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마처럼 기세등등하던 무더위가 무색하게

가을의 향기를 친절히 뿌리기 시작하던 9월 말,

7월에 이어 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가 주관하는

복효근 시인 초청 “짧은 시, 긴 여운”의 특강이 있는 영천시인성교육관을 찾았습니다.

영천시 인성교육관은

구한말과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근현대를 겪으며

끊임없이 후학양성을 위해 전심전력하신

송계 한덕련 선생(1881~1956)의 유업을 받들어

영천시와 사단법인 송계선생기념사업회가 건립한

인재중심 사회교육기관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9월 문학특강은

‘안개꽃(교학사 중학교 국어)’, ‘버팀목에 대하여(창비 문학)’,

‘잔디에게 덜 미안한 날(비상문학)’ 등 교과서에 수록된 시의 주인공 복효근 시인은

오랫동안 중등학교 국어교사로 있으면서

일상적인 소재로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는 시와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시인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소년 시집 “운동장 편지”은,

청소년 한 명, 한 명에게는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쓴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어린이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청소년 시기에 있는

나름의 정체성이 있고 문화가 있고 세계가 있는 아이들에게

대놓고 응원하기보다는 소리없이 보내는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담긴 시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저녁 ​/ 복효근

​어둠이 한기처럼 스며들고

배 속에 붕어 새끼 두어 마리 요동을 칠 때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데

먼저 와 기다리던 선재가

내가 맨 책가방 지퍼가 열렸다며

닫아 주었다

​아무도 없는 집 썰렁한 내 방까지

붕어빵 냄새가 따라왔다

​학교에서 받은 우유 꺼내려 가방을 여는데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종이봉투에

붕어 다섯 마리

내 열여섯 살 세상에

가장 따뜻한 저녁

-시집 『운동장 편지』중에서

​시인은 “따뜻한 기억 한둘만 있어도 수고로운 인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 시집을 읽는 청소년들의 마음 속에

어느 한 편이라도 따뜻하게 녹아들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청소년 시 뿐만 아니라

“느슨해지고 산문화되어 긴장미가 떨어지고 있는 요즈음 시경향을 반성”하면서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속에 서정성을 담아”내려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복효근

작은 새의 무게도

휘청

무겁게 받아주는

아닌 것처럼 살짝 휘어졌다가

그 탄력으로 새를 날려 보내주는

떠난 뒤에도

한참을 흔드는

흔들리는

-시집 『중심의 위치』중에서

그는

“슬픔에 빠진 사람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손수건이 아니라,

등을 다독이는 따뜻한 손길이다” 라며,

짧은 시어들로 잔잔하면서도 멀리 퍼지는 파장을 일으키는 작품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정서적 울림을 받는 시를 쓰려고 한다며 강의를 마쳤습니다.

우리 영천에서

유명 시인의 문학강연을 듣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터인데

매달 저명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시민들의 문학적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와 영천시인성교육관의 남다른 교육적 의지에

강의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져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영천시인성교육관

영천시 신녕면 연정큰길 87-13


※ 본 글은 새영천 알림이단의 기사로 영천시 공식 입장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title":"복효근 시인 초청 특강 -영천시인성교육관-","source":"https://blog.naver.com/yeongcheonsi/223610128693","blogName":"아름다운 ..","blogId":"yeongcheonsi","domainIdOrBlogId":"yeongcheonsi","nicknameOrBlogId":"영천시","logNo":223610128693,"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