데 한번에 화~~악 넘쳐버렸는데

솥에 보니 맑은 물만 덩그러니...ㅠㅠ

그래서 두부는 아무나 만드는게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드디어 손두부 만들기 체험을 하던 날

오후에 원주에서 교육이 잡혀있어

새벽부터 만들기로 하고

마을의 전 부녀회장님 댁인 전향숙 형님댁으로 갔어요.

오늘은 전향숙 형님이 강사님이세요.

부지런한 형님

벌써 아궁이에 불을 활짝 때고

두부 만들기 준비를 다 하고 계시네요.

새벽이라 쌀쌀한 기운이 도는데

이렇게 아궁이 앞에 앉아만 있어도 참 좋습니다.

불멍의 의미를 실감하는 시간......

오늘 만들기로 한 두부는 늦서리태를 활용한 검정콩 두부 만들기

늦서리태를 전날 물에 담가 푸욱 불려 놓으셨어요.

불빛 아래 흑진주처럼 까맣게 반짝거리는 늦서리태

저희 마을에서 나오는 늦서리태는

겉은 검고 속은 파란데

일찍 나오는 올서리태인 속청과는 달리

생으로 먹어도 달고 맛나서 이 늦서리태를 갖고 콩식초를 만들어

생으로 먹기도 하지요.

서리 내린 후에 꺾는 콩이라 그런지

비리지 않고 달고 맛나요.

콩을 건져서 기계에 넣고 갈아줍니다.

예전에는 멧돌로 갈아줬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들어

이제 농촌에서도 기계로 갈아줍니다.

갈은 콩을 솥에 넣고 끓여줍니다.

이때 콩물이 넘치지 않게 들기름을 살짝 둘러주면

잔뜩 끓어 올랐던 콩물이 차분히 가라 앉습니다.

전 그것도 모르고 팍팍 끓이다가 솥 바깥으로 넘쳐서

맑은 국물만 덩그러니....

정말 황당한 기억이었죠^^;;

콩물이 익으면 건져서 보자기에 넣고

진짜 콩물만 짜냅니다.

짤 수 있는 한 최대한 짜내야 두부 양이 많아져요.

보자기에서 꼭꼭 짜낸 콩물은 우리가 즐겨먹는 두유가 됩니다.

소금간을 약간 해서 마셨는데 엄청 고소하고 답니다.

두부 만드려고 아침도 못 먹고 새벽에 갔는데

이 콩물로 잠깐이나마 요기를 해요.

이렇게 짜낸 콩 건더기는 아랫목에 넣고 띄우면 발효비지가 되고

그냥 이대로 먹으면 생비지가 되는데

김치나 청양고추 등을 넣고 부침개를 부쳐도 좋고

비지찌개로 끓이면 냄새도 안 나고

맛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스테이 참가자 선생님들은 이걸로 부침개를 부쳐

숙소 옆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과 부침개 잔치를 하셨다네요.

비지를 빼고 난 콩물을 다시 솥에 넣고 끓이면서

간수를 넣어줍니다.

이 과정을 염을 들인다고 하는데

간수는 소금에서 얻은 것으로

소금을 사오면 항아리 같은 곳에 받쳐 놓고

나오는 물을 받아서 쓰는건데

적어도 3년 이상된 간수를 써야 두부가 쓰지 않고 맛나다고 하시네요.

물론 저희 마을에서 절임배추 하는 소금도

바로 이 간수를 3년이상 뺀 소금입니다.

그래야 배추를 절였을 때 쓰지 않고

몇 년이 지나도 배추가 무르지 않고

배추가 달아져서 절임배추를 먹어보면 단맛이 나요.

두부가 뭉글뭉글 뭉치기 시작하면

깨끗한 천을 넣어 물을 살짝씩 덜어내줍니다.

이렇게 끓여서 얻어낸 두부가 바로 초두부

혹은 순두부라고 부르는 두부입니다.

여기에 양념간장을 끼얹어 먹으면 든든한 한끼가 되지요.

순두부를 덜어내고 난 후

이 두부물을 틀에 면보자기를 깔고 부어

두부물을 서서히 빼주면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모두부가 됩니다.

검정콩 두부 한판이 이렇게 약 두시간에 걸쳐 만들어졌습니다.

우리의 전통 음식이 슬로우 푸드라고 하는게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완성된 모두부는 채칼을 대고 잘라줍니다.

현명하시죠?

채칼의 넓이가 딱 마트에서 파는 두부 한모의 크기와 같네요^^

완성된 두부를 적당히 나누어 담습니다.

갓 만들어진 따끈하고 고소한 두부!!

형님이 만들어 놓으셨던 달래장을 끼얹어 먹습니다.

갓 만들어진 두부의 고소함이란~~~

시중에서 사먹는 두부는 도저히 이 맛을 따라올 수 없지요.

농촌에 살면 이런 재미도 있습니다.

강원스테이 참가자 선생님들은 그동안 열심히 생활해 오셨어요.

인근 농장에 일도 나가시고

캠핑장에 근무도 가시고

유난히 더운 올여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선생님들의 고된 노력에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또한

이렇게 농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농촌만의 매력에 흠뻑 빠지시기를 바라며

마련한 체험이 즐거운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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