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중구] 유천동, 대전무형유산 연안이씨가 각색편 이만희 보유자
대전광역시 중구 유천동 한적한 주택가에, 대전무형유산 연안이씨가 각색편 기능 보유자 이만희 선생 자택 겸 폐백음식 전문 작업실이 있습니다.
주렁주렁 열린 감이 담장 밖으로 늘어져 가을 정취를 더하는, 규모가 꽤 큰 주택인데요. 이곳에 자택 겸 떡과 다식 등 폐백과 이바지 음식을 만드는, 일종의 공장이 있습니다.
떡을 만드는 날은 같은 대전지역에 살고 있는 동생을 비롯해 며느리와 손녀를 포함한 각색편 이수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데요. 이만희 보유자는 떡가루를 체에 쳐 곱게 만든 후 분량에 맞게 시루에 담아 평평하게 고르는 일을 주로 합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떡가루 위에 잣과 대추, 호박씨 등으로 예쁘게 장식을 합니다. 모두 이 보유자님께 배운 솜씨죠.
한창 떡과 이바지 음식 등을 많이 만들던 시절에는 무려 사흘간을 꼬박 잠도 못 자고 음식을 만들곤 했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서는 혼례문화가 간소화 되면서 폐백을 생략하는 추세라 예전만큼 음식을 많이 만들지는 않는다고 해요. 특히 올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떡을 거의 만들지 않고, 대전무형유산 기능 공개행사를 위한 것으로 조금 만들었다고 합니다.
연안이씨가 각색편(延安李氏家 各色片)은 지난 2000년도에 대전무형유산(지정 당시 대전무형문화재 제10호)으로 지정되며 이만희 선생이 보유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사흘간 대전전통나래관에서 열린 '2024 대전무형유산 기능공개행사'에 전시할 각색편 등,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이만희 보유자를 미리 만나보았습니다.
연안이씨인 이만희 보유자의 선조는 조선시대에 왕의 검식관인 지다방사(知茶房事)를 지내는 등 가문이 왕실과 인연이 깊었다고 하는데요.
전북 익산시 여산에서 태어난 이만희 보유자는 친정어머니로부터 떡 등 집안에 전승되어 오는 여러 전통음식의 제조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합니다. 결혼 후에는 60여 년 넘게 대전 중구에 거주하며 각색편을 비롯한 다양한 떡을 비롯해서 이바지 음식을 만들어 혼례 음식 문화의 전통을 이어왔습니다.
아직직까지도 집안에 혼사나 잔치 등이 있으면 다양한 떡과 음식을 만들어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만희 보유자의 음식 조리 기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색편으로, 이 종목으로 보유자 지정을 맏은 것인데요.
삼색편은 말 그대로 세 가지 색깔의 떡이라는 뜻으로, 하얀 백편과 갈색 꿀편 녹색 승검초편(승검초=당귀 이파리)을 말합니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각각 백설기(白雪只), 밀설기, 신검초말밀설기(辛甘草末蜜雪只)라고 불렀던, 멥쌀을 주 재료로 한 떡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떡의 하나라고 합니다.
지난 10월 25일, 대전전통나래관(대전시 동구 소제동)에서 열린 대전무형유산 기능 공개행사 첫째날 각색편에 대한 소개와 시연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번 공개행사에도 이만희 보유자는 대전문화유산 종목인 각색편뿐 아니라 송편과 경단 등 떡 종류와 오징어, 구절판, 한과 등 폐백과 이바지 용 음식들을 만들어 전시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가 음식 같지 않고 예술작품을 보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아까워서 어떻게 먹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만희 보유자는 평소 각색편과 혼례 음식을 만드는 일 외에 이수자와 전수자를 위한 교육을 꾸준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전전통나래관 음식 종목 수업 등을 통해 일반 시민에게 전통 음식 제조법을 교육하기도 합니다.
대전무형유산 지정 종목인 각색편을 비롯해 연중 약밥 만들기, 오징어 오리기, 경단 만들기, 전통 세시 민속음식으로 삼짇날 화전 부치기 등입니다.
지난 9월∽10월에는 경단만들기 수업이 있어 저도 참여해 보았습니다.
평소 떡집에서 사 먹을 때는 만들기가 어려울 거란 생각을 못했는데요. 막상 직접 만들려니 손이 많이 가는 건 물론 솜씨가 필요한 음식이었어요. 크기가 들쑥날쑥이지만 그래도 다 만들고 나니 뿌듯하고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았습니다.
올해 88세로 곧 9순이 된다는 이만희 각색편 기능 보유자는 항상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있어서 그런지 한 20년은 젊고 건강해 보이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평생을 우리 전통음식을 만들고 보전하는 외길을 걷고 있는 이만희 각색편 보유자님이 대전시 중구에 살고 계시다는 건 중구민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각색편을 비롯해 우리 전통 음식을 배우고 싶은 분은 언제든 환영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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