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효 고택:

판소리의 터전을 만나다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꽃인 판소리! 그 속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감동과 철학, 그리고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고창에는 판소리를 사랑하는 이들뿐 아니라 전통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신재효고택’과 ‘판소리박물관’입니다. 이곳은 한국 전통 음악의 뿌리를 탐구하고, 옛 예술가들의 삶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고창의 신재효고택은 판소리를 사랑한 한 인물이 어떻게 그 예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후대에 남길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산증인 같은 곳입니다. 신재효는 19세기 조선 후기의 인물로, 단순히 판소리를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록하고 체계화하여 오늘날 우리가 판소리의 매력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예술 후원가이자 이론가입니다.

고택은 고창읍성 안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데요, 단정하고 소박한 초가집으로,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늦가을 풍경도 참 매력 있습니다.

정면 6칸, 측면 2칸 구조의 집은 낮은 기단 위에 일자형으로 세워져 있어 안정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방들이 배치된 구조는 전라도 지역의 전형적인 민가 스타일을 보여주며, 당시 암행어사의 요청에 따라 낮은 사각기둥으로 고택을 수리했다고 전해집니다.

부엌과 대청은 당시 실용적이면서도 세심했던 조선 후기 건축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고택 뒤편에 남아 있는 우물과 주변의 정돈된 경내를 걷다 보면, 소박하지만 깊은 전통의 숨결이 마음을 울립니다.

고창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렸던 신재효 선생은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가루지기타령, 토끼타령, 적벽가 등 판소리 여섯마당의 체계를 세우고 창의적이고 독특한 판소리 사설 문학을 이룬 인물이기도 합니다.

고택 앞마당에는 ‘동리가비’라는 노래비도 만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판소리를 가르쳤던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을 위해 지은 판소리 단가 중 일부가 담겨 있는데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해 애틋함이 남아 있어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신재효가 이곳에서 소리꾼들과 나눈 이야기가 고택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 방안에는 판소리를 배우는 제자들의 모습이 모형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판소리 박물관:

전통과 현대의 연결고리

신재효고택 바로 옆에는 판소리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신재효의 삶과 업적을 기념하고, 판소리를 대중에게 알리는 중요한 문화 공간이자 판소리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박물관 가는 길 가을 풍경이 멋스럽습니다.

고창판소리박물관은 판소리의 이론가이자 개작자, 후원가였던 동리 신재효 및 진채선, 김소희 등 다수의 명창을 기념하고 판소리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하여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택 자리에 설립되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명창들의 업적을 기리는 명예의 전당이 눈길을 끕니다. 이곳에는 신재효는 물론, 진채선, 김소희 등 우리나라 판소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명창들의 흑백 사진과 함께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설명은 마치 그 시대를 살아보는 듯한 생동감을 줍니다.

판소리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리마당입니다. ‘소리마당’은 판소리의 정의와 발생, 전승의 역사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소리북, 합죽선, 사설집, 음반 등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판소리 광대들의 예술적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전설적인 명창들이 사용했던 도구와 자료들은 소리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전해져 왔는지에 관람객들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역사 코너에서는 판소리의 기원과 전승 과정을 재현한 모형을 통해 그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리꾼들의 삶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보니 판소리를 만든 이들의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이론의 무게를 더하는 ‘아니리마당’은 판소리 이론의 선구자 동리 신재효와 고창 소리꾼들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동리 신재효 선생은 판소리의 예술적 체계를 이론적으로 정리하며 광대들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의 노력은 판소리가 단순한 민중 예술을 넘어 체계화된 예술 장르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그의 발자취와 고창 소리꾼들의 활동을 통해 판소리의 성장 과정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로 만나는 전통, 혼마당은 판소리와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여기서는 영상 기술을 통해 판소리의 극적인 순간과 장면을 재현하며, 전통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길과 장단, 성음 등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을 살린 명창들의 소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간과 초보자도 판소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워보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판소리를 기리는 다목적실입니다. 이곳에서는 명창 만정 김소희의 예술혼을 기리는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녀가 걸어온 소리 인생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개인의 예술적 여정을 넘어 판소리의 전승과 발전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품게 됩니다.

김소희가 선생이 무대에 설 때 사용했던 유품들과 음반, 그리고 장례식과 기념행사를 담은 비디오까지 전시되어 있어 그녀의 삶과 예술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합니다.

지금까지 신재효고택과 판소리박물관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두 곳 모두 판소리와 함께 일생을 살아간 사람들의 열정과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명소입니다. 또한, 고창읍성과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은 여행 코스입니다. 과거와 현대가 만나는 공간에서 우리 전통문화 판소리가 오늘날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느껴보는 기회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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