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일 전
모란을 만나는 관감당
오리 이원익의 옛집 관감당과 충현박물관을 소개합니다.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
누구의 말일까요?
언제 들어도 나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말입니다.
오늘은 이 멋진 좌우명의 주인공 오리 이원익 대감의 옛집 관감당을 찾아왔습니다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에 관감당과 종택이 자리하고 있고 오른쪽에는 충현 박물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관감당에 들어가기 전 왼쪽으로 문비대 라는 표석도 있어요.
문비대는 서적 등을 보관하던 건물 이름인데 옛 서원이 있던 자리에서 발견되었다 합니다.
관감당은 인조 8년(1630)에 허름한 2칸 초가인 대감의 집에 비가 새자 왕이 새 집을 지어 하사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왕이 손수 하사한 집에 대해 이원익 대감은
내 도리가 남을 돌봐야 할 것인데 신을 위하여
집을 지으니 이것도 백성의 원망을 받는 한 가지입니다.
라고 극구 사양했다고 해요.
조선왕조 3대에 걸쳐 영의정을 한 분이 두 칸 초가에서 산 것도 대단한데 새 집까지 거절하다니..
가이 청렴이란 말조차 쓰기 어려운 훌륭한 제상이었네요.
관감당 마당엔 400년 넘은 측백나무와 탄금암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있습니다.
정승이 음악에도 능통해 거문고를 자주 연주하던 곳입니다.
지금은 오랜 세월 탓에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넓고 평평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흰 도포를 입은 오리 정승이 측백나무 밑에서 거문고 연주하는 그런 그림 말이죠.
와우! 관감당 건물 뒤뜰로 들어오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들어올 때부터 향기가 진동하더니 뒤뜰 가득한 모란꽃이 감동입니다.
좀 더 일찍 왔더라면 예쁜 봉오리도 봤을 텐데 갑작스러운 기온 탓에 작년보다 일찍 만개했네요.
여러 사람에게 소개 못한 아쉬운 생각이 들어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잠시 향기에 취해 툇마루에 앉아 쉬다 보니 오리영우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리영우는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인데 영우란 초상화를 모신 사당을 말합니다.
참고로 현판은 숙종이 직접 써서 내린 것이라 합니다.
관감당을 나와 종택과 박물관으로 들어가 봅니다.
종택은 1916년 종가의 후손들이 지었는데 안채와 문간채가 ㅁ자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사랑채는 그 옆에 따로 떨어져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집이 ㅁ자이다 보니 하늘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각형 사진 액자가 근사합니다.
종택 안에는 옛날 살림들이 잘 배치되어 있어 그 시절 살림살이와 주거 형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충현박물관은 전국 유일의 종가 박물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원익 재상과 그 직계 후손들의 유적과 유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전시실은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층은 영정과 친필 등 이원익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1층은 종가에서 사용했던 제기와 민속 생활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400년 전 유물부터 근대에 이르는 사대부 집안의 각종 자료가 있는 것이 종가 박물관의 특징입니다,
이원익 영정은 임진왜란 당시 큰 공적이 인정되어 그려진 것이라 합니다.
임금이 손수 써주었던 오리영우 현판과 관감당의 편액도 잘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리의 유서는 후세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글입니다.
후하게 장사 지내지 말아라,
풍수지리에 현혹되지 말아라,
제사는 간소하게 지내라.
는 유언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모두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훌륭한 덕목입니다
모란향 그윽한 관감당의 봄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청빈한 제상의 이야기는 지금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줍니다.
사사로운 욕심을 배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배려했던 삶 관감당의 이름처럼 보고 느끼고 배우라는 인조의 뜻이 무엇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모란이 핀 관감당을 보시려면 내년 4월을 기약해야겠지만 관감당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발걸음 하시면 고택의 정취와 청렴했던 정승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개관시간:
* 오전10시~오후5시(오후 4시까지 입장)
* 화~토요일: 상시개관
* 매주 월, 일요일 정기휴관(명절연휴포함)
◆ 관람문의: 02)89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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